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잭(Jack)이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왔다. 금요일은 회의도 거의 없고, 업무 연락도 가능하면 이메일로만 하는 분위기라 무슨 일인가 의아했다. 그런데 받아보니 사표를 제출하게 되어 회사에 2주만 더 근무하고 퇴사하겠다는, 아쉬운 작별인사 전화였다.
우리 팀에 들어온 지 2년 정도 지난 신입 직원이었던 잭은 2020-21년 사이 100% 재택근무가 허용이 될 때 오피스가 없는 텍사스 지역에서 채용되어 지금까지의 시간 동안 쭉 원격으로 근무했다. 그 친구를 실제로 만난 건 딱 한번, 헤드쿼터 오피스에 각자 다른 업무로 갔다가 잠깐 마주친 게 다였다. 입사하고 내내 근처에서 챙겨주는 사람도,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많은 것들을 겪고 있었으려나 해서 늘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 더 좋은 회사로 가게 되었는가 보다 하며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로 이직하느냐고 물었더니, 세상에. 예상을 아예 빗나간,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신선한 답을 들었다. 목수가 되기로 결정했단다.
왜 목수가 되고 싶은지를 물으니 잭은 자신이 자라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텍사스의 작은 시골동네가 고향인 그는 회사원과 같은 화이트 칼라 계층보다는 블루칼라 노동자가 더 많은 지역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여느 중산층 가정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깔끔한 옷을 입고 책상에 앉아 돈을 버는 회사원이 되는 것이 주변이 원하는 바 이기도 했다. 그 길을 따라 잭도 근처의 대학교에 들어가 금융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이곳에 입사해 평탄한 시작 단계를 거쳤다.
그러다가 일하는 동안 계속 원하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했다. 주변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어려서부터 집을 개조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보며 자랐고 자연스러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미국의 주택은 대부분 목조이니 목재를 잘 다루게 되면 언젠가는 집 짓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업체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방향을 틀어 하루라도 일찍 목수로 전문성을 갖추기로 결정하였다. 당장 몇 년간은 돈이 궁해질 테니 하다가 포기하고 다시 돈을 더 버는 길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우리의 교육이 모두 '의사, 변호사가 되어라, 그것도 아니면 돈을 많이 벌어라' 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세상 속에서 잭이 자기 자신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보고 내린 결정 안에 강력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그 힘. 그런 힘을 갖추기가 정말로 힘든 세상이다. 미국도 대다수가 고등교육을 더 받기 위해 어쩌면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계속 대학에 진출하고, 등록금이 없으면 대출을 받고, 그렇게 부채를 쌓은 채로 사회로 진출한다. 주변이 말해주는 방향에 대해서, 그것이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인지를 판단해 보는 비판적 사고는 해 볼 새도 없이 살다가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지금 내린 그 결정이 옳은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틀렸다면 다시 수정해서 다른 방향으로 가면 된다. 잭의 결정을 들은 모든 직원들도 목수 하다가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라고 해주었으니 그저 돌아오면 그만이다! 나보다 열 살 정도밖에 어리지 않은 직원이지만 챙겨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 용기 있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한 기특함과 이쁨이 교차한다. 어쩌면 나중에 집 고치는 사업가가 되어 내 집을 고쳐달라고 맡기게 될 때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나의 글로나마 이렇게 너를 응원해!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