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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Mar 12. 2024

군산 가서 짬뽕만 드시나요?

군산 <장미칼국수>에서 칼국수를 먹다

  '군산 가면 뭘 드시나요?'


  흔하게 짬뽕을 이야기하고, 부대찌개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게 칼국수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장미칼국수>였다. 나는 20년 전에 군산에서 의경 생활을 했다.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축구 열풍에 입대를 해서 배치받은 부대가 시위를 전담으로 막는 부대. 이른바 기동대였다. 


  아마도 회를 좋아하게 되고, 순대국밥을 즐겨 먹고, 부대찌개의 맛을 알아버린 것은 다 군산 덕분일 것이다. 바다가 있는 항구였고, 미군부대가 있어서 비행장 부대찌개가 유일한 외식이었고, 비상근무 때 얻어먹은 순대국밥이 너무나 맛있어서 국밥충이 되었다. 

  그러던 나에게 관광지로 유명한 군산의 명물이 짬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틈에서 뭐 다른 것은 없나 싶어서 찾아보니 칼국수가 눈에 들어왔다. 


  구시가지의 어느 구석에 유명한 칼국수집.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칼국수 하나와 돌솥비빔밥을 하나씩 두고 먹는 모습에서 호기심은 있었지만, 일단은 칼국수라서 그것만 주문했다. 사실 잔치국수에 면만 굵은 것 같은 모양이긴 했다. 모양은 일단 합격인데, 국물 맛은 어떨지? 


  먼저 양념장을 풀기 전에 국물을 드셔보길 권한다. 맑고 칼칼한 맛이 해장용으로는 딱이다. 아마도 텀블러에 넣고 아침 숙취에 해장용으로 판다면 사고 싶을 만큼? 그리고 면도 탱글하고, 풀어놓은 다진 양념 국물도 탁하지 않고, 맑고 시원하다. 


  혹시나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면, 같이 나온 김치와 반찬에 한 입 더 먹으면 또 새로운 맛으로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좀 아쉽다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탄소화물이 떙기는 것인데, 그래서 돌솥비빔밥을 같이 먹는 것 같았다. 여럿이서 먹을 때는 옆 테이블처럼 각자 비빔밥을 시켜 놓고는 가운데 칼국수를 같이 먹는 것도 좋은 선택 같았다. 

  나는 무언가를 먹기 위해서 줄을 서는 것은 즐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은 번호표를 챙겨가면서 먹긴 하는데, 그러는 와중에 맛있는 집이 나를 기분 좋게 하면 너무 반갑다. 그리고 그런 맛을 그리듯이 글을 쓸 때도 행복하다. 

  그럼에도 나도 일종의 원칙이 있다. 그 지역에서 너무 유명한 것은 먹어보지만, 다른 맛집도 한 번은 챙겨보자. 너무 유명해서 가지 못할 식당이 생겼다면, 다른 메뉴를 생각해 보는 여유는 있어야 여행이 아닐지? 아무리 그래도 군산에 짬뽕만 유명하겠나. 모르긴 해도 어쩌면 짬뽕보다 칼국수가 더 유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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