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123일간의 혼돈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되었다.
월드컵 결승전 보다 쫄깃한 시간~ 축구야 한 경기 져도 기분은 분할 수 있어도 삶에 영향까지는 없는 편인데 탄핵 선고 시기는 정말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 밀접했다.
여행 심리도 얼어붙고 환율은 미친 듯이 널뛰고 하고 있지만 그나마 정치적으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으니 이제 6월부터는 열심히 여행업도 좋은 날이 오겠지.
그간 잠시 멈추었던 사우디의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포스팅을 올려보기로 했다.
알울라에서 이제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로 가보자.
제다는 경제적으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슬람 주요 성지 순례를 위한 관문이다.
1. 메디나
이슬람의 창시자 "모하메드"가 마지막 사역을 마치고 묻힌 곳이며 "앨 맛지드 안 나바위"는 하얀색 광장이 특징이고 이곳은 오직 무슬림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2. 메카
OO의 메카라고 광고글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바로 그 원조 of 원조, 찐, 메카이다.
모든 무슬림은 하지 기간 동안 (이슬람력으로 12월 경이고 보통 5월 말에서 6월 중) 메카에 방문하여 성스러운 검은색 휘장을 돌면서 (단체로 둥글게 둥글게) 기도를 올리는 의식을 한다.
이때 흰 옷 (아르함) 가운 같은 걸 입는데 처음에는 웬 목욕탕 가운인가 싶었다.
알울라 일정을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대추야자 케이크 한입 먹고
렌터카 반납을 위해 공항 근처에서 기름 가득을 채워본다.
유목민 캠프 체험을 다녀오느라 km 수가 예상보다 늘어나긴 해서 대략 200km는 운전한 것 같은데
자~ 물보다 기름이 싸다는 산유국의 기름값은 얼마일까?
1 리얄에 대략 350원 정도 하니까 2.2 리얄이면 800원?
1리터에 800원이면 우리나라에 절반도 안되네..
역시 산유국답다 ㅋㅋㅋ
알울라 공항에서 1시간 정도 국내선을 타고 도착한 제다
사실 3일 전 알울라를 오기 위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서 제다에 도착하였고 바로 국내선을 타느라 제다 시내는 둘러보지는 못하였다.
제다 공항 도착층으로 나오니 대형 수족관이 눈에 띈다.
그리고 종종 보이는 흰 가운을 입고 다니는 분들
제다 공항에서는 메카까지 바로 운행하는 고속 열차가 있는데 제다역을 경유하여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열차 안에는 메카 성지 순례를 위한 많은 무슬림들이 있었고 단체로 흰 가운을 입고 있어서 일반 옷을 입고 있는 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짐
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열차로 약 20여분이 걸리는데 이때 맘 놓고 있다가 제때 못 내리면 메카까지 가야 한다. 무슬림은 메카 시내 진입 자체를 불허하기 때문에 어쩌면 구속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자리에서 개종을 하여 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메카행 고속 열차는 꽤 깨끗했다.
신칸센 정도까지는 아니었어도 KTX 보다는 더 좋아 보이던데~
옆 자리에 어느 백인 남성분이 메카로 가기 위해 잠시나마 동승을 했는데 자기는 리야드에서 왔다고 하고 이번 메카 성지 순례가 처음이라고 했다.
무슬림 성지순례 기간인 "하지" 가 아닌데도 이 정도라면 그 더운 6월경은 정말 정신이 없을 듯하다.
한편으론 메카도 가보고 싶긴 했으나 무슬림이 아닌 관계로 이번 생에는 어려우니 담 기회에~
몸도 좀 피곤해서 잠시 눈이라도 붙이고 싶었지만, 잘못하다간 메카 안드로메다행이 될 수 있어서 제다 알슐라이마니아 역에 잘 내렸다.
제다 알슐라이마니아역은 와우~ 역대급으로 럭셔리했다.
이게 오일 머니 인가 싶다가도 이렇게까지 호화스럽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우버 택시를 불러서 20여분 다시 이동
여행을 하게 되면 되도록 현지 대중교통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제다에는 대중교통이 없는 듯했다.
설마 버스라도 없을까? 싶었는데 구글 지도상으로는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 보였다.
그럼 여기 시민들은 모두 어떻게 이동을 하지? 개인 차량이 있을 정도로 모두 부자인가?
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데 온갖 쇼핑몰 등이 눈에 들어온다. 우버 택시 기사님은 조금 젊어 보였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무척 신기해하고 반가웠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했는데
알울라에서 워낙 고생을 해서인지 이 정도면 아주 럭셔리 호텔급이다.
맥주 한 병을 주변 마트에서 사서 마셔보았는데 논 알코올이라 취하지가 않네.
제다에서 1박을 하고 제다를 둘러보기로 했다.
제다는 홍해에 인접해 있는 항구 도시로 우리로 치자면 부산이나 인천 같은 곳이다.
항만 시설들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는 분수대가 있다고 하는데 뭐 최대, 최고를 바라는 문화는 내가 별로 관심이 없으니..
다만, 앞으로 세계 최고 높이의 제다 타워가 건설 중이라는데 지상 168층, 높이 약 1008 미터라고 하니
현재 최고 높이인 두바이 버즈 알 아랍보다 더 높네.
홍해를 바라보며 따스한 햇살이 좋았다.
2005년 사우디 제다 반대편인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에서 3주 정도 봉사 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홍해를 갔었고 이제는 그 바다를 건너 제다에서 바라본다.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 애굽을 떠나 홍해를 건너 시간이 흐른 후 애굽땅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1월의 겨울인데도 햇살이 무척 따갑다. 그나마 덜 더운 이 시기도 이 정도라면 6~7월은 얼마나 더 더울까?
홍해를 둘러보고 출출해서 근처 중동식 식당에 가서 호무스 샐러드를 시켜보았다.
양이 꽤 많았지만 올리브 오일과 함께 제공되는 샐러드가 무척 신선하다.
혼자 아시아 동양인이 중동 식당에서 먹는 모습이 신기한 듯 가족단위로 식사하러 오신 분들과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네~
그동안 사우디에 대한 선입견들이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침대 축구한다고 욕했던 거 일부 사과드립니다.
식사를 하고 이제 뭘 할까 하다가 제다 스벅에서 밀린 업무를 좀 했다.
이제는 진짜 퇴사를 한 (4대 보험까지도 종료된) 전 회사 업무였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총괄 PM으로 맡아왔기에 사업 마무리는 어느 정도 하고 싶었다.
오후 4시쯤이 되니까 도시에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네.
해 질 녘에 기도를 하니까 그런가 보다. 무슬림들은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해 뜰 때와 질 때에 맞춰서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는데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스피커로 "알라~ 어쩌고" 시작하게 되면
아~ 해가 지기 시작하는구나 싶으면 된다. 시기별로 조금씩 시간은 다르긴 하지만 1월에는 5시 정도부터 시작하드라.
제다의 명소 "알 발라드"에 가기 전 박물관이 눈에 띄어서 가보기로 했다.
Al Taybat International City Museum 외관상으로는 뭔가 멋져 보이네
구글 평점도 나쁘진 않으니 한번 가보자.
입장료도 꽤 비싼 편이라서 기대를 해보았는데
들어가 보니 완전 투머치 박물관
보통 생각하는 여백의 미?라고 해야 하나 공간 여유도 좀 있고 작품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치를 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냥 만물상을 다 갖다 놓은 듯 한 분위기
한마디로 좀 정신이 없었다.
5시 오픈런을 해서인지 내부엔 나 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아왔다.
이거 나만 호구? 잡힌 건가 싶었는데 그래도 유명하긴 한가 보네
개인적으로는 그냥 너무 난잡한 것 같았는데, 뭐 가오를 중요시하고 이것저것 소유하는 것을 자랑으로 하는 중동 문화 중 하나이겠거니 하고 1시간도 안되어서 밖으로 나왔다.
외관은 그럴싸해 보이네.. 마치 장난감 레고 랜드 같은 느낌이다.
이제 맨발라드로 이동해 보자.
우버를 기다리는데 넓은 8차선 정도로 보이는 곳 한복판에 서 있다.
여기는 정말 차가 없으면 다니기 힘든 곳이네~ 2034년 사우디 아라비아 월드컵이 개최된다는데 그전까지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 좀 확충이 필요해 보임.
이제 제다의 밤 문화? 를 둘러보자.
알 발라드는 다음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