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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관객이었지만, 마음이 먼저 일어섰다

by 빼어난 별

나는 그저 관객이었지만


어제, 아이의 무대를 보기 위해 찾은 작은 행사장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파도를 만났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일반인부터 시각장애인까지.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을 가진 이들이

한 무대 위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시각장애인 분들.

그 곁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잡고,

정확한 위치까지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

익숙한 듯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부드럽게

누구 하나 빠짐없이,

서로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들리는 건 노래였지만,

그 너머에는 수많은 날의 연습과 용기,

함께 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긴 여정이 들려왔다.


나는 그저 아이의 무대를 응원하러 온 관객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울린 건

'같이의 힘'을 실천하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마음껏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순간을 지켜보며

조용히, 그러나 깊이 마음이 흔들렸다.


그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함께여서 가능한,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꿈꿔온 단 한 번의 무대였다.

그 덕분에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을 꺼내어 세상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있었다.


문득, 부끄러웠다.

나는 지금 무엇을 나누며 살고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는 있지만,

정작 누군가를 위한 자리는

내가 한 번이라도 만들어본 적 있었을까.


그날의 무대 뒤편에선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잡아주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묵묵히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자신은 없다.

아직은 나 하나 챙기기에도 버거운 날들이 많다.


그 무대를 보며

마음 한이 몽글몽글해지면서도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들이 가진 용기와 도전에

마음이 뭉클했고,

그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

조용히 손을 잡아주고,

한 걸음 한 걸음을 함께 걸어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들의 손길은 조용했지만,

그 무대를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느껴졌다.

그 따뜻한 헌신이

무대 너머까지 진하게 전해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구나.

누군가는 용기를 내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용기에 길을 내주고 있었다.


다짐은 아직 어렵다.

하지만,

그날의 무대는 분명히 내 마음을 흔들었다.


뭉클했고, 부끄러웠고,

어쩐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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