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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Jan 24. 2022

시베리아 횡단열차 잘 타려면 이렇게

기차타고 유럽까지

학생들에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이야기 하다보면 꼭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가 통일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 기차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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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ohpleasegod/137

https://youtu.be/N6X1wLyd3so  [동영상] 시베리아 횡단열차 브이로그



<이미지출처> www.freeworldmaps.net

바이칼호를 다녀오고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온 나는 본격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게 된다. 도착지는 모스크바, 4박5일에 한화로 15만원 정도였다. 인터넷으로 허둥지둥 표만 끊고 와서 정보를 찾을 여유도 없었다. 열차의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샤워실은 있는지, 음식은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 내부에 어떤 편의시설이 있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여기저기 유투브나 네이버 검색을 해봐도, 딱히 자세한 정보는 없고 그냥 열차 내부에서의 일기 같은 것 만을 볼 수 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 때의 팁을 정리해 보자면

티켓예약: 러시아 철도청 홈페이지 https://pass.rzd.ru/main-pass/public/en, 전자티켓 프린트하기, 시간은 모스크바 표준시로 표기되어있음 => 현지시각 확인하기

좌석 : 1등실은 한 방에 침대 2개, 2등실은 한 방에 침대 4개, 3등칸은 방 없이 뻥 뚫린 일반 침대석

1등실은 식사 제공됨, 가격은 구간마다 다르지만 보통  1박 1등실 7만원~15만원, 2등실 6만원, 3등석 3만원 예상

좌석은 되도록 아랫칸 좌석을 끊기

윗 칸 좌석은 누울 수 있는 공간만 있음.  식사를 할 때는 아랫칸 좌석에 앉아서 먹을 수 있으나, 남의 자리인 지라 오래 앉아있기 좀 불편함. 미우나 고우나 내 자리가 편한데 다시 윗칸에 올라가서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곤혹임.

내부에 뜨거운 온수물 시설, 전자렌지 있음

컵라면 같은 것을 먹을 수 있음. 나의 경우는 건조미역과 쌀국수를 온수물 부어서 먹었음.

전자렌지 사용은 직원에게 부탁

음식은 한꺼번에 모두 준비해 올라타기

열차안에서 남이 먹는걸 보면서 침 꿀꺽 삼키며 참는 것도 고행이다. 중간 도착역에 매점이 있으나 간단한 간식, 빵, 과자, 음료수 이런 정도이고 가끔씩 토마토나 오이, 바나나 등을 파는 곳이 있다. 4박5일간 나의 경우 야채와 과일이 그리웠다. 

열차 탑승 전 슈퍼에서 장보기 목록

햄류, 쌀국수, 햇반, 삶은 계란, 과일류(사과), 야채류(오이, 토마토, 건조미역, 김), 씨리얼, 치즈, 과자류, 생수 및 음료수, 티, 기타 온수물 부어 먹는 음식

열차 내부에 도시락 장사가 다님, 혹은 내부에서 파는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음

열차 내부에 매점 있음: 간단한 군것질류와 컵라면류 판매

식당칸 있음

샤워 시설 150루블(2500원)

각 칸마다 충전 컨센트 있음

도난조심 : 아랫칸 좌석의 경우 기차가 중간역에 정차할 때 바깥에서 창문안으로 물건을 훔쳐가기도 한다고 한다. 일본인 친구는 옷을 도난 당했다고 하는데,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휴대폰 와이파이는 큰 기대 안하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뭔가 거창한 절차가 있을것 같지만, 타는 방법은 일반 기차 타는 것과 같았다. 열차가 도착하면 타기 전에 표와 여권을 보여주고, 올라타면 된다. 내 칸은 3등석, 뻥 뚫린 2층 침대칸이다. 물론 1등실, 2등실 처럼 방 안이었으면 안락하고 좋겠지만, 데이트 여행도 아니고 이렇게 3등칸에서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만 만약에 다음에 이걸 타게 된다면 4박5일을 한 번에 끊지 않고, 1박 단위로 끊어서 자리를 옮겨 다니더라도 아랫칸을 끊을 것 같다. 노예선 탄 것 마냥 윗칸에서 꼼짝없이 누워있으려니, 잠 자는 것 밖엔 할 일이 없다. 독서를 많이 할 것 같지만 그런 기차안에서 독서 1g도 할 수가 없다. 열차가 달리고 있을땐 와이파이도 안잡힐 뿐 더러, 그런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와이파이도 잘 되지 않는 곳이 많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항상 존재하는 듯 하다. 내 주변칸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되 보이는 아이들이 열 댓명 있었다. 조금은 부산해서 싫어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그런 싱그러운 아이들의 부산함이 좋았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아무리 저개발국이라 하더라도 기본 영어는 그래도 통하는 편이다. 그런데 러시아 사람과 이렇게 영어가 안통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hello, bye, thank you, sorry 이 정도 영어 외에는 전혀 할 줄 모르는 듯 보였다. 대장으로 보이는 푸틴과 비슷하게 생긴 성인 여자 한명이 아이들을 인솔하면서 식사를 끼니마다 챙겨주고 있었다. 그들이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의 메뉴를 보고 있노라니,  바게트 빵에 햄과 치즈 얹은 샌드위치, 메밀쌀밥, 사과, 씨리얼, 구운치킨 이런 것들이다. 매일 주 메뉴는 햄과 치즈를 얹은 샌드위치이다. 대장이 소꿉놀이 하듯 식사를 차리고, 아이들은 학교앞 매점에서 파는 것 같은 음식을 올망졸망 먹는 모습이 소박해서 보기 좋다.

나는 주로 쌀면, 라면에 햄, 건미역을 넣고 물을 부어서 정체불명의 즉석국수를 해먹었다. 러시아 슈퍼에서 파는 독특한 즉석식품이 있는데, 1회용 감자가루이다. 1회용 컵에 감자가루가 담겨있고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으면, 으깬 감자가 된다. 열차 안에서 먹는 즉석 감자는 정말 맛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행복한 건 저렴한 가격의 맛좋은 햄과 소시지이다. 이것 또한 열차안에서 먹을 음식 0순위 이다. 생각나는 일화는 러시아 맥도날드 담당자가 우리 나라 맥도날드를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이다. 한국 사람들은 햄버거를 고를 때 야채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햄버거에 고기 패티가 얼마나 푸짐하게 있냐를 먼저 본다고 한다. 그 만큼 러시아 사람들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빵에도 주로 고기를 속으로 넣은 것이 많다. 만두빵 같은 고기 속 푸짐한 러시아 빵을 먹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그런데 기차 안에서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검은 생명체는 뭐지?

 

(좌) 고기 속 가득한 러시아 빵  (우) 열차 탑승 전 장봤던 음식들 (빵, 햄, 치즈, 견과, 컵라면, 즉석감자, 과자류, 쥬스)
(좌) 즉석 감자  (우) 즉석 라면 (+햄, 미역)

좀 과묵한 러시아 사람들, 대체로 과하게 웃거나 수다떨고 하는 일이 없다. 말할 때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다. 그런데 일단 말을 트기 시작하면 또 그렇게나 정겨울 수가 없다. 계속 지켜만 보던 아이들, 자기들 끼리 노는게 좀 지루했나보다. 어느 날은 그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내 옆자리에 앉더니, 결국 내 칸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들이 왜 영어를 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다음편>

https://brunch.co.kr/@ohpleasegod/156







<작가 인스타그램>

유럽, 중동, 동남아, 남미, 인도, 터키 해외 여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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