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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06. 2022

'해장국'보다 '해장글'

아, 속이 참 시원~하다.

이번 생에 나는 술과 인연이 없다.

소주 반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겋게 타오르고, 속은 뒤집어질 준비를 한다.


내 돈으로 술을 사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있으니 술을 꼭 마셔야 하는 때가 있다. 나는 술과 인연이 아니라고 하지만, 직장인은 술과의 인연을 피할 수 없다.


오늘도 거하게 한 잔 했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넙죽 받아야만 했다. 취하지 말아야겠다는 정신은 여전하지만, 속은 이미 뒤집어진 상태. 술자리에선 그렇게 졸리더니, 집에 오니 어느새 잠은 싹 달아나 있다. 잠으로 지금의 고통을 잊고 싶은데, 누우면 침대가 빙글빙글 돈다. 숙취와의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책 읽기도 힘들고, 운동은 못하겠고.

뭘 먹지도 못하겠고. 머리는 지끈, 속은 울렁.


멀뚱한 새벽이 그저 야속하다.

야속한 이 시간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우선, 속이 편해져야 한다.

'속'은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술로 부대끼는 몸'속'과, 마음'속'.

둘 중 하나라도 달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렁 대는 속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그렇다면 속 마음이라도 달래 볼까.


글을 써본다.

한 자 한 자 적어가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울렁댐마저 수그러든다.


그 어느 해장국으로도 달래지지 않던 속이었는데.

새로운 해장 방법을 찾아내었다.


'해장국'보다 '해장글'.

아, 속이 참 시원~하다.


이제, 잠을 좀 청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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