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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Mar 11. 2022

삶이 내게 준 선물이자 기적입니다.

“나는 엄마가 부자가 되면 좋겠다.”

“아니 왜?”

“그냥”

“그런게 어딨어?”
 “부자가 되면 나랑 내 주변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잖아. 사회안전망이 사라져도 두려움 없이 살만큼 부자가 되면 좋겠어.”     


저녁을 먹던 딸이 갑자기 생뚱맞은 말을 합니다.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엄마이지만 나름 냉정하고 원칙이 뚜렷한 분야가 경제영역입니다. 그래야 먼 후일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니 평소 정말 특별하지 않으면 엄마에게 경제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무슨 마음이 든 것인지 모르지만 딸은 나름 불안과 우울함을 만났나 봅니다. 

뭐 코로나 이후로 계속 집안에 갇혀있기만 하고 게다가 4학년이 되면서 취업준비까지 시작되니 마냥 행복하다는 것이 어쩌면 비정상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깊은 곳 마음의 이야기를 꺼집어 내었습니다.      


“왜, 뭐가 걱정되는데? 지금도 너는 사회안전망이 사라져도 굶어 죽지 않아. 걱정하지마. 엄마가 왜 매일 이렇게 미친 듯이 사는 줄 알아?”

“왜 그렇게 사는데?”

“너희들 때문이야. 너희들 없으면 엄마는 이렇게 열심히 안 살아. 엄마가 명품을 좋아하니? 사치를 좋아하니? 게다가 엄마는 나이 들어도 건강만 있으면 뭐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어. 나라가 망해서 쓰레기를 줍고 살아야 된다고 해도 그럴 자신있어.” 

    

“헐, 나라가 망하는데 무슨 소용이야.”

“그만큼 엄마는 어떤 상황이어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고 너희들을 지킬거야. 살면서 너희를 불안하게 한 적 있어? 너희 마음에도 최후의 순간 엄마가 있어서 든든하다. 이런 마음이 있잖아.”


“그렇지, 한 번도 아빠, 엄마가 좋은 부모 역할을 못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맞아. 든든해.”     

“그럼 된 거야. 뭘 걱정해. 엄마는 너희들이 스스로 힘을 길러서 살아갈 수 있을때까지 버터주는게 목표였어. 이제 점점 그 시간이 실제 다가오고 있어.”

딸, 아들의 표정에 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감이 보입니다.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이 묘하게 섞이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스스로 잘 살아남고 싶다는 불안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나 싶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고 실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23살 대학교 4학년때까지는 마냥 순수하게 웃고만 다녔는데 졸업을 한 그날 이후부터 나는 내 삶에 책임을 지기 위해 정말 고군분투 해야 했습니다.    

  

외벌이 아버지에 10명의 식구가 매달려 살아야 했던 형편이니 아주 어린시절부터 넉넉함과는 친한적이 없습니다. 늘 돈 때문에 절약하고 욕구를 미루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대학졸업까지 한 자식을 돌봐 달라고 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치열한 삶과의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돈을 물려줄 형편은 안되었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의식과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을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24살 나보다 현재 나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능력과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과연 아이들의 삶을 책임질 만큼 돈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공무원의 삶을 사는 내가 그것은 불가능하니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유산으로 주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경험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처럼 그들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더 발전하고 무한한 자원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그 계획의 70% 정도에 도달한 느낌이 듭니다. 

신기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은 분명 그들의 어딘가에 도달할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로 세상이 심란하다는 말이 흔해졌지만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우리집에도 그 바이러스가 스며들고 있나 봅니다. 

처음에는 무슨 배부른 소리야? 운동하고 책 읽고 공부하고 자기 발전에 신경 쓰다보면 그럴 시간이 어딨어? 하는 완전 벽창호 엄마의 꼰대 소리가 올라왔습니다.

이내 마음에서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며 상담사의 마인드로 아이들을 다시 보게 합니다.   

   

그러니 보입니다. 20대 시절 그렇게도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나의 모습이~

녀석들~ 어느새 자라 놀랍도록 쏘~옥~ 나를 빼닮아 있습니다. 

아들이 그럽니다. 

“엄마도 낯선상황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하잖아? 내가 완전 엄마를 닮아서 새로운 시간에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아. 이렇게 열심히 잘 살려고 노력하는게 맞나? 하는 마음이 들어.”     

“ㅋㅋㅋ, 아들 맞다. 엄마도 매일 뭐하러 이렇게 미친 듯이 운동하고 공부하고 상담하고 글쓰고 하나? 싶어. 그런데 말이야 그것을 안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고 마음이 더 지옥이 되더라. 너랑 나는 그렇게 해야만 행복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게 정답이야.”     


살면서 늘 누군가의 보호를 받던 내가 목숨 걸고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우리 딸, 행복이가 태어나던 그날... 저는 신비로움과 감동으로 눈물이 난다는 경험을 또렷이 했습니다.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아들걱정마라엄마가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너희들은 지켜낸다

너희 삶을 절대 대신 살수는 없지만 스스로 단단한 바위가 되어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지니는 그 순간까지 늘 너희들 옆에 버팀목으로 있을거다.’     


글을 쓰다 나도 그렇게 부모님이 지켜낸 시간이 있었기에 이 시간이라는 생각이 차오며 울컥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늘 나의 옆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는 남편도 감동입니다. 

결국 나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이만큼 자라, 남편의 지지 덕분으로 아이들을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참 세상은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나의 삶이 이토록 뜨겁고이토록 미치도록 만드는 나의 아이들은 삶이 내게 준 선물이자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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