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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Mar 29. 2023

열정도 재능이다

미국까지 와서 살게된 이야기

나는 한국에서 쭉 나고 자라다가, 미국으로 대학을 와서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한 게 2010년인데, 그때에는 다들 어렵다고 하는 현지 취업에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서울로 다시 돌아가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렇게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6년 내내 미국에 남지 못한 것을 아주 많이 후회했다. 나는 그 당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우대해주는 분위기 덕분에 운이 좋게 대기업 건설사에 입사했는데, 내가 좋아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기 보다는 건축과 나왔으면 남들이 흔히 생각하는, 남들 보기에 ‘모양이 좋은’ 직장이었다.


돌아보면 첫 사회생활을 잘 갖추어진 곳에서 시작한 것이 참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격주 주말 출근, 평균 12시간 근무, 경직된 조직 문화를 겪으면서 회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특히 일에서 재미만을 찾을 수는 없지만, 원래 즐거움 같은 건 없는 게 당연한 절망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회사 동료에게 어느 날 하는 일이 재미있는지를 물었다가 “아직도 재미를 찾다니 철이 안 들었다”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2017년에 MBA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했고, 지난 6년 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지금 자리에 오게 되었다. 처음 2년동안은 다시 적응하고 학교생활 하느라 바쁘게 지나갔고,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중간에 코로나로 거의 대부분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그리고 시민권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비자 문제를 해결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결론은 어느 때 보다도 만족하는 인생을 살고 있으며, 그 때 도전하지 않았으면 인생이 어땠을까 아찔할 정도다.


그리고 이제 ‘열정도 재능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주로 했던 고민이 “이것이 잘 될까 안 될까’ 였다면, 지금은 아니 애초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나를 내놓는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크게 느껴질 정도로 에너지가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겨우 이제 30대 중반인데!)


언제나 열심히 스스로를 발전시킬 거라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 마음이 내년에는 사라질지도 모르고, 오늘의 내가 미래에도 같은 모습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의 열정 그 자체도 귀하고 충분하다. 지금 마음에 하고 싶은게 있다면 이미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으면 좋겠다.

집 앞의 호수와 산책 코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소중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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