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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산책 Feb 02. 2021

싱어게인 이승윤 코드와
방탄소년단 소우주


  처음 눈에 들어온 날 알아봤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남달랐음을. 그것은 어디에도 갇혀있을 수 없는 야생의 숨결이었음을. 그러한 영혼만이 뿜어낼 수 있는 자유의 기운이었음을.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TV를 보고 있는 것보다 바깥의 세상이, 나의 다른 세상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집에 돌아와 TV를 켤 때 나는 음악을 들었다. 자연히 모두가 다 보는 드라마도 예능 프로그램들도 알지 못했다. 프랑스 우리집에도 TV는 없다.
그런 내가 외국에 살면서 유일하게 보는 TV 예능이 생겼다. 노래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노래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하는 내게 한국말 노래를 듣는 순간은 그 자체로 위로와 휴식이 돼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월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장르가 30호'라는 명언을 탄생시킨 주인공. 이승윤.

  그가 <허니>를 부를 때만 해도 '재미있는 친구네'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를 보여주기에 그 곡은 너무나 대중적이었기에. 신해철의 <연극 속에서>를 부를 때부터 그의 숨겨진 끼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유분방한 몸짓 힘이 넘치는 목소리. 그에게서 흐르는 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칼라였다. 그것은 정형화되지 않아 신선했고 잘 놀 줄 알았기에 신명이 났다. 그리고 논란의 <치티치티 뱅뱅>. 그 한곡으로 그의 영혼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자유로운 영혼이며 얼마나 아름답게 미친 사람인지를.

그가 얼마나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인지를. 어떤 사람이 오디션에서 이효리 노래를 부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 전 선곡 영상에서도 고 김성재(듀스)의 <말하자면>을 기타로 변주하며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자유로움. 어디에도 얽매여있지 않음이 세상 안에서는 도리어 족쇄가 되었다. 세상은 그를 '애매한 가수'라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분류하게 했기에. 포크 가수도 아닌 록 가수도 아닌 그렇다고 대중적이지만도 않고 예술적이지만도 않은. 그것이 그의 오랜 딜레마였을 것임을, 그것으로 그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소외시켜 왔을 것임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상은 분류하고 구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틀안에 넣어 놓아야 안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영혼은 어떤 틀로도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바람이기에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외롭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형태를 갖지 않은 자신은 네모 모양에도 세모 모양에도 담길 수 없을 뿐.

 '미친 사람 같아' 그의 노래가 끝난 후 심사위원 입에서 나온 이 말에 그의 정체성이 담겨있었다. 그가 노래하는 순간 그의 모든 몸짓에서 우리는 자유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기에. 그가 내뿜는 '똘기 충만한 매력'은 거기서 나온다. 무언가에 미친 사람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똘기는 무해하고 용감하며 순수하다.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부른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보며 그가 뿜는 아우라와 재능에 무릎을 치지 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오늘 그는 방탄소년단 노래를 불렀다. <소우주> 그 숨막히도록 찬란한 우주 언어를!


이승윤 <게인 주의> 2020. 4. 12. 카페 언플러그드 라이브
밴드 '알라리깡숑' 이승윤 자작곡 <게인 주의> 뮤비 장면

 

 경연 프로그램에 방탄소년단 노래라니. 이건 '제대로 미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의 베팅이다. 스케일 자체가 다른 자만이 저지를 수 있는 짓. 다 가지고 있는 자의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보란듯이 그는 또 한번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어떤 틀에도 담겨있지 않기에 퍼도 퍼도 계속 무언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도 저것도 가지고 있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소우주>였을까는 그의 노래 <게인 주의>에 답이 있었다. 두 노래는 결이 다른 '같은 언어'로 된 노래였기에.    


 그가 말한 게인 주의는 '개인'이 아닌 '게인'임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단어에 대한 유희로서가 아닌 완전히 다른 뜻으로서 게인을 말했기 때문이다. 게인(Gain)이란 전자 신호 용어로, 전자파가 공간에 퍼지고 전달되는 증폭률을 의미한다. '게인을 더 높여봐'란 노랫말의 뜻은 '나만의 고유한 주파수를 높여봐'란 뜻이다.
그것은 <소우주>에서의 BTS 말과 같다. 저마다 우리 모두는 작은 우주이고 그렇기에 그 자체로 빛난다는 말. 그것을 이승윤은 좀 더 직설적으로 그러나 시인의 마음을 잃지 않은 채 풀어내었다.  

게인은 너와 나 빅뱅의 부싯돌. 게인을 더 높여봐 지글대는 주파수가 은하수를 다 채울 거야. 우린 은하만한 게인이야. 넌 이미 전 우주야.  - 알라리깡숑(이승윤이 속한 밴드) <게인 주의> 가사 中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I got you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 넌 누구보다 밝게 빛나. 우린 우리대로 빛나.  - BTS <소우주> 가사 中


2020년 10월 10일, BTS 언택트 콘서트 장면들. 전 세계 100만 소우주(아미)와 연결되었다

 

 그의 말처럼, 경계에 있기에 더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 애초에 경계가 없기에 모든 것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사람. 그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있다. 모든 대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떤 땅도 가질 필요가 없었던 인디언처럼. 그렇기에 그가 부른 소우주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어떤 족보도 될 수 없고 어떤 장르로도 규정할 수 없는 그만의 색깔로 탄생되었기에. 이승윤만이 창조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였기에.

 당신은 알고 있다. 이승윤은 애매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토록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틀에 담겨있기만 한 사람은 할 수 없는 더 많은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틀에 갇히지 않는 가수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이 스스로를 거기로 데려간다는 것을.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 당신만의 멋진 우주를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고맙다. 이 눈부신 노래를 세상에 들려주어서. 멋쟁이 별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려주어서.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여 방치해둔 엄청난 게인(gain)이 드디어, 폭발할 때가 왔다. BTS가 창조한 우주와 또 다른 소우주가 나란히 평행 우주가 되어. 그를 보는 우리도 게인을 높일 준비가 된 것처럼.

 


이승윤 <게인 주의> 뮤직비디오

헤이 Mr. 갤럭시
뭘 그리 혼자 빛나고 있어
착각은 말랬지
널 우리가 지탱하고 있어
별과 별 사이엔 어둠이 더 많아



방탄소년단 <소우주> 2019 MMA

우린 빛나고 있네

각자의 방 각자의 별에서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별들도 불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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