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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Feb 19. 2022

한국에서 드디어 짐이 왔어요!

캐나다로 떠나오기 전 한국에서 먼저 짐을 부쳤었답니다. 비행기로 가져올 수 없는 많은 짐들, 캠핑용 장비와 책, 옷가지, 책상과 의자, 부엌살림, 골프채와 배드민턴 라켓 등 운동 도구, 장난감, 게임기, 바둑판 등등 캐나다에서 일일이 사기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배에 실어 먼저 보냈지요. 그리고 보낸 지 거의 넉 달만에 캐나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두 달 정도 걸렸을 텐데 짐이 오지 않는 동안 조금은 불편하게 지내야 했지요.


특히나 저는 책과 부엌살림을 가장 기다렸답니다. 책은 물론 영혼의 양식(이라 쓰고 심심함 방지용)이고, 신혼 때부터 사용하던 그릇과 접시들, 쿠쿠밥솥과 믹서기, 와플팬, 에어프라이어, 커피 머신, 휴롬 쥬서기 등은 영혼 못지않게 중요한 육신의 양식들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것들이지요.


한국에서 보낸 짐들은 밴쿠버항에 정박했다가 육로를 통해 토론토 공항 부근으로 옮겨집니다. 그래서 통관절차를 위해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위치한 통관사무소에 다녀왔어요. 런던에서는 약 한 시간 반 거리에 위치하지요. 이날도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다행히 차를 운전하는 동안은 도로가 얼어붙지는 않았답니다.


통관사무소에 들르기 전, 우리 짐을 운송해주는 캐나다 현지 업체로부터 서류를 받아가야 했어요. 받은 서류를 통관사무소에 제출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비자와 여권도 챙겨갔습니다. 운송업체는 토론토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미시소가에 사무실이 있었어요. 미시소가라는 도시 전체가 마치 화물 집합장소 같았어요. 아래의 사진처럼 화물 관련 사무소들이 밀집되어 있었고, 화물차와 컨테이너도 엄청 보이더라고요. 미시소가라는 도시가 아마도 이런 역할을 하는 토론토의 위성도시가 아닐까 싶네요.

운송 회사들이 모여 있던 사무실
운송회사들은 4시면 모두 문을 닫아요.


짐은 밴쿠버에서 도착했지만, 우리 짐이 실렸던 화물 컨테이너에서 짐 하나가 보이지 않아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대기했어요. 기다리는 동안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버거킹에 들어갔답니다. 기대하지 않고 들어간 캐나다 버거킹... 와우...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빵 맛이 달라요. 한국 빵보다 조금 더 맛있어요. 그리고 고기랑 야채도 신선하고, 소스의 배합도 조금 다르달까요. 캐나다 파파이스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는데 말이죠.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우리나라는 시럽에서 발행해주는 쿠폰으로 주로 사 먹다 보니 한국보다 비싼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답니다.


 버거킹 매장 내부, 우리나라랑 비교하면 비슷한가요?
저는 작은 치즈버거를, 남편은 와퍼를 주문했는데 와퍼가 아주 맛있었어요.


드디어 통관을 할 수 있다고 운송회사에서 연락을 주었어요. 통관 사무소는 피어슨 공항의 외곽 쪽에 있답니다. 여기는 캐나 다니까 비행기도 Air Canada네요. ㅎㅎㅎ

통관 사무소 표지판 (Inspection Service)
여기가 통관 사무소 건물인데 정문 정말 조그만하지요.
정문에 들어가자마자 1층에 통관 절차를 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습니다.


통관을 위해 운송회사에서 전해준 서류와 여권, 비자를 보여주고 우리가 가져온 짐마다 가격을 적어 냈어요. 우리를 담당한 직원은 버나드였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안녕하세요'라고 또박또박 인사해 주었어요. 또 태권도 유단자라고 하더군요. 캐나다에서는 1단을 'one 단'이라고 하는가 봐요. 남편이 태권도 1단이라고 하니 버나드가 원단, 하고 발음하더라고요. 아무튼 휴 그랜트를 닮은 직원이 태권도 유단자라고 하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캐나다는 가끔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헐리웃이 아닌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지난번에 도마뱀과 햄스터를 산 가게의 직원은 앤 해서웨이를 닮았었답니다. 심지어 말투와 목소리까지도 비슷했어요.


일을 마치고 나니 벌써 해가 졌네요.
미시소가의 저녁 거리, 그냥 찍어 봤어요.


통관이 끝나고 5일 후 드디어 우리 짐이 도착했어요. 아... 얼마나 감격스럽던지요. 한국인 두 분이 와서 짐을 내려주었어요.



한국에서 분명히 짐을 내려줄 때 포장이사처럼 정리를 해 줄 거라고 들었는데, 그건 한국인의 생각이었나 봐요. 여기는 캐나다였어요. 비록 짐을 내려준 분들이 한국분이라 해도 말이죠. 우리 짐의 서비스는 Drop과 Assembly 두 가지였는데 드롭은 말 그대로 그냥 짐을 내려주는 거였더군요. 그리고 조립 서비스는 딱 책상만 필요했는데 조립용 나사를 찾지 못해 결국은 남편이 조립을 했답니다. 참고로 짐을 2층으로 올리게 되면 그만큼 요금이 더 붙게 됩니다. 한두 개 상자 정도는 서비스로 올려주지만 많은 짐을 올릴 때는 거의 150불 정도 더 요금이 부과된다고 해요. 우리는 우리 부부가 살면서 천천히 2층으로 옮기기로 했답니다.


참, 짐을 옮겨주신 분들이 박스 버리지 말라고 알려주셨어요. 캐나다는 좋은 박스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니 훗날 이사가게 될 때 재사용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한국인의 정이란!

짠, 저렇게 진짜 내려 두고 가셨어요. ㅎㅎㅎㅎ


짐이 와서 가장 반가운 건 바로 책! 저는 책 먼저 정리를 했답니다. 한국에서 살 땐 아이들 책 2천 권, 나와 남편의 책이 약 천권 합해서 거의 3천 권 정도의 책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추리고 추려 다섯 상자만 보내야 했어요.


정리하고 나니 얼마 안되는 책에 마음이 아팠어요. 이 책으로 앞으로 2년을 버텨야 한다니...ㅠㅡㅠ

책장이 없어서 책은 일단 거실에 주욱 늘어놨답니다. 중고장터에 책장이 나와 운 좋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뭐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편하게 책을 읽으라고 매트리스를 놓아주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딩굴딩굴 거리며 책을 읽네요. 물론 강제적으로요 ㅎㅎㅎ


아이들은 맛있게 밥을 먹을때랑 저렇게 책을 읽을때가 제일 예뻐 보입니다


저는 김훈 작가의 산문집과 이혜미 시인의 시집을 번갈아 가며 읽고 있습니다. 아... 머리가 아플 땐 에세이와 시가 만병통치약입니다. 물론 타이레놀도요. ㅎㅎㅎ


그리고 나이가 들었는지 예쁜 물건보다는 편하고 실용적인 게 훨씬 낫다고 결론 내렸어요. 짐이 오기 전까지 마땅히 쓸만한 의자가 없어서 캐나다 가구점에서 딱 제 취향인 예쁜 의자를 구입했어요. 근데 두 달 가까이 써보니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아프고 발도 저리더라고요. 한국에서 부친 짐 중에 책상 전용 의자가 있었는데 오자마자 바로 교체했답니다. 괜히 책상 전용 의자가 아니더라고요. 앉자마자 '그래 바로 이거지'라며 감격... 리바트 의자 최고

올 화이트의 깔끔한 디자인에 반해 보자마자 데려온 아이
이쁜 애 옆의 편리한 애...이젠 편한게 좋아

이제 옷가지와 주방 살림 등을 정리해야 하는데 어학원 수업 과제랑 시험 때문에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는 중이라 언제 끝낼지 기약이 없네요. 그래도 한국에서 쓰던 물건들을 보니 왠지 더 반가웠어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일상의 소중한 것들이라는 걸 간만의 극적 상봉으로 알게 되네요.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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