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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May 18. 2024

미국 4년 차 직장인의 느낀 점

5월 17일로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3주년 기념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두 번째 풀타임 직장이고, 지난 회사에서의 1년을 합쳐보니 만 4년의 시간을 직장인으로 이곳에서 살았다.  


기념일 축하 이메일!


4년 동안 한 해, 한 해가 참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의 심경변화도 많았는데, 예를 들면 이러했다.


2019-2020년 (첫 직장) - 너무 새롭고 너무 낯섦 투성이. 얼레벌레하다가 그냥 1년이 감.

2021년 (현재직장, 첫 해) - 괜찮은 기업 문화, 좋은 직장 사람들에 대한 넘쳐나는 사랑으로 회사에 온 마음을 바침. 아침 7시 반부터 업무를 시작해 가끔은 저녁 10시-11시까지 일을 함.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안 할 정도로 즐겁고 감사했음.

2022년 (두 번째 해) - 업무도 적응이 되었고 자신감도 훨씬 많이 붙음. 그러나 비즈니스가 잘 돌아가지 않기 시작하고 다소 덜 바빠지면서 열정이 감소.

2023년 (세 번째 해) - 연초부터 급격히 증가한 주변 동료들의 퇴사로 다른 사람의 일을 떠맡았다가,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며 일이 확 줄었다가를 반복. 추진하던 펀드가 2년 내내 진전이 없어 제자리걸음만 함.

2024년 (네 번째 해, 지금) - 고여있는 이 환경에 더 있다가는 실력도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 듦. 그러나 안락한 환경이 좋기도 함.  


최근에 읽은 어느 책에서 '직장이란 돈벌이 이상으로, 내가 살아갈 문화를 정의하고, 정체성을 형성시킨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 나도 미국에서의 직장생활 4년의 시간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새롭게 다듬었다는 생각이 든다. 큰 틀에서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내가 의사전달을 하는 방법, 사람과 교류하는 법을 비슷하게 따라가게 된다.


흔히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미국 직장인은 많은 비율로 테크 기업이 차지한다 (구글, 애플 등). 나는 이민자 중에서는 비교적 수가 많지 않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사에 있다 (한국의 NH 자산운용 같은).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매번 트렌드를 앞서 만들어나가는 테크기업과는 다르게, 지난 200년 동안 비즈니스를 운영한 보험사는 망할 일도, 하는 일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일도 거의 없다.   


왠지 회사 건물만 보아도 너무 다를 것 같은 기업들 ㅎㅎ


여기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미국이라도 뉴욕의 월 스트릿 기업 문화와, 중서부(Midwest)의 비즈니스, 그리고 캘리포니아 - 각 지역마다 대화하는 방식, 업무를 진행하는 스타일이 참 다르다. 직설적이지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중서부의 젠틀한 문화가 잘 맞기도 하다.  


그런데 이 젠틀하고 급한 것 하나 없는 문화에 4년 있었더니 나 또한 더욱 그런 성향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스트레스가 크게 없는 업무환경에 정신건강은 최고로 좋으면서도, 문제를 보아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거나, 최대한 있는 자리에서 현상유지 정도만 하려는 안일한 모습도 같이 따라왔다. 큰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아니 최대한 변화를 안 만들려 하는), 공무원 같은 느낌? 동시에 이 지역 출신들 간의 연대가 매우 강하고, 외부 사람은 끼어들기 힘든 분위기에 계속 있게 될까 생각해 보니 왠지 답답한 마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올 때는 '다 커서 왔는데 뭐 그리 바뀌겠어'라는 생각이 컸는데. 나의 주변환경이 나를 만들고, 시간이 지나도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사람을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변화는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래서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에 계속 있기를, 고여있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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