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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Dec 30. 2021

바이칼호의 추억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

우리민족의 기원지라고도 하는 곳

이번 여름은 바이칼호로 정했다.


마침 루블도 폭락했다.

바이칼호를 가기 위해선 러시아의 파리라는 이르쿠츠크라는 대도시에 가서 거기서 다시 교통편으로 가게 된다.

블라디보스톡으로 입국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갈까, 아니면 이르쿠츠크로 입국해서 갈까?

이것이 고민이다. 그러다 결정한 것이 이르쿠츠크로 입국해서 거기서 바이칼호를 갔다가 와서,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가는 것이다.


나의 여행은 항상 한 달 간의 휴가기간에 가기 때문에 여행준비를 할 많은 여유가 없다.

항상 3일 전에 후다닥 비행편 끊고, 교통편 끊고 나서 뒷일은 나중에 처리하면 되지 이러고 간다.

숙소는 공항버스 안이나 공항에서 예약한다. 어떤 나라들은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게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도, 동남아, 이집트 같은 나라이다. 숙소를 찾아가는 비용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많은 괜찮은 숙소들이 온라인에 등록되어있지 않고 현장에서 받는 손님으로 영업을한다. 이런 나라들은 그냥 관광지 중심에 내려서 돌아다니다가 괜찮아 보이는 숙소를 들어가는게 더 낫다.   


아무튼 그렇게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4박5일 치를 일단 끊고 이르쿠츠크로 날아갔다. 그렇게 덮어놓고 일단 표부터 끊은게 나중에와서는 후회가 됬지만, '자리가 있는것만 해도 어디야' 표를 끊을 때는 항상 이렇기 마련이다.

예전 블라디보스톡에서 본 러시아인들은 과묵하고 무뚝뚝한 편이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매니저 여자는 어떤 손님에게 매일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짜증냈는데, 러시아어를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손님은 숙소비를 밀리고 장기체류 하는 듯 했다.

러시아인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자. 이러고 이르쿠츠크 숙소를 도착했지만, 숙소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처음엔 무뚝뚝하지만 일단 말을 트고 나면 정겨워지는게 러시아인이다. 하루 묵고 나서 바이칼가는 버스를 신청했는데, 하루만 있기엔 참 아쉬웠다.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한 버스는 올혼olkhon섬 후지르khuzir 마을 도착한다. 그곳에서 다시 바이칼호를 투어하는 버스를 신청해야 한다.  다행이도 다음날 바로 출발하는 투어가 있었다. 승합차는 9명 정도의 투어객을 꽉 채우고 출발했다.  

(좌) 바이칼호 마을 올혼olkhon섬 후지르khuzir 마을. 매우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항상 북적거리고 정신없고, 밤에도 번쩍번쩍 불빛 돌아가는 곳만 보다가 이런 개발이 덜된 한적한 마을이 신기하다.

(우) 후지르khuzir 마을의 숙소

저녁쯤에는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 자매가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온마을이  무대인양  마이크잡고 노래를 한다. 한적한 이 마을에 노래방 기계라도 없으면 정말 심심해서 병날 것 같기도 하다. 아주머니의 노래도 왠지 흥겹지가 않고, "아~ 지루해..." 이런 목소리가 실려온다.



(좌)바이칼호가 샤먼의 근원지라고도 한다. 시베리아 초원을 달리다보면 저렇게 나무에 오색천을 매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우)점심은 캠핑 테이플을 차리고 투어가이드가 직접 만들어준다. 생선국와 함께 쌀밥을 차려준다.

밥을 먹다가 대화의 주제는 북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런데 왜 다들 나만 보면 북한 얘기를 꺼낼까 ㅎㅎㅎ

난 그 세계와 그다지 관련이 없는 인물인데, 아무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면 그 옆이 바로 북한이라는 사실에 다들 흥미로와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언어와 남한의 언어가 같은 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다르다면 다른데, 일단 의사소통이 가능한건 확실하다.

"북한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야? 같은 민족이라 느껴?" 

아악~ 이제그만, 난 밀린 아파트 관리비가 너무 비싸서 불만인 그저 그런 서민일 뿐이다.



바이칼호 풍경

제일 유명한 곳이 샤먼바위(좌, 부르한 바위)이다. 이곳은 징기스칸이 죽어서 묻혔다는 곳인데 진위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예전부터 샤먼바위는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며, 각종 의식과 제사가 치러졌다고 한다.


역시 이곳 바이칼호도 자본주의의 복잡함이나 화려함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존해 놓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관광객은 많이 몰려오는 곳이다. 강변을 따라 주욱 늘어선 아기자기한 예쁜 카페도, 알록달록 갖가지 공계품들로 빼곡하게 장식해 놓은 기념품 샵, 시끌벅적 호객행위, 이런 것들도 그다지 없다.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아직 관광지로 덜 개발된 야생적 모습의 매력이 있는 곳이니, 먼 훗날에 개발이 되기 전에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그런데 좀 기분나쁘기도 하다. 시베리아를 다니다보면 몽골인들과 러시아인들이 섞여 살고 있는데, 언제부터 러시아인들에게 이런 소중한 땅들을 뺏긴 건지. 역사는 전부 우리와 같은 모습의 몽골인들의 흔적들로 남아있다. 더구나 바이칼은 우리 민족과 같은 기원이라는 부랴트족의 땅이 아니었던가. 아마도 우리 역사의 관심이 중국쪽 뿐만 아니라 이곳으로 더 확장좀 시켜야겠다.



<샤먼바위 전설>

‘옛날 옛날에 바이칼이라는 늙은 영웅이 살고 있었다. 젊은 시절 그는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일으키며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의 명성과 이름만 추억처럼 남은 늙은 영웅이었다. 이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져가고 있는 바이칼에는 여전히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그의 아름다운 딸이었다. 호수 빛 눈에 황금 색깔의 머릿결을 지닌 바이칼의 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바이칼은 딸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갔다. 그 딸의 이름은 앙가라였다. 바이칼은 딸의 아름다움을 본 다른 사람들이 딸에게 혹시 해를 가할까 밤낮 걱정했다. 걱정 끝에 바이칼은 딸 앙가라를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볼 수 없게 호수 깊이 숨겨놓았다. 갑자기 아버지에게 끌려 바이칼 호수 속에 갇힌 앙가라는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앙가라의 눈물은 호수의 물을 더욱 깊게 만들었고, 바이칼 호수는 앙가라의 눈물로 점점 푸른빛을 더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앙가라는 물 표면으로 나와 한숨을 지으며 바이칼 빛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갈매기 한 마리가 큰 소리로 울며 날아왔다. “갈매기야, 너는 어디서 날아왔니? 나도 너처럼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구나” 그러자 갈매기가 “앙가라 아가씨. 물속에서 사시기에 너무 힘드시지요. 아가씨를 위해 제가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갈매기는 날마다 날아와 앙가라의 어깨에 앉아서 자신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본 온갖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아가씨가 살고 있는 호수를 따라 며칠을 날아가면 큰 강이 있는 마을이 나오지요. 그 강가에 멋진 수염에 건장한 용사 한 명이 살고 있답니다. 예니세이라는 그 용사는 지금껏 수많은 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지요. 세상의 모든 아가씨들은 예니세이를 흠모한답니다” 갈매기의 말을 들은 앙가라는 예니세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아, 한 번이라도 세상으로 나가 예니세이를 만나 볼 수 있다면…’ 그리움이 쌓이고 쌓인 어느 날, 앙가라는 바이칼이 잠든 틈을 타 호수를 빠져나갔다. 한밤 중, 잠결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퍼뜩 일어난 바이칼은 앙가라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바이칼은 바람처럼 날아 앙가라의 뒤를 쫓았다. 화가 난 바이칼은 자기 곁에 있던 커다란 바위를 번쩍 들어 앙가라의 앞길을 향해 집어던졌다. 바위는 앙가라를 덮쳐 버렸다. 앙가라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지금도 앙가라강의 입구에는 그때 바이칼이 던진 샤먼바위가 그대로 남아 있다. 딸에 대한 아버지의 집착이 낳은 비극인가?
출처 : 인천투데이(http://www.incheontoday.com)


바이칼호 원주민이라는 부랴트족은 우리민족과 닮았다고 한다.

1,500여 명의 부랴트족이 알혼섬에 살고 있지만 사람만 우리와 닮은 것이 아니었다. 서낭당, 솟대, 아기 탯줄을 문지방 아래 묻는 토속 전통, 강강술래와 흡사한 춤, 단군신화와 비슷한 아바이 게세르 신화가 모두 우리와 비슷했다.
‘사간후순’으로 불리는 삼형제바위에는 바이칼판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었다. 바이칼 세상을 연 3형제 중 한 명이 인간으로 변한 백조의 옷을 감춘 후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한 번만 옷을 입게 해달라”는 간청을 들어줬더니 백조가 되어 바이칼 호수 위로 날아가버렸다는 이야기다.
알혼섬 언저리에는 상인들의 제물이 된 처녀가 금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로 환생, 신들의 세계에서 살게 됐다는 전설도 숨쉬고 있다. 바이칼은 심청전 인당수와도 닮았다.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9141467944901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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