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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Jul 27. 2024

월세를 카드결제로 내는 세상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미국에 거주하고 계신 분이라면, 지나가다가 한 번씩 BILT에 대한 광고를 본 적이 있거나, SNS에 가끔 등장하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광고 아님 ㅋ)


BILT는 3년 전쯤 등장한 신용카드인데, 일반 신용카드하고는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집 월세를 이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일반 신용카드처럼 항공,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월세는 생활비를 맞먹을 만큼 큰 비용이기 때문에, 월세를 카드로 내며 얻는 포인트의 스케일이 크다는 큰 장점이 있다.  


집세를 카드로 지불할 수 있게 만든 BILT


집 월세를 카드로 낸다는 게 과연 가능하다고?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미 대도시의 아파트들이 제휴를 맺고 허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영세한 동네 작은 아파트도 BILT 카드를 통해 월세를 받을 수 있게 되게끔 시스템이 잘 갖추어졌다.  


또는 Esusu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Esusu는 세입자가 집세를 매 달 늦지 않게 내면 신용도를 올릴 수 있게끔 도와준다. 예를 들어 어느 아파트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 계약을 할 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밝힌다고 해 보자. Esusu는 월세가 들어올 때마다 미국의 주요 신용 평가 기관에 보고하여 세입자가 더 높은 신용등급을 가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월세 납부로 신용도 올리게 해주는 Esusu



위에서 소개한 두 프로그램은 모두 등장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다.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두 프로그램 모두 '월세로 사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노력'의 일부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하다. 일상에서 외식비, 교통비 등은 카드로 결제하며 포인트도 벌고, 신용도도 높일 수 있는데. 왜 생활비의 가장 큰 부분인 월세는 꼬박꼬박 내더라도 아무런 추가 혜택을 누릴 수 없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지출이 되는 주거비용은 왜 잘 내면 본전, 못 내면 불이익만 있을까? 이런 단점을 해결하고자 새로운 비즈니스가 계속 등장하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아이디어가 어느새 실현되어 가는 환경이 미국의 큰 장점이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있어 복잡하기도 하고, 편하게 기존 방식을 유지하려는 반대 의견도 많다. 하지만 나날이 집 값이 뛰어올라 단순히 열심히 일해서는 내 집 마련이 요연해진 시대에, 세입자가 월세로 살면서도 개인적인 혜택을 가져가도록 돕는 창의적인 방법이기에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은 ESG를 정부 차원에서 강조하므로 (특히 ESG 중 "S", 사회적 영향 Social Impact에 대한 부분에 대한 강화), 이런 프로그램이 나오면 회사들도 발 벗고 나서서 돕는 편이다.


골드만 삭스가 소유한 모든 주거용 부동산에 Esusu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출처: Samir Goel's LinkedIn)


이미 이곳에 산 지 몇 년 되어서 지금 한국에는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서울에 살 때 내가 월세를 내던 방식은 집주인에게 계좌이체로 보내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더 좋은 방법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떠려나? 한국에도 도입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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