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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Aug 01. 2023

너 SNS에 올리려고 요리하지?

그렇게라도 요리 한 번 더하면 된 거지

어그로스러운 제목을 지어봤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 나에게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 말이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이 명제를 두고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정말 요리하는 걸 좋아하나?'라고 헷갈리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할 때, 나는 '3분 음식'을 먹는다. '3분 요리'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것들. 시리얼을 타서 먹거나, 레토르트 음식을 데워먹는 수준이다.


종종 아침에 토스트를 해 먹는 것이 그나마 '3분 요리'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식빵을 올리고, 같은 팬에 계란을 굽고 햄을 구워 토스트를 해 먹는다. 야채는 넣기 귀찮아서 안 넣은 이 간단한 3분 요리를 거의 매일 먹는다. 혼자 먹는 점심도 비슷하다. 냉동 주먹밥 1개와 곁들여먹을 또다른 냉동식품을 한 그릇에 올려 레인지에 넣는 것이 다다. 혹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있다.


혼자 먹을 때의 집밥. 보통 빵 하나 계란 하나 굽고 냉장고에 있는 것 한두개를 더한다.




그러나 친구나 남편이 집에 와 함께 밥을 먹는 경우라면 대부분 내가 요리를 하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배달음식을 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니 '사실 나 요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인 걸까?'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혼자서라도 요리를 해 먹지 않을까?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요리하는 일은 즐겁고 보람차다. 반면 나만을 위해 요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보면 나는 요리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타인에게 요리를 해줌으로 인해 받는 인정과 칭찬을 즐긴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혹은 상대에게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친구가 찍어준, 내가 차려준 밥상.




이렇게 따지고 보면 내가 하는 활동들 대다수가 그렇다. 직업인 기사 쓰기나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기사나 글을 쓰는 일 자체가 즐겁다기보다 그것들을 완성하고 나서 얻는 피드백과 내가 느끼는 뿌듯함이 이 일을 하는 동력이다. 글을 쓰는 것보다 글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유일한 취미인 것 같은 '기록하기' 역시 타인이 보지 않는 곳에는 잘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신만의 일기장에 일기를 켜켜이 모아두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게 모아둔 글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자기만족'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없는 개념처럼 느껴진다.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을 지칭할 용어가 필요하기에 만들어진 관념어 같다고 해야 하나.


심리학 관련 서적을 보면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칭하고 있었다. 스스로 만족을 얻는 활동보다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활동 위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 말이다.


그런데 굳이 '자기만족'적이어야 어떤 진실된 행위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남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남을 의식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SNS에 올리려고 무언가를 하는 행위는 거짓된 행위일까?




과거에 어떤 커뮤니티를 돌다가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SNS에 미친(?) 한 학생이, SNS에 'S대 합격증'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미친 듯이 공부를 해서 진짜 S대 합격증을 SNS에 올렸다는 이야기다. 이 학생의 지인은 그를 보고 퍼거슨이 말한,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명제가 흔들렸다고 썼다.  


최근 다이어트든 돈 벌기든 어떠한 목표를 세우면 SNS계정을 만들고, 공표한 후 기록을 쌓아나가는 방법들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를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아는 나머지 이러한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이런 사람들이 자존감이 낮든 말든, 어쨌든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일인 듯싶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는 '진짜' 내가 자존감이 낮더라도 할 일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자존감도 낮고 할 일도 못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그래서 나 역시 '나는 정말로 진짜로 레알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같은 고민은 그만두기로 했다. SNS에 올리려고 한 번이라도 집밥을 해 먹었다면 그것만으로 좋은 것 아닌가. SNS에 올리려고 한 편이라도 더 글을 썼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인간은 당연하게도 사회적인 동물이고, 철저히 고립됐을 때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할까? (당신이 그렇다면 칭찬 박수 짝짝짝) 제 아무리 멋쟁이라도 혼자 있는 집에서는 늘어진 티와 팬티만 입는 것이 국룰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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