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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n 10. 2022

아내가 마당 있는 집을 사달라고 하는 이유

내 글쓰기 5할의 지분은 아내의 몫이다

 "철수 씨 나 마당 있는 집 사줄 거죠?"

 "하하, 책 내서 마당 있는 집 살려면 더 열심히 써야겠네요"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되었다. 처음엔 막연히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졌고, 이젠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상상을 현실로 이루는 게 바람이자 꿈이 되었다.


난 전업 작가가 아니다. 전문성 있는 작가도 아니다. 하지만 취미 이상으로 글을 쓰고,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그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작가이고 싶다. 그래서 난 꾸준히 글을 쓴다. 내 글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써왔고, 지금도 상황에 따라 조금은 바뀌었지만 그 글쓰기에 대한 마음만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난 지금까지도 그랬듯 그 글에 진심이다.


글쓰기에는 진심이지만 특별히 글쓰기를 위해 돈을 투자해 배운 적도 없고, 그 흔한 유튜브 강의를 들은 적도 없다. 게다가 공대 출신 IT 엔지니어 생활로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감성을 지녔다는 편견도 따라다닌다. 하지만 난 공대가 갖는 편견 같은 특유의 메마른 감성보다는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또한 감정이 풍부하다 느낀 적이 많을 만큼 보통의 사람보다는 강한 감성을 지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나를 아는, 내 글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 직군과 내 글쓰기가 매치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름 그런 편견들도 즐기는 편이라 글 쓴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는 곧잘 하는 편이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블로그'였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내 글쓰기는 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욕심으로 번졌고, 블로그에서 그런 내 글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로그는 나의 글쓰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고, 결국 난 나와 어울리는 플랫폼을 찾아 브런치로 이사를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처음 글을 쓰며 신경 쓰지 말자던 글의 조회 수는 번번이 내 힘을 뺐다. 늘어나지 않는 조회 수와 구독자수는 마치 글의 부족함을 평가하는 느낌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겐 힘이 되는 일들이 종종 생겼다. 발행하는 글 중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조회의 글이 종종 있어왔고, 늘지 않던 구독자 수도 이런 글이 늘어나면서 차곡차곡 늘어났다. 채워지지 않던 자신감도 내 글을 응원하고, 좋아해 주는 독자분들이 늘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아내는 내 첫 번째 구독자이자, 끊임없이 내 글을 평가해 주는 비평가다. 글을 발행할 때면 매번 내 글을 읽고, 오타나 어색한 문장들이 있으면 교정, 교열 담당자청했다.

 '철수 씨, 오늘 글 좋긴 한데 세 번째 문장이 많이 어색하던데' , '오늘 글은 너무 아니던데. 읽는 내내 좀 지루했어요', '글 전체에 기승전결이 읽혔으면 좋겠는데 끝까지 결론이 없잖아요'

번번이 칭찬에 궁색하다. 웬만한 악플 저리 가라 싶을 때도 많다. 내가 쓴 글 중에 가끔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는 글들이 몇몇 있었는데 아내의 적당한 조련이 있어서 그런지 상처가 깊진 않은 듯싶다. 아내의 의도와는 다르게 가끔 상처를 받지만 그래도 내 글에 대한 생생한 피드백을 주는 아내가 고맙고, 감사하다.


그런 아내가 가끔씩 하는 말이 있다. 이젠 책을 낼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얘기가 그 말이다. 내 글이 책에 실리지 않은 건 아니다. 작년에 있었던 EBS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내 생애 첫 출간의 기쁨을 누리긴 했다. 하지만 정작 내 이름만으로 출간된 책이 없다는 게 아쉽긴 하다. 아마 아내의 말은 조금 더 분발해서 이젠 결실을 내 보라는 무언 아니 에두른 유언의 압력 행사일 것이다.


 "철수 씨, 이젠 책 내야죠. 많이도 바라지 않아요. 책 내서 인세로 나 마당 있는 집 사줄 정도면 돼요"

갑작스럽게 아내가 후욱 들어왔다. 느닷없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일하며 취미로 쓰는 글이라도 꾸준함을 잘 알기에 아내는 늘 이런 날 응원한다. 요즘 부쩍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부지런히 쓰지 못하는 내게 작은 채찍이었고, 그래도 매주 글을 발행하는 나를 응원하는 격려의 메시지였다.

  "영희 씨, 책 출간만 한다고 인세로 돈 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소설 쓸 스토리 구상 중이에요. 내가 마당 있는 집까진 아니어도 영희 씨 가꿀 텃밭 땅 몇 평은 사줄게요. 출간하면요" 

아내의 진심을 잘 알기에 부담 없이 아내의 말에 맞장구쳤지만 소설 쓸 생각은 늘 있었기에 뱉은 말에 스스로 흥이 났다.

  "영희 씨, 그래도 기왕 책 내면 '아몬드'만큼은 아니지만 김호연 소설가의 '불편한 편의점' 정도는 책을 팔아야 되지 않겠어요?"

갑작스럽게 구체적인 작가나 작품을 얘기했더니 아내 스스로도 궁금했나 보다. 게다가 집 책장에 꽂혀있는 자신이 읽었던 책이라 더욱더 그랬나 보다. 아내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 책 얼마나 팔렸는데요?"

  "음, 몇 십만 부는 팔렸을걸요. 그 정도 팔면 작가로서는 정말 대박이죠"


늘도 이루어지지 않은 꿈같은 일이지만 꿈만으로도 행복한 글쓰기의 완성이다. 살면서 행복이 별 건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주 보고 웃는 게 가장 큰 행복이지 않을까. 이 말 얼마 전 '우리들의 브루스'에서 들었던 대사인 듯싶다. 좋은 말은 이렇게도 생각나고, 쓰이고, 읽히나 보다. 그나저나 소설 써서 아내 마당 있는 집을 사줘야 될 텐데 몇 권이나 쓰고, 또 몇 권이나 팔아야 가능할까 싶다. 이러다 집은 없고 마당만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아마 그렇게라도 자투리 땅 사주면 아내는 금세 정원을 꾸밀 듯하다. 그럼 집은 그 뒤에 고민하는 걸로 하고 마당부터 사는 걸로 결정했다. 그럼 글을 먼저 써야 할지, 땅을 먼저 알아봐야 할지 고민은 내일부터 해봐야겠다. 즐거운 고민을 또 숙제로 떠안았다. 행복한 결심에, 즐거운 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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