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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zaam Sep 18. 2016

The Mighty Ellipsis

말줄임표의 위대함에 대하여

이 글은 John Saito의 The Mighty Ellipsis를 번역한 글입니다.

전문 번역가가 아니라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리며, 의견 및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빠른 시간 안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말줄임표(…)의 위대함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면, 대게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곤 한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기 위해 잠깐 짬을 내어 설명하고자 이 글을 쓴다.


오랜 기간 동안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들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여러 형태로 말줄임표를 활용해왔다. 이 세 개의 점은 매우 작은 공간을 차지하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부터 이 말줄임표가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5가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볼 텐데, 아마도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당신도 이 작지만 강력한 문자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 말줄임표 = “추가 동작이 있어요”

내가 말줄임표를 본 것은 Windows 3.1 의 인터페이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부 버튼과 메뉴 옵션들에 말줄임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선택하면 추가적인 화면이 나타나서 몇 번의 선택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서 말줄임표는, 내가 선택한 버튼의 동작이 즉각적으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매우 의미있는 정보를 주고 있다. 즉 어떤 동작을 수행하고 난 이후라도 그 사이 마음이 바뀌면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말줄임표는 오늘날의 Windows와 맥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예전만큼 많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어떻게 변해왔는지 아래의 예시를 살펴보자.

윈도우 NT(1993): 말줄임표 천지임!
윈도우 8(2013): 그 많던 말줄임표는 다 어디로 갔을까?


구글의 머티리얼 디자인 가이드도 메뉴와 버튼에서 말줄임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미 많은 옵션들이 추가 동작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말줄임표를 표시하는 것은 인터페이스를 복잡하게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말줄임표를 사용하는 디자인 패턴은 이미 구식이 돼가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말줄임표가 사람들의 인터페이스 사용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음은 자명하다. - 단지 세 개의 점만으로 말이다.



2. 말줄임표 = “여기에 입력하세요”

최근에는 텍스트 입력창에 말줄임표가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아니,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언제부터 이런 트렌드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예제는 2008년의 페이스북 화면이었다.

대체 왜 말줄임표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일까? 내 생각에 여기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1. 시각적 효과: 화면에 정보 요소가 많은 경우, 텍스트 입력창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말줄임표는 텍스트 입력창을 돋보이게 해서 주의를 끄는 효과가 있다.

2. 심리적 효과: 원래의 말줄임표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텍스트 입력창에서의 말줄임표 역시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입력하게 만다는 넛지(nudge) 효과를 가져온다.


모든 텍스트 입력창에 말줄임표를 사용하라는 스타일 가이드도 있다. (예를 들면 Salesforce Style Guide) 개인적으로는 이런식으로 말줄임표를 사용하는게 반갑지 않지만,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대대적인 홍보 없이도, 말줄임표는 “여기에 입력하세요”를 나타내는 심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3. 말줄임표 = “더 보기”

가운뎃점 말줄임표(⋯)를 메뉴로 사용하는 앱들이 증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는 “이봐, 여기서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편 여러 안드로이드 앱들에서는 세로로 배치된 말줄임표(⋮)를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의미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세로 말줄임표가 앱의 주요한 기능을 숨겨놓는다는 이유로 이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이 심볼이 UI 디자인에 있어서 핫 트렌드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마치 몇 년 전 햄버거 메뉴가 유행했던 것처럼.


예전에, 나는 그 누구도 말줄임표로부터 “더 보기”를 떠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말줄임표는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렸다.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들은 언제나 단순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말줄임표는 앞으로도 더욱 널리 애용될 것임이 자명하다.



4. 말줄임표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말줄임표가 널리 사용되는 또 다른 사례로, “불러오는 중…” “연결 중…” “업로딩 중…” 과 같이 어떤 동작의 진행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이용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마 여러분도 이러한 사례는 수차례 보았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말줄임표를 없앤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꽤 오랫동안 진행 중 동작에 대해 말줄임표를 보아왔기 때문에, 말줄임표가 없다면 뭔가 허전하다고 느낄 것이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말줄임표가 있을 때 무엇인가가 백그라운드에서 동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말줄임표가 없다면 시스템이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디자인 가이드에서는 사용자가 기다려야 하는 경우, 애니메이션을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단지 수 초만 기다려야 하는 경우라면 말줄임표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장 끝에 세 개의 점을 붙임으로써 어떤 동작이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단지 세 개의 점 만으로 말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5. 말줄임표 = “내용이 더 있어요”

말줄임표는 텍스트 내용이 너무 길 때, 내용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잘림(Truncation)이라고 부른다. 긴 파일명을 가진 파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초창기에는 긴 파일명의 끝 부분이 잘림 처리되었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앱이나 OS는 파일명 중간에서 잘림 처리를 함으로써, 마지막 몇 글자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파일명의 마지막 몇 글자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게 잘림 처리가 없었다면, 수많은 글자들이 중복되어서 화면에 나타났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말줄임표 덕분에 우리의 인터페이스는 혼란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만약 말줄임표가 없었다면 이런 화면이 보여질 것이다. 헐!



작지만 강하다

지금까지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있어서 말줄임표가 사용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말줄임표 문자의 위대함에 대해서 동의하시는가? 다시 말하면, 이 몇개의 점이 이렇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말이다.


나는 아직 채팅이나 일반 대화에서 말줄임표가 사용되는 풍부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살펴보지도 못했으나, 이건 미래의 과제로 남겨놓고자 한다.

혹시 나중에 말줄임표를 인터페이스 디자인 요소로 사용할 일이 있다면, 나를 한 번만 떠올려봐 주기를 바란다.



이 글은 Medium에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https://medium.com/@zzzaam/번역-the-mighty-ellipsis-1ad6f316fee0#.idra7qa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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