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st in Translation May 14. 2016

무너지는 핀란드 교육

헬싱키 이코노미스트, 2016년 5월 14일

원문 : Helsinking


헬싱키에 있는 히이덴키비 종합중등학교(Hiidenkivi Comprehensive School) 주차장에는 차가 한 대도 없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대다수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통학을 한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테이블이 4개가 있는데, 다양한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그룹으로 짝지어 앉는다.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가지고 발표를 한다. 또 다른 학생들은 복도 벽에 기대어서 숙제를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시험은 거의 없는 편이다. 점심이 되면 저학년 학생들은 집에 가는데, 그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거의 없다. 


지난 2000년 핀란드는 읽기, 과학, 그리고 수학 과목에서 PISA 성적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았다. 그 이후로 이 국가의 수만 명의 영재들은 똑같은 내용만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PISA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the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라는 뜻이며 세계 60여 개국의 15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실시되는 평가제도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 그리고 중국의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꾸준하게 최상위 등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와 달리, 핀란드는 학생들에게 많은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학교 교육(공교육)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교육부에서 일을 한 파시 사흘베르그(Pasi Sahlberg)는 세계교육개혁운동(Global Education Reform Movement)으로부터 핀란드는 뒤쳐지고 있다고 걱정스러워했다. 이 운동은 소위 '세균(GERM)'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학교 간의 경쟁이나 평준화 시험, 학생 성적 책임, 그리고 기본적 지식 함양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반대론자들이 경멸스럽게 부르는 용어이다. 교육 개혁은 미국의 수많은 자율형 공립학교(차터스쿨)들, 잉글랜드 교육부로부터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은 스코틀랜드, 스웨덴에 적절히 심어졌고, 그리고 미국의 공립학교를 대변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모델이다.


하지만 핀란드 내부에서는 이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현지 교육 전문가들은 제도에 심각한 염려를 언급하고 있다. 2009년과 2012년 핀란드 PISA 성적이 하락했다. <다음 PISA 성적은 올해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란다> 데이터에 따르면 핀란드의 성적은 세기가 바뀌고 나서부터 서서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일수록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고 토착 핀란드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성적이 좋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점차 떨어지고 있다. 좀 더 세분화하자면, 핀란드로 이민을 온 가정의 여자 학생들이, 그리고 토착 핀란드 가정의 남자 학생들의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핀란드 15세 학생 8명 가운데 1명은 공부하는 데 필요한 읽기 능력을 습득하지 못했다. 


이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도 있다. 학교에 있을 때 핀란드의 어린 학생들은 놀랍게도 매우 침울해진다. 14~15세 학생들 가운데 절반은 선생님이 자신을 그다지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른 OECD 국가들의 학생들보다 교실 환경이 학습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핀란드 학생들의 수가 훨씬 많다. 핀란드의 아동 관련 행정감찰관인 투마스 쿠르틸라(Tuomas Kurtilla)는 14~15세 여학생들의 20~25%가 학교 카운슬링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사흘베르그는 핀란드 교육제도가 노키아(Nokia)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한다면서 상위로 가기 위한 혁신을 실패한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핀란드 교육의 전통이었다고 헬싱키 대학의 시르쿠 쿠피아이넨(Sirkku Kupiainen) 교수가 대답했다. 50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핀란드 루터교 교회는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핀란드인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2000~2009년 사이에 하루에 읽기를 30분 이상 한다고 말한 15세 학생들의 수는 절반에서 1/3으로 줄어들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스마트폰의 유혹에 사로잡힌 학생들을 보며 한탄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평가기관에서 일을 하는 팀 오츠(Tim Oates)는 젊은 세대 문화의 변화로 곤혹을 치르는 국가는 핀란드뿐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교육 관련해서 더욱 단단하게 조이는 방법을 통해 변화에 대처한다. 하지만 핀란드는 보다 세심하면서도 학생 주도 자율 개념을 더욱 강조한다. 지난 8월에 핀란드 전역의 313 군데 지방 자지체들은 학습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국적 교육제도를 발표했다. 


이 제도에 수록된 커리큘럼의 특징은 예술이 보다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미술과 음악, 그리고 "사회현상을 토대로 하는 학습"이 늘어났다. 여러 과목이 융합된 팀 프로젝트가 우선적으로 책정되었다. 예를 들어서, 히이덴키비 학교에서는 지구의 기원을 공부하는 과목을 신설할 예정인데, 빅뱅이론에 종교적 함의와 더불어 핀란드 시를 합치는 융합 학습을 지도할 것이라고 한다.


Finnishing school


회의론자들은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한다. 첫 번째는 불균등(inequality)이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과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 간의 차이가 OECD에서 제일 작았지만, 그것도 2000년 전의 이야기다. 21세기 이후로 그 차이가 점차 넓혀지고 있다. 쿠르틸라는 돈이 많은 부모는 자식을 가능하면 좋은 학군으로 전입시키고자 노력하고, 더욱 경쟁력 있는 음악 과외를 하게 지도함으로써 새로운 커리큘럼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교실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토대로 하는 학습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학생일수록 중요 과목에 공부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로써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또한 이들은 새로운 커리큘럼과 교육제도가 과거 핀란드를 성공으로 이끈 것의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문화, 역사, 그리고 전통적인 교육방식의 색다른(idiosyncratic) 융합을 의미하는 성공 말이다. 싱크탱크인 교육시장개선센터의 가브리엘 헬레르 살그렌(Gabriel Heller Sahlgren)은 1965년부터 2000년까지 핀란드 학생들의 높은 성과라 불리는 다양한 것들이 오늘날의 학교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핀란드라는 국가가 내세우는 몇몇 장점들은 다른 국가들이 따라 하기가 힘들다. 특히 옛날에는 교권의 지위가 사회적으로 매우 높았다. 의사 다음으로 선호되는 직업이 바로 교사였다. <이런 사회적 경향은 19세기 러시아의 억압으로부터 조국의 문화를 수호하고자 노력한 핀란드 선생님들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늦게 된 핀란드는 1960년대에 모든 교육제도를 일순간에 만들었다. 쿠피아이넨 교수는 'PISA 세대'의 부모들은 성공을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고, 교육의 힘을 수호했다. 요즘의 젊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과거 세대의 근면성실함을 이어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한다. 


교육제도 개혁론자들은 핀란드의 부상(rise)에서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친구들보다 뒤쳐지는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을, 그리고 선생님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핀란드의 어린 학생들은 이제는 더 이상 PISA 성적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면서 과거보다는 약간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새로운 교육제도를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성공을 하고픈 학생들의 의지가 교실 안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한다. "10년 전에는 교육이 핀란드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였습니다."라고 히이덴키비 종합중등학교의 일포 키비부리(Ilpo Kivivuori) 교감 선생님은 말한다. 그는 이어서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중요해지지 않았죠."라고 말한다. 교육 개혁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지도, 혹은 없는지도 확신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