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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Sep 09. 2023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세가지

모처럼만에 한국에 잠깐 오게 되었다. 남은 연차를 다 끌어모아 와도 보고 싶었던 가족, 친구, 지인들을 다 만나고 가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아쉽게나마 아침 시간은 가족 - 점심 시간은 친구 - 오후나 저녁 시간은 한국 직장생활에서 만났던 분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을 했다.


특히 시간을 길게 내기가 힘든 직장 분들은 회사근처에서 커피로 잠깐이라도 만나며 명함을 전달하고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업무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웃고, 짧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내 마음 속 나는 아직도 신입사원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렇게 많은 분들과 관계를 쌓았구나 생각하며 내심 뿌듯해진다. 이 소중한 인연을 어떻게 하면 잘 유지할까, 부서질까 잃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지고 또 앞으로의 새로운 인연은 어떻게 잘 만들어나갈까 생각하게 된다.


2011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학교에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10년 정도 한국과 미국의 여러 조직에 몸 담았다. 세어보니 풀타임으로는 세 군데에 있었고, 인턴십까지 다 합치면 총 다섯군데의 회사를 거쳤다. 취업과 이직은 참 고된 과정이니 웬만하면 한 번 들어간 회사에서 쭉 지내고 싶었던 것이 나의 원래 마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하는 것이 계속 달라지고, 가끔은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꽤 여러 곳을 거치게 되었다.


아마 이것의 큰 장점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맥을 갖게된 것과 향상된 적응력이 아닐까? 이제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할 때 고려해 볼 만한 몇 가지 방법,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의미 있는 인연을 만들어나가는 법으로 우선 생각나는 세 가지를 적어보았다. 적고 보니 미국 조직에서 좀 더 먹히는 전략인 것 같기는 하지만.


1. 더 많이 대화 (Overcommunicate) 한다.

지금 직장에 6개월 전 새로 들어온 옆 팀 직원이 있다. 나보다 세네살 정도 많은 이 분의 첫인상은 그저 보통이었다. 우러러 볼 정도로 유명한 회사에 있다 온 것도 아니고,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특정 분야의 지식이 출중한 것도 아닌, 꽤 평범해 보이는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저 아무 때나 전화해서 대화 하는 것을 참 잘한다. 전화를 받으면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잡담을 한다. 나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관련된 질문도 던진다. 그러다가 업무로 넘어가 궁금했던 부분을 이것저것 확인하고는 거의 1시간에 걸친 통화를 마무리 한다.


바쁜 사람을 방해하니 전화해서 수다를 늘어놓는 사람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나는 그저 나에게 전화해 주는 것이 좋았다. 이민자로 항상 고립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오는 연락이 어찌 반갑지 않을수가! 마치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기분을 준다고 해야 하나? 내가 가진 무엇이 그에게 지금 필요하고, 도움을 요청 받았다는 것이 기뻤다. 나 또한 회사에 친구가 생기는 기분이 들고 스스럼없이 편하게 업무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받다보니 팀 내에서 이 직원의 호감도는 급격히 상승하였다. 그는 6개월만에 한 직급 위로 승진했고 더 중요한 업무를 추가로 맡아 조직내에서 잘 나가는 중이다.


이런 일상적인 대화와 연결이 주는 효과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이성을 넘어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승진하려면 일을 더 하는 대신 나가서 사람들과 밥 먹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있는 것 처럼.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나를 더 표현하고 교류하다보면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아진다. 아, 그리고 나도 더 행복하다.     


2. 주어진 것보다 10% 더 한다.

이 10% 룰은 어느날 우연히 보았던 넷플릭스 창립자 Marc Randolph의 성공을 위한 여덟가지 원칙 중에 하나였다. 다른 항목도 좋았는데 이 조언이 나에게는 가장 적용하기가 쉬웠다.


예를 들어 어떤 일 A가 주어졌다면 A와 관련해서 같이 곁들이면 도움이 될 것 같은 B까지 함께 제공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일을 할 때 대충 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해주는 사람이라는 좋은 인상을 준다. 한 번은 팀 전체가 고객사와 하는 회의에 참석했었고, 나는 회의록을 작성 중이었다. 그러다 나온 이야기 중에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어떤 내용을 상대편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끝에 정리된 회의록을 공유하면서 그 내용 관련 기사 하나를 첨부로 함께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가끔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해 주긴 뭘 더 해줘’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기대치의 적정선을 분명히 그어줘야 하는 때도 있다. 그래서 딱 10% 정도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다.   


3. 솔직한 마음을 유지한다.

돈을 벌기 위해 만난 사이에서 거리와 예의는 너무나도 필요하지만, 돌아보면 회사생활에서 남는 건 그 때 만났던 사람들 뿐이다. 일은 심지어 1년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조차도 어쩜 이렇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지. 그런데 그 좋은 관계가 장기적으로 남기위해서는 같이 보낸 시간이 어느 정도는 의미있고 즐거워야, 나중에도 또 만나고 싶다. 생각해보면 내가 더 만나고 싶고, 나를 찾아 주시는 분들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부분이 꼭 있다. 솔직한 마음의 생각, 나의 약점(vulnerability) 같이 직장에서는 어쩌면 공유하지 않아야 하는 쪽에 가까운 부분도 내려놓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움을 받고 감사를 표시할 수 있는 관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서 이 세 가지가 미국조직에 좀 더 맞는 방법이라고 했던 이유는 한국문화에서는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발을 뻗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가령 첫 번째 방법처럼 초면에 더 많이 대화를 시도하다가 피곤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미국은 표현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 보다는 적극적인 부분이 훨씬 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어느 지역이든 문화든,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루빨리 회사를 벗어나 사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기는 하지만, 사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만난 훌륭한 인연은 어디가서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기는 굉장히 어려운, 그 어느 것보다 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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