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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Feb 24. 2022

나는 엄마에 진심입니다(연세대학교 VS 유니스트)

“정아, 그게 다 니 명줄 잇는기라. 사람이 살면서 다 한가지씩 고민은 가지고 살아간다. 니는 너그 ㅇㅇ이가 아픈기 그긴기라. 그라니까 마음 크게 묵고 살아라.”

“그런데 왜 하필 내 새끼냐고? 왜 내 새끼를 건드리냐고? 아아앜~~~~”     

세상을 살아보고 건네는 친정엄마의 큰 가르침이었지만 제게는 전혀 수용할 수 없는 분노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2년전 첫째 아이의 아픔속에 저는 심한 절망과 우울을 느끼며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찼습니다. 엄마 말처럼 살면서 누구나 아픔을 만나지만 마치 그것이 내게는 해당사항이 아닌 것처럼, 만약 꼭 만나야 하더라도 그 당시 주어진 그 상황은 아니어야 한다는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하루 하루가 참 지옥같았습니다.

사람이 죽고 싶다는 감정은 딱히 어려운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내 자신의 문제가 아닌 아이의 문제 앞에 나마저도 사라지면 저 아이는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나를 붙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아이가 내게 온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저 아이의 엄마가 된 이유가 있을거야. 신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어. 분명 나는 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심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치료를 한 후 저는 살기로 선택했습니다.      

다만 좀비같은 인생이 아니라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인생 네 까짓것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난 너한테 절대로 지지 않는다.”


엄마로써 내가 할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누가 들어도 보통은 아니다 하는 엄마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일이라면 갑자기 눈빛이 달라지고 초능력자가 되었습니다.      

제게는 딸, 아들 2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그들은 제 삶의 가장 위대한 스승입니다. 

부모가 되면서 겸손, 양보, 희생, 좌절, 희망, 인내, 감사, 행복 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모든 부모가 그렇지만 이왕이면 최고의 인재로 기르고 싶었습니다. 

처음 딸이 태어나 채 1달도 되지 않았던 그때 알록달록한 포대기로 업고 설거지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행복아,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엄마가 돈으로는 세상 최고가 되지 못하지만, 사랑은 세상 누구보다 서럽지 않게 줄게. 엄마가 진짜 최선을 다 할게.”     

그런데 처음 해보는 엄마 노릇은 참 힘들었고 어떤 반응, 어떤 결정이 아이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주고 최고의 인재로 기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매번 만나는 낯선 상황에 심하게 화를 내기도 하고 오버스러울만큼 다정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버텨갔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엄마로써 분명히 뚜렷한 메시지는 있었습니다. 

1.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진다. 

2. 권리와 책임은 동시에 오는 것이다. 

3. 인성이 없는 똑똑함는 허용하지 않는다

4. 오늘 힘들어도 내일을 위한 인내는 반드시 필요하다.   

   

엄마의 간절함과 아이들의 괴리가 생길 때면 늘 그리 얘기했었습니다.

“엄마는 다음에 혹시 누군가, 어떻게 자녀교육을 하셨어요? 하고 물으면 어휴, 진짜 힘들었어요. 얼마나 눈물 났는데요. 매일 울었어요. 하고 얘기할거야. 치~”     

드디어 2022년 아이들의 1차 교육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2019년 딸은 연세대 대신 교대를 선택하면서 명문대 타이틀을 포기하고 자기 길을 찾아갔었습니다. 

그때 저는 무엇이 그리 서러웠는지 며칠을 울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저의 작은 세상이 아이의 선택을 제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멈추지를 않았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딸은 염려와 달리 자기 선택을 행복해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올해 또 아들의 입시를 만났습니다. 

아들도 연세대학교에 합격통지서를 받았고 등록금 납부도 끝났습니다. 

이제 드디어 남들이 말하는 SKY를 보내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유니스트와 디지스트에서 합격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그러니 아들은 연세대를 포기하고 유니스트를 가겠다고 합니다.

딸의 경험이 있어 반대를 했습니다. 

‘설마 너 연세대 나와서 굶어죽기야 하겠냐? 좀 더 큰 세상으로 가보자. ’     

아들이 제게 그럽니다. 

“엄마, 나는 초 4학년부터 컴퓨터 공부가 해보고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에너지를 집중하는게 더 효과적일거야. 그 대신 나 박사까지 공부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가 되고 싶어. 그러니까 나를 믿어봐. 열심히 할게.”     

어제 아침 연세대학교 입학처에 입학 포기원을 제출했습니다. 

냉정하고 정확하게 접수 문자가 통보됩니다. 

알 수 없는 아쉬움이 가슴을 가득 채웁니다. 

지난 23년의 세월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그래도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내가 엄마로써 살아온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에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니네 키우면서 제대로 한 거 맞아? 나쁜 엄마는 아니었어?”

“엄마가 사실 엄격한 엄마였지, 그런데 그런게 있어야 아이들은 통제가 되잖아. 그래도 우리를 숨 막히게 하지는 않았어. 덕분에 나는 몰래 숨어서 게임도 많이했지만 공부도 열심히 했어. 엄마가 틀린 것은 아니야.”     

아쉬움으로 가득 차는 시간이지만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입니다.

세상에 정말 애타는 감정이 있다면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자식을 기른다는 것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엄격하면서도 온화하게냉정하면서 따듯한 그 무엇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대학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순간입니다. 

그러니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살아가며 한 치의 의심 없이 늘 한결같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참 행운입니다. 

아이들 덕분에 저는 그런 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나의 삶에 무한에너지를 쓰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기르며 깨달은 삶의 진리는 무조건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자신에 대한 애정이 살아있어야 자식도, 타인도 수용이 가능함을 분명히 만났습니다.      

삶의 한 고개를 넘어서인지 몸이 나른하니 힘이 빠집니다.

세월이 흘러 ‘그땐 그랬지’하는 시간을 마주하니 다양한 감정이 다가옵니다. 

다만 삶이 일시적으로 힘든 시간을 줄수는 있지만 그 시간이 무조건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엄마라는 자리를 부여해 준 나의 아이들에게 진심 큰절을 올립니다. 

그리고 그 역할에 진심을 다한 제 자신에게도 큰 격려를 보냅니다. 

이제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더없는 축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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