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ration is not design
이 글은 Todd Olson의 Iteration is not design (Debunking design Darwinism)을 번역한 글입니다.
디자인 진화론 파헤치기
Debunking design Darwinism
제품 디자인의 세계에는 개발과 테스트, 지속적 개선을 통해 디자인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일종의 미신같은 신념이 퍼져있다. 나는 이것을 "디자인 진화론(Design Darwinism)" 이라고 칭하는데, 제품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보통 린(Lean), 애자일(Agile), 빅데이터, A/B테스팅 등의 용어로 치환되어 통용되곤 한다.
막연하고 모호한 아이디어로터 시작했으나,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형태를 갖춰가면서 멋진 제품으로 탈바꿈 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과정을 겪고 점진적으로 개선을 한다고 해서 디자인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실제 세계에서는 디자인 진화론 따위는 없다. (단, 엉망으로 디자인된 제품이 소멸하는 것은 가능하다.)
구글은 엄청나게 많은 '베타'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이중 하나라도 진화를 거듭하며 좋은 제품으로 발전하길 원했던거 같다. 반복적인 선개발 후수정의 접근법은 큰 규모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이루어졌겠지만, 그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실패작들의 거대한 무덤으로 변해버렸다.
분명 구글은 디자인이라는 것이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최선의 결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자본과 엔지니어 주도적 개발 프로세스를 통해 디자인 진화론을 시험대에 올려놓았으리라. 하지만 반복적인 개선 프로세스를 통해 훌륭하게 거듭난 혁신적인 제품을 하나라도 말 할 수 있는가?
물론, 구글은 매우 성공한 회사이고, 구글이 이룩한 "디자인 업적"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낸다. 그렇지만 구글(현 알파벳)은 대부분의 수익을 광고로 부터 얻고 있고, 수백만 달러를 다른 프로젝타를 통해 까먹어왔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구글은 디자인 진화론이라는 시험장을 통해서 수백만 달러를 잃어도 괜찮을만큼의 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아닐 것이다.
반복은 훌륭한 디자인 툴이다. 컨셉을 발굴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베타 버전을 내고, 실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검증하여 피드백을 받고, 사용성 개선을 위해 수정을 하는 등의 디자인 과정이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줌은 명백하다.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치며 얻는 의견들은 매우 유용하지만,
"디자인 자체를 위해서 반복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오류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가 있다.
반복적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창의적이라기 보다, 점진적인 개선의 과정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들의 잠재적인 니즈를 발굴해 가는 과정에는 적합하지 않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아마존 폰이라 알려진 Fire Phone을 내놓으면서 이런 접근을 했다. 3D 로 무장한 흥미로운 제품을 선보였는데,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넘어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제품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결국 2014년 7월에 출시된 이후 파이어폰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Fast Company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 많은 반복적인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마 수년은 걸리겠지요."
이게 벌써 2년전의 얘기다. 그동안 반복적인 과정의 결과는 무엇인가? 진짜 혁신적인 제품은 떡잎부터 그 시작이 다르다. 전략적인 디자인이 없는 제품이라면, 사용자들은 제품에서 의미를 찾지도 못할 것이고, 아무리 반복적인 디자인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결과는 동일할 것이다.
반복적 디자인 과정을 거치며 사용자 피드백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용성 문제를 파악하는데 매우 용이하다. 이에 대해 Jakob Nielsen이 쓴 칼럼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은 현재 디자인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제품을 사용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직접 이용해 봄으로써 발견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는데에는 익숙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익숙하지가 않다. 그렇기에 반복적 디자인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고 사용성 문제를 해결해서 제품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사용자 피드백을 통한 반복적 디자인의 과정은 문제점을 찾는데는 유용하지만,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는 무용지물이다.
나는 emotional design 을 위해서 형태나 색상, 이미지, 재질, 사운드, 애니메이션, 타이포그래피, 레이블 등 제품 디자인과 연관된 다양한 요소들을 참고한다. 이 분야에 능숙한 디자이너들은 사용자들에게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사용하기도 쉽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 주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 세부적인 요소들을 잘 조율하여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결코 반복적 디자인이나 테스트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즉, A/B 테스팅을 통해 사용자들이 파란 버튼과 오렌지색 버튼 중 어느것을 누르는 경향이 강한지는 찾을 수 있어도, 어느쪽이 더 즐거움을 주는지는 결코 알아낼 수 없다.
실용적인 디자인 진화론의 과정을 통해 디자인이 스스로 진화하며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지만, 그 믿음은 절대로 좋은 제품을 향한 길로 안내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제품 디자이너들은 다음의 사항들을 명심했으면 한다.
1. 전략적 디자인 접근을 통해 제품의 속성과 의미, 이유를 찾아야 한다.
2. 인터랙션 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유용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3. 이모션 디자인의 측면을 고려하여 즐거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위 내용들을 기반으로 풍성한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면, 디자인 진화론의 망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혁신적인 제품으로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