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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sb Jan 26. 2022

죽기전에 타봐야할 시베리아 횡단열차

오래전 티비를 보다가 우연히 듣게 된 말이 시베리아에 대한 호기심을 강하게 던졌다. 북쪽의 리더킴leader kim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다가 좋은 곳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나도 저런 멋진 여행좀 해보고 싶다.' 

그러나 당시는 소련이 해체된지 얼마 안되던 시절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 본 사람이 없던 때라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때만해도 먼 훗날 그런 거창해보이는 꿈이 현실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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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ohpleasegod/155


나는 원래 쥐어짜가며 여행하는 스타일인지라 뭐든 제일 저렴한걸 택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좌석도 볼 것 없이 당연히 3등석이다. 그런데 만약에 가격이 똑같다하면 1등석의 방 안의 자리를 택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4박5일 중 3일은 3등석, 하루 정도는 1등석 이렇게 할 것 같다. 주변의 사람들 구경하는게 더 재밌고 좋기만 하다. 

저쪽에는 어머니, 아버지, 아들 이렇게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그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계속 배꼽을 잡고 웃어댄다. 몸집이 크고 유쾌하게 생기신 어머니는 장난스럽게 뭐라뭐라 하면서 카드를 툭 쳐내리고, 아들과 아버지는 줄곧 무아지경인 듯하다. 내내 쉬지 않고 웃어대며 카드놀이 하는 그 모습이 훈훈해 보인다.

다른 저쪽에서는 방금 커플이 올라탔다. 그들은 짐을 풀고 바로 노트북을 꺼내더니 각자 컴퓨터만 보고있다. 어떤 칸에는 어린 아이가 아버지에게 배고프다 하고, 아버지는 햄을 잘라서 빵위에 얹어준다.  

나도 음식을 먹으러 아랫칸으로 내려갔더니, 아랫칸 좌석의 손님은 바뀌어있었다. 러시아인 두 자매인데, 그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러시아에서 한인 대학생들이 습격을 당했다는 뉴스를 본 지가 몇 년 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인종차별이 있을거란 그런 편견이 있었으나, 적어도 그들과의 대화에서는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고, 한국음식과 k-pop을 좋아한다고 한다. ( 피부색이고 뭐고 간에 요즘같은 시대 경제력이 최고;;;;^^ )


내 옆칸 좌석은 주방석이었다. TV나 영화관이 따로 필요가 없다. 끼니마다 차려지는 16인분의 음식을 구경하는게  서바이벌 다큐를 보는 것 같이 재밌다. 대장인 여성은 누가보면 푸틴 여동생이라 할만큼 똑같이 생겼다. 그녀는 알람이 울리자 베게 밑에 깔고 자던 과도를 꺼내더니 빵과 햄을 자르기 시작한다. 기차 안이지만 디저트와 티까지 모두 갖추어 먹나보다. 


십대의 아이들은 과도한 장난이나 소란함 없이 자기들끼리 몽실몽실 노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다. 아랫칸에 손님이 내리고 모두 비었길래 나는 노트북을 가지고 내려갔다. 레노버 요가북, 우리나라에서 중고로 싸게 산 이 터치패드 키보드로 된 노트북이 다른 나라 가면 매우 신기한 시선으로 주목받는다. 역시나 요가북은 이곳에서도 힘좀 쓰나보다. 아이들 두어명이 슬쩍 내 옆을 앉았다. 그들은 흘끔흘끔 내 노트북을 쳐다본다. 그렇게 한 두 명씩 아이들이 계속 와 앉더니 좌석칸을 꽉 채우게 되었다. 한 아이가 먼저 말을 건넨다.

"올가라는 아이가 물어보고 싶은게 있대요.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어랏! 러시아인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었다. 옆에 앉은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하는 남자아이,  살아움직이는 인형이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미소 방긋하며 말하는 모습은 더욱 천사같다. 그룹을 이룬 아이들은 바이칼호를 다녀오고 모스크바로 간다고 한다. 나와 일정이 같았다. 한 여행사에서 모집하여 그룹을 이루었고, 대장인 여성은 인솔가이드라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영국에서 다니다가 지금은 중도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고 한다. 중간에 그만두게 된 것은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한다. 왜냐고 묻자 그는 사고를 쳤다고 답했으나 그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쯤에서 상상할 수 있는건 몇 가지 밖에 없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 한다. 


"러시아 학교에서는 영어를 안 배우나봐......"

당연히 그럴줄 알았다. 미국과 사이가 안좋으니 영어에도 반감이 있겠지 했다. 그런데 대답은 의외로 중학교때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주로 문법위주로 형식적으로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 연방에서는 러시아어가 국제어이니, 아마도 러시아인들은 영어를 배울 필요성을 절실히 못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그래도 죽기전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 본 것이다. 누구처럼 좋은 곳에서 내리지 않으면 어때, 이것이면 족하다. 하하하




<작가 인스타그램>

유럽, 중동, 동남아, 남미, 인도, 터키 해외 여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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