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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에게 쓰는 편지
감이 홍시가 되는 것처럼
삶이 좀 떫은 때라 그런가 보다.
by
스테르담
Nov 17. 2022
"어머, 아우 떫어"
뒤를 돌아보니 아내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동시에 입에 넣었던 감 한 조각을 뱉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요전 날 마트에서 사 온 감이었다.
몽글하게 생긴 것이 잘 깎아 먹으면 아삭 달달할 것 같았는데. 겉모습에 속은 걸까.
한 입 먹어보라는 아내의 종용을 냉정하리만치 뿌리쳤다.
아내의 일그러진 얼굴의 정도를 보니 도저히 맛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거 어떡하지?"
어쩔 수 있나.
아내와 나는 남은 감을 잘 놔둬보기로 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고된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때였다. 갈증이 몰려왔다. 맹맹한 물로는 달래지지 않을 갈증. 달달한 게 생각났다. 수분과 달달함. 수박이 떠올랐지만 당장 수박을 구할 순 없었다. 이내, 잊고 있던 감을 떠올렸다.
까맣게 잊고 있던 감은 어느새 붉은색 홍시가 되어 있었다.
몽글함은 그대로지만 겉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였다.
꼭지를 떼고 반을 갈라 맛을 본 순간.
눈이 번쩍 띄었다. 이렇게 달달할 수가. 나는 순식간에 홍시 두 개를 게걸스레 해치웠다.
딱딱하고 떫은 감은 어찌도 이리 부드럽고 달달한 홍시가 되어 있었을까?
짧은 시간에 일어난 변화가 내심 부러웠다.
내 안의 딱딱하고 떫은 것들이, 길지 않은 시간에 부드럽고 달달하게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감이 홍시가 되는 것처럼,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이내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다 보면 시간이 해결 방법일 때가 있다.
돌이켜 보니, 그때를 기다리지 못해 삶은 떫디 떫었던 것이다.
달달함은 떫은 것에서 온다.
부드러움 또한 딱딱함을 거쳐야 한다.
다 때가 있는 것이다.
떫을 때. 달달할 때. 딱딱할 때. 떫을 때.
어느 하나를 좋다고 말할 순 없다.
그것들이 아웅다웅하며 그 어떠한 '때'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니까.
홍시는 게눈 감추듯 사라졌지만.
생각은 그러하지 않고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지금은
삶이 좀 떫은 때라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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