끝없이 마주하는 갈림길 앞에서의 고민
개발 에이전시에서 PM으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딜레마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클라이언트 만족감을 위한 두 마리 토끼 잡기입니다.
클라이언트는 특성상 많은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이것도 추가하면 좋겠고, 저것도 넣으면 더 완벽할 것 같은데.'
하지만 우리에게는 정해진 프로젝트 기간이 있습니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 안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는 명확한 임무가 있죠.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모든 요구사항을 다 수용하려다 보면 프로젝트 일정이 딜레이 되고, 결국 클라이언트에게도 손해가 됩니다. 자잘한 요구사항에 기획, 디자인, 개발 리소스가 쏠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MVP를 놓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프로덕트 완성도를 위해 요구사항을 쳐내면?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 결국 내가 의뢰한 프로젝트는 이 사람이 담당한 수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일 뿐이구나.'
결국 클라이언트 만족감을 올리기 위해 요청사항을 쳐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클라이언트 만족감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 이게 바로 우리가 마주하는 딜레마예요.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특정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게시판 기능이 있는 Web/App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기획 단계에서는 단순히 '카테고리별 게시판'으로만 논의했었죠.
그런데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클라이언트가 새로운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각 카테고리 게시판의 글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통합 게시판도 만들어주세요."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꽤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은 작업이었어요.
게시글 분류/필터링 로직이 복잡해짐
카테고리별 접근 권한과 전체 접근 권한 관리
알림, 댓글 시스템의 연동 방식 재설계
일정 지연은 물론이고, UX/UI 정책도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 요구사항을 단순히 거절하기에는 클라이언트가 실망할 게 뻔했어요.
그래서 다른 접근을 해봤습니다.
"카테고리별 게시판은 그대로 두고, 대신 별도 메뉴에 전체 소통용 게시판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전체 소통 성격의 게시판과 각 카테고리의 특화된 게시판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거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통합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니즈 만족
더 명확한 성격의 게시판 구조로 사용자 경험 개선
팀원들 입장에서는:
복잡한 연동 로직 없이 독립적인 게시판 구현
정책, UX/UI 고민 요소 대폭 감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였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결국 PM의 핵심 역할은 중 하나는 '중재'라는 점입니다.
팀원들의 민심, 클라이언트의 만족감, 프로덕트의 완성도.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챙겨야 하죠.
여기서 빛을 발하는 건 단연 소통 능력이에요.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때는 우리 입장이 아닌 클라이언트 입장을 대변하며 접근합니다.
"이렇게 하는 게 프로덕트에 더 좋을 거예요."
팀원들을 설득할 때는 완성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프로덕트가 완성도 있게 만들어져야 잘 운영되고,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일거리'가 아닌 진심으로 내 프로덕트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그 진심이 클라이언트에게 전달될 때, 설득은 한결 쉬워집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게 PM의 숙명이죠.
완벽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고요.
다만,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도 모두가 조금씩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PM으로서 성장하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또 다른 딜레마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