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된 지 1년 되는 날

빈틈없이 채워진 공백의 시간

by 김세연

2025년 7월 19일, 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정확히 말하면 조직 검사를 한 지 1년이 되는 날. 조직 검사의 결과를 받은 날은 7월 25일이지만, 검사 날을 기준으로 암 진단이 바로 결정되기 때문일까. 나중에 서류를 확인해 보니 암 진단 일이 2024년 7월 19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엄마의 기일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고, 그 날짜를 기준으로 내 삶은 새로 설정되었다. 암을 통보받을 때, 앞으로 나에게 중요하게 작용할 새로운 날짜가 부여받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1년을 잘 버텼다는 느낌은 확실하다.


엄마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20년 넘는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있었던 순간으로 인생의 단락이 구분 지어 기억되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앞에서 기억의 힘은 한없이 미미해질 수 있음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겪어온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기록하는 방식을 해온 탓일까. 내 앞에 마주한 상황을 겪어내고, 살아가기에도 바빴기 때문일까. 나는 모든 것을 겪어내고 충분히 소화를 해야지만 지난 과거에 대해 기록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 1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암 진단, 8월 전체 검사, 9월 수술과 입원, 10월 팔 재활치료 시작, 10~12월 항암 치료, 4월~현재 호르몬요법 치료 부작용인 다발성 관절 통증으로 인해 손목 통증과 손가락 강직 현상. 지난 1년의 시간이 사소한 일상의 기억보다는 언제 병원을 가서 어떤 검사를 받았는지 병원 일정에 따라 기억이 재구성되었다. 이 시간이 정신없는 상황들로 빈틈없이 채워진 것 같다가도 그저 텅 빈 공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일들이 어제 하루에 일어난 것 같다가 10년에 걸쳐 일어난 일처럼 시간 감각이 기이하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잘 겪어내기에도 바빴던 지난 1년. 내 몸과 살아갈 날들을 위해서 앞으로 조금씩 천천히 기억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