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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신 Jul 21. 2018

Makers of the Future

디자이너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지난 6월 말,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한 국제융합디자인캠프 2018에 체어로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에서 온 60명의 디자인 및 공학 학생들 그리고 12명의 디자인 전문가와 교수들로 이루어진 튜터진의 참여로 성공적인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자세한 후기는 아래 브런치에 담았습니다.


https://brunch.co.kr/@sooshinchoi/40


캠프의 주제가 A better future with design and emerging technology 였기도 하고, 또 평소의 제 생각이 디자이너는 물건이나 시스템, 서비스를 넘어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만드는 사람이기도 해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 제가 한 키노트의 제목은 Makers of the Future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제 강의를 시작하면서 처음에 소개한 사람은 왕년의 미국의 가수였던 Doris Day입니다.  제가 어릴때 Doris의 노래는 라디오에서 아주 많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있었던 가수입니다.



그녀의 대표곡은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즉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진다'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까 좀 재미가 없네요. 우리나라에는 어쩐 일인지 ‘될 대로 되라’라는 식으로 알려진 노랜데, 사실은 이런 식의 자포자기적인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호기심에 대한 노래입니다. 그 가사는 이렇습니다. (키노트 때에는 제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노래를 불렀더랬습니다...) 



내가 어린 소녀(소년)일때 엄마(아빠)에게 물어보았지
내가 예뻐지게 될지 (멋지게 될지) 또는 부자가 될지
엄마(아빠)는 내게 말해 주었어
(모든 건) 이루어지게 될 대로 이루어질 거야
미래를 우리가 볼 수는 없거든
다 이루어지게 될 대로 될 거야.


맞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보거나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래를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대로 좋든 싫든 살 텐데, 이왕이면 좋은 미래로 만드는 것이 훨씬 낫지요.



그다음에 소개한 사람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입니다. 영화에서 학생들에게 Captain, oh my captain으로 불릴 정도로 젊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인물입니다. 그 영화 한 대목에 키팅 선생님이 라틴어 구절인 Carpe Diem을 소개합니다. 영어로는 Seize the day, 우리말로 의역을 하면 촌음을 아껴라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분히 의미 있게 살라는 의미입니다. 자칫하면 시간을 낭비하기 쉬운 우리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하루를 그저 열심히 열심히 살기만 하는 것은 사실 수동적인 자세입니다. 그 보다 하루하루를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적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을 단순히 물건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자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실 이러한 자각을 하더라도 실제로 하는 일은 물건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모든 것을이 결국 우리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디자인하고 설계를 한다면 그 결과는 상당히 다를 겁니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몇 Makers of the Future를 소개합니다.


화가, 조각가, 과학자, 해부학자, 엔지니어 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입니다. 다빈치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Unlimited curiosity  

Creative in how things work 

Unrivaled visualization skill 


즉, 모든 일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 모든 것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창의성, 그리고 탁월한 시각화 기술입니다. 사실 이 세 가지는 다 빈치뿐만 아니라 모든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에게 필요한 거지요.



두 번째는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미국의 국부 중 하나인 프랭클린은 정치 외에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프랭클린의 특징은:

Masterful in politics 

Deep knowledge in science 

Hands-on inventor

즉, 정치에 탁월하고, 과학에 깊은 지식이 있으며, 실질적인 발명가라는 점입니다.


번개가 구름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전류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비 오는 날 자신이 만든 연을 가지고 직접 번개를 맞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피뢰침을 발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아직 난방기술이 좋지 않아서 많은 나무를 때도 별로 덥지 않던 난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1/4의 나무를 때로 두배로 따뜻한 프랭클린 스토브를 발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특허를 내지 않고 누구나 같은 종류의 스토브를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과학과 기술뿐만 아니라 갖추어야 할 것이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에 내 놓을 만한 미래를 만든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실학의 아버지 다산 정약용입니다. 실학이란 글과 말로만 하는 이론에서 실제 적용이 가능한 학문을 말하는 거지요. 다산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는 한참 뒤에나 쓸모 있는 학문이 태어났을 겁니다. 다산의 특성은  

Respected scholar and philosopher 

Pioneer of Practical Science (實學) in Korea 

Expert in policies, economy, and engineering


즉, 존경받는 학자이자 철학가이고, 실질적인 학문인 실학의 선구자이고, 정치, 경제 그리고 과학에 조예가 깊었다는 겁니다. 

백성을 잘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적은 목민심서를 펴내었을 뿐만 아니라, 수원의 화성을 건설할 때 쓰인 거중기 (요즘 이름으로는 기중기)를 설계하고 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아끼며, 유용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등 넓은 시각과 실천력을 보여준 겁니다.


  

위의 세사람보다 훨씬 나중에 등장한 Steve Jobs입니다. Jobs가 만든 건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같은 물건, 아이 튠즈 같은 서비스 정도가 아닙니다. 

Dare to break the rules 

Imagined the un-imaginable  

Brought us a smart living


이전까지의 규칙을 깨트리는 능력과,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상상력, 그리고 이 모두를 사용해서 우리 모두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스마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막상 Jobs본인은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도 아니었지만,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막론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 가져야 할 자질을 가지고 있었던 거지요.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들은 뭘까요. 저는 아래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Curiosity: 지금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그다음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

Courage: 모두에게 이미 익숙한 것을 바꾸려는 용기 

Creativity: 다른 것, 다른 방법을 늘 추구하는 창의성

Connection: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연결력

Communication: 생각과 가치들을 나누고  전달하는 능력


흥미롭게도 C를 이니셜로 가지고 있는 이 다섯 가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미래를 열망하게 되고, 용기가 있어야 원하는 미래로 발걸음을 뗄 수 있고, 창의력이 있어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되고, 연결력이 있어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 모든 것들은 말과, 글과, 그림과, 프로토타입 등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소개한 미래를 만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을 보겠습니다.



Fear: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Failure: 두려움이 없다 보니 실패를 한 적이 없지요.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최적의 필라멘트를 만드는 과정에 수많은 실패 끝에 성공을 한 에디슨에게 한 기자가 물어봅니다. 몇 번이나 실패를 했습니까. 에디슨이 답합니다. 실패한 적은 없습니다. 실패를 거듭한 것을 아는 기자가 또 묻습니다. 실패를 한 적이 없다구요? 에디슨의 답입니다. 필라멘트로 적절하지 않은 수많은 재료들을 발견했지요.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그리니 미래를 만드는 사람은 실패를 할 수가 없지요.


마지막으로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을 더 소개합니다.



융합디자인캠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 - 모두가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미래를 열망하고, 용기를 가지고 원하는 미래로 발걸음을 떼고, 창의력을 가지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연결력이 있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이 모든 것들은 말과, 글과, 그림과, 프로토타입 등을 통해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으면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디자인이 진화해 온 과정을 보면 디자인의 관점이 처음에는 대상물에, 그 다음에는 사람들의 경험에, 그리고 현재는 가치의 창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면 보다 넓은 시각에서의 문제의 이해가 필요하고, 보다 다양한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며, 그것이 융합디자인, 즉 Integrated Design의 이유입니다. 융합디자인에서는 단순한 기술적인 hard 한 융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시각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soft 한 융합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소프트한 융합이 없이 기술적인 측면 만으로의 진보가 미래를 만들어낸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영화 Wall-E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결코 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영화 전반부의 황폐한 지구의 모습은 우리 인류가 발달시킨 기술과 상업주의의 반작용으로 이미 상당히 진행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기업들과 이 기업들을 위해서 일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이러한 미래를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Wall E의 후반부는 더 충격적입니다. Artificial Intelligence, Autonomous Driving, Augmented Reality, Robotics, Virtual Reality, Smart Mobility, Smart Accident Management, Smart Fabrics 등 우리가 열망하는 기술의 진보를 모두 보여주고, 다들 행복해 보이는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된 기술을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인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하게 됩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그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립니다. 인공지능의 덕분으로 굳이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은 생각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립니다.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기술로 인간의 인간성이 무력화되는 겁니다.


기술의 진보를 원하기는 하지만 미래의 우리 모습이 이렇게 되기는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기술의 진보와 상업적인 성공만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결국 이런 모양의 미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이미 많이 늦었겠지요.


여러 분야의 지혜가 같이 모여서 같이 미래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융합디자인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또 하나의 '오늘'이 아닌, 새로운 미래는 만드는 방법으로서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음 단계는 Flying입니다. 주변에 안 보이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날아올라야 합니다. 그것도 높이 날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멀리 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과 높이 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높이 날 수 있는 근력과 날개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위에 소개한 미래를 만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특징입니다.


일단 높이 날아서 새로운 것을 보았다면 그곳에 착륙해야 합니다. 그냥 학륙하는게 아니라 멋지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 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융합적인 접근으로만 가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Flying high - Landing elegantly 프로세스가 영국의 Design Council이 개발한 Double Diamond라고 알려진 합리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와 잘 겹친다는 점입니다.



Double Diamond Process 의 Discover는 높이 날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을, Define은 발견한 것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정의하는 것을, Develop은 그 가능성들을 다각도로 구체화하여 착륙할 방법을 만드는 것을, Deliver는 이 새로운 방법을 완성해서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더 소개하겠습니다. 수많은 노래를 남긴 Frank Sinatra입니다. 그 수많은 히트곡 중의 하나가 다른 많은 가수들도 부른  Fly to the moon이라는 곡입니다.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그 노래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를 달에 데려다주세요 별들 속에서 놀아보고 싶어요
토성과 화성에는 봄이 어떤 모습으로 오는지 보고 싶어요
그대여, 내 손을 잡고 입 맞춰 주세요

내 마음을 노래로 채워서 언제까지나 부르게 해 주세요
언제나 당신만을 기다리고, 바라보고 또 사랑해 왔어요
그대여 진실한 마음으로 내게 대해주세요 당신을 사랑해요


이 로맨틱한 노래의 시작은 나를 달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달에 가는 방법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을 데려가야지요.

 

다음 영상은 산업방송 iTV에 소개된 캠프의 내용입니다.



미시간 북촌에서 최수신

Sooshin Choi at Northville, Michi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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