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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Feb 22. 2022

요리도 글쓰기도 결국 나를 아는 일

내가 누구인지 빨리 아는 사람이 좋은 선택을 해나간다

혼자 먹을 저녁식사로 양파와 브로콜리를 듬뿍 넣고 토마토소스를 부은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치즈도 뿌렸다. 대체로 맛있게 먹었지만 양파를 씹을 때 무언가 불만족스러웠다. 먹고 나니 그릇에 양파만 잔뜩 남겨졌다. 34년 동안 몰랐던 나를 또 알게 된다.


나 어쩌면 양파를 안 좋아하는지도..

나는 양파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닌가.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것은 그다지 양파를 싫어하지 않았다는 말 같기도 하지만, 가끔 다 먹고 나면 양파가 그릇에 가득 남았던 적이 오늘 말고도 또 있었던 듯하다. 아마도 나는 양파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해먹은 연어 스테이크와 각종 야채 구이들. 여기서도 양파는 고스란히 남겨졌다.

이렇게 나를 잘 알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내가 난데 나를 모른다.


최근에 깨달은 식성 중 또 하나가 나는 푹 삶은 브로콜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브로콜리를 푹 삶으면 맛이 없고 흐물흐물해진다고 해서 거의 생것처럼 먹어왔는데.


내 취향은 브로콜리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삶아버려서 입에 넣으면 뭉개져버리는, 그 브로콜리를 치즈랑 함께 먹는 거였다.


건강을 위해 야채를 자주 먹긴 했지만 야채를 먹으면서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드물어서, 나름 신기했다. 내가 이렇게 맛있다 하면서 먹는 야채도 있었다니. 이후에도 혼자 브로콜리를 거의 반송이씩 해치워서 브로콜리를 매우 자주 구매하게 됐다.


푸욱 삶은 브로콜리랑 치즈랑 같이 입에 넣으면 정말 맛있지.

건강에 관심이 많기에 하루에 한 끼는 가볍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세끼를 모두 끌리는 식으로 먹다 보면 무섭게 살이 쪘고, 살이 찌면 소화가 안되고 무기력해졌다. 장염이 자주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일임을 알게 됐다. 다이어트 식단도 자주 들여다 보고, 다이어트 영상들도 유튜브에 뜰 때마다 봤다. 날씬하진 않더라도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는 일은 건강을 위해 필수라는 생각이다.


하루 한끼는 가볍게.




여러 식단 영상들을 보다 보면, 오래 동안 자신이 만족하는 몸을 유지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 결국 자기만의 식단을 꾸릴 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즐기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정 기간 동안만 고달픈 식사를 하고 학대 수준의 운동을 한다고 평생 그것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 당연한 말이다.


누군가 아무리 "두부를 먹고 10kg을 뺐어요"라고 해도 누군가는 한 끼를 두부로 먹는 것도 힘들어 할 수 있다. 누군가 "통밀빵 한 조각, 제로 콜라, 삶은 계란을 매일 먹었어요"라고 한다면, 저 식단을 따라 하기 편한 사람이 있고 고통일 뿐인 사람이 있다. 아니 누군가는 그걸 맨날 먹어도 폭식증에 걸려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1km만 뛰어도 목에 피맛이 올라올 수 있지만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만큼 식단이나 운동방법은 수백, 수천 가지가 있고 어떤 식단과 운동을 할 것인지는 큰 원칙 속에서 내가 선택하는 일이다. 그 조합은 수천 가지가 넘을 것이다. 결국 나를 잘 알고 내가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수록 다이어트 성공은 빠르게 올 것이다.


나름 다이어트를 했을 때 하루에 한끼는 이런 식으로 가볍게 먹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은 무엇인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하는지 살펴보고 내가 가진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를 정성들여 펼쳐놓고 싶은지 취사선택해야 한다. 온갖 것들을 모두 늘어놓는다고 재미있진 않으니깐.


요리와 다이어트, 글쓰기만 그렇겠나. 세상만사 모든 일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아는 일이다.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일이 드물다. 


누군가는 결혼이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결혼이 맞는 사람일까 아닐까. 나는 연애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아닐까. 나는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일까. 나는 어떤 직업을 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을 느끼나. 나는 어떤 옷이 어울리는 체형일까. 나, 나, 나... 내가 누군지 먼저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고, SNS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말이라고 나에게 맞는 말일 리가 없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 빨리 아는 사람이 좋은 선택들을 해나간다. 그 좋은 선택들이 쌓여 만드는 게 좋은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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