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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머핀 Dec 30. 2023

생각을 바꿔보자

사람이 행복할 수 있으려면 생각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만보니 진짜로 그렇다. 진정 만족하는 삶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딱 한가지를 고르라면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정말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해석을 하는지가 사람을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도 선명히 보인다. 내 주변도 비슷했다. 불평과 남 욕을 달고 살던 사람들은 몇 년이 지나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좋은 점을 찾는 사람은 변화를 일으키고 몰라보게 앞서 나갔다.


12월 마지막 주, 출근은 했지만 대부분의 동료가 휴가를 내어 고요한 일터. 못 다읽은 이메일을 정리하며 올해 회사 생활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을 떠올렸다. 아니 그런데 내 마음이 꼬였는지 그간의 일을 떠올리며 짜증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기도 사람 대하는 직장이니 인간관계에서 맺혀있는 화가 왜 없겠는가.


일단 팀(Tim), 작년 말까지 나의 보스였던 사람. 업무 특성상 팀원이 많지 않아 우리팀은 그와 나 둘 밖에 없었는데 사전에 가벼운 심증조차 주지 않은 채 돌연 그는 이직을 해버렸다. 특히 우리 부서가 새로 추진하던 업무가 잘 안 되는 어려운 시기에 key person 이었던 본인과 그 윗사람 둘만 다른 회사로 빠져나간거라, 전체 조직의 생사가 흔들릴 뻔 했다. 퇴직하며 너는 괜찮을거라는 아무 의미없고 도움도 안되는 텅빈 위로의 말만 건네고 쏙 가버려, 작년 연말과 올해 초에 걸쳐 나는 일더미에 쌓여 힘들게 지내야 했다. 건너건너 소식을 듣자하니 옆 건물에 있는 회사로 옮겨가서 일도 잘 되가고, 여러모로 잘 살고 있댄다.


또는 세이디(Sadie), 올해 초에 옆 팀에서 우리팀으로 자리를 옮겨오고 싶어 해서 새로 들여온 팀원이었다. 안 그래도 아무도 없어 바쁜 와중에 그래도 새로 왔으니 열심히 트레이닝 시켜놨더니 올해 후반부 쯤 원래 하던 일이 더 나을 것 같다며 본래 있었던 부서로 돌아갔다.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억울하고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이 증폭되었다.


'내 것은 챙기지 못하고 남 좋은 일만 쭉 해주는 호구였구나'

'그래 하긴 나는 미국 사람도 아니고 영어도 남들만큼은 못하고, 딱히 나 같은건 안 챙겨도 별 손해 없었겠지'


이런 류의 재빠른 자기 비하로 이어졌다. 꼭 평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과 연결지어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추측했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과 연결지어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추측했다.


잠시 한 걸음 빠져나와 생각해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결정에는 애초에 내가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당연하지 않은가? 각자 자신의 삶에서 최선의 결정을 하려고 했을 뿐, 타인의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며 중요한 결정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갈 길을 갔을 뿐인데, 나는 주인공인 양 나를 이야기 중심에 놓고 마음대로 상황을 해석해버렸다.


그리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런 나쁜 면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Tim은 함께 일 했던 지난 1년 반 내내 정말 최고의 보스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거리낌없이 물어볼 수 있었고, 모든 일을 가리지 않고 함께 열심히 해주는 사람이었다. 적절히 권한도 주고 필요할 땐 관여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잘 싸워주는 우산 같은 팀장 역할을 해준 덕분에 나의 회사생활은 편했다. 무엇보다 다른 지원자들 대비 관련 경력도 많지 않고, 미국사람도 아니었던 나를 믿고 뽑아준 사람이었다.


세이디도 그랬다. 나 혼자 남아 감당해야 할 업무가 많았을 때 들어와, 함께 하는 시간동안 열심히 일 해준 팀원이었다. 주어진 것을 잘 하려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이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 주어 여러가지 업무의 개선을 도왔다. 혼자 외로웠던 시간이 될 수 있었던 회사 생활에서, 어려운 부분을 공감하고 편하게 수다떨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앉아 나만 피해자고 나만 희생했다는 관점에 사로잡혀 있다니. 좋은 면을 바라보고 기억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구나…휴. 35년 이상을 살아도 나의 생각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기억할 것은 나의 뇌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은 해석일 뿐, 완벽하게 객관적인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긍정마인드와 적당한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내년을 맞이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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