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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May 17. 2016

노벨 문학상을 위한 한국 정부의 분투

마이탈리 G. 라오, 2016년 1월 28일, 뉴요커 매거진

원문 : Can a Big Government Push Bring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to South Korea?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조선의 4번째 통치자였던 세종대왕의 늠름한 동상이 양쪽의 12차로 도로에 둘러싸인 채 세워져 있다. 세종대왕 동상 뒤에는 경복궁이 있는데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이곳을 사용한다. 측우기(rain gauge) 발명과 농노들을 위한 출산휴가 정책화 등 세종대왕의 업적은 다양하고 주목할 만하지만, 오늘날 한국인들 대다수는 그를 한글을 창제한 인물이라고 기억한다. 한글은 한국의 알파벳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국가공휴일인 한글날이 돌아오는데, 이때 관련 기념행사가 많이 열리기도 한다.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그 뜻을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언급하면서 1446년에 한글 창제를 선포했다. "내 그들을 불쌍히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이 쉽게 배우고 매일 익혀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한글이라는 자국 언어를 공식적으로 갖게 된 한국인들은 더 이상 중국의 알파벳인 한자를 쓰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후세에 통치자들은 한글 사용을 금했다. 왜냐하면 한글을 접한 백성들이 서로 간 정보를 보다 쉽게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한글은 한국의 문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문자언어에 대한 세종대왕의 사랑은 매우 유별났다. 그는 말년에 가서 심한 눈병을 앓았는데, 그 원인은 과도한 독서에 있었다고 한다.


한글이라는 문자언어를 향한 각별한 사랑과 숭배는 지금도 한국 문화의 주요 근간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서점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아주 고상한 구절을 건물에 걸어놓았다. 한국의 식자율은 무려 98%에 이른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행사가 취소될 거라는 논의가 오고 가기 전에 서울국제도서전 기획자들은 약 4천 명의 관객들이 5일 동안 강남 행사장을 방문할 거라고 예상했다. <궁극적으로, 이 행사는 1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의 출판업계는 평균 27억 달러 정도의 판매량을 매년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가 직접 지원한 파주출판단지에는 250개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출판단지 건물은 유독 천장이 높고 넓은 창이 특징이다. 이 창을 통해서 엄청 큰 가로수와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 그리고 구불구불한 개울을 볼 수가 있다. 완공될 당시 파주출판단지의 면적은 370 에이커(40만 평)에 육박했다. 또한 이 구역의 본질적인 사명은 "잃어버렸던 인간성 회복"이다. 


한국인 출판업자들은 매년 새로운 책을 4만 권 가까이 펴낸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일고 있는 걸까? 물론 이 질문의 답은 현재까지 논쟁거리다. 영국의 한 컨설팅 업체가 주도한 2005년 대규모 설문조사에서는 한국이 1인당 독서에 할당하는 시간이 세계 주요 선진 30개국 가운데서 제일 적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인도가 1위였고 미국은 23위를 기록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정부는 도서관 사용과 학교에서의 독서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8~19세 학생들은 정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말이죠, 문학을 읽는 것은 학업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중학교를 다니든, 아니면 고등학교를 다니든 상관없어요. 제가 15~20년 전쯤에, 학생이었을 때 독서는 그저 시간낭비라고 여기는 풍조가 있었답니다."라고 허정범이 말했다. 올해 34세인 허정범은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을 읽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저에게 '왜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냐? 그 시간에 차라리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 수능을 잘 보려면 모의고사를 잘 봐야 하잖아.'라고 말하더군요."


요즘 한국 정부는 젊은 청소년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국 문학에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은 최근에 광화문 건너편에 있는 한 빌딩에서 국내 문학 번역과 출판을 위한 연례 워크숍을 개최했었다. 이번 행사는 14번째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예산은 1천만 달러 정도고, 총직원 수는 8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이 단체는 국내 문학 번역을 지원하며 전 세계에 한국인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 워크숍 주제는 "한국 문학의 지구촌 프로모션(Global Promotion of K-Books)"이었고, 한국의 출판업자, 편집자, 번역자, 그리고 러시아, 싱가포르, 영국, 일본, 미국에서 온 변호사들로 워크숍 장소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동시통역가들은 구석의 검은 부스에 앉아서 무대 위의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을 실시간 여러 언어로 풀이하고 있었고, 청중들은 아주 조그마한 검은 이어폰을 연신 움켜쥔 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연례 워크숍은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하는 여러 행사들 가운데 하나다. 서울 강남에 5층짜리 건물에 사무실을 둔 이 단체는 무료 번역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계간지를 간행하고, 번역서를 출간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전 세계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한국 작가들을 보내는 것을 돕는다. 또한 이 단체는 아주 거대한 야망을 품고 있다. "중국과 일본 작가들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라고 2012년 코리아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의 김성곤 원장은 말한 바 있다. "이제는 우리 한국 작가도 그러한 매우 영광스러운 상을 수상할 때라고 봅니다."




한국 작가의 노벨상 수상 염원은 김성곤을 비롯한 한국인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국내총생산(GDP)이 1조 4천억 원에 다다르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갖춘 강대국이다. 캐나다와 호주는 한국과 비슷한 순위에 놓여 있다. 하지만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각각 22명과 13명이 나왔던 반면 한국은 오직 한 명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 뿐이다. 노벨상 수상 순위를 따진다면 한국은 룩셈부르크, 동티모르, 그리고 세인트 루시아라는 국가보다 아래에 놓인다. <이들 국가의 노벨상 수상자는 각각 2명이다> 2015년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개된 이후 한국 출신이면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원인 제이 킴(Jay Kim)은 코리아 타임스에 짧은 칼럼을 기고하면서 자신의 모국이 이번에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한탄했다. "이 정도 경제 강대국에서 아무런 성취를 못했다는 점은 꽤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그는 썼다.


노벨 위원회에 자국의 문학을 더욱 어필하는 과정에서 남다른 역할을 맡는 정부는 한국만 유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출신의 프랑스 작가인 가오싱젠(Gao Xingjian)이 2000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자국인의 수상을 위해서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캠페인을 과거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펼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줄리아 로벨(Jullia Lovell)이 쓴 연대기, [문화수도의 정치학: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중국의 여정]에 자세히 나온다. 당시 노벨 위원회가 중국을 강력하면서도 현대화가 잘 된 국제적 문명사회라고 단언했다는 점을 로벨은 저서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가오싱젠의 수상은 중국 공산당의 노벨상 수상 노력을 결코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그의 작품에는 공산당에 대항하는 반체제 인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가오싱젠은 프랑스로 귀화한 인물이었다.


엄청 많은 규모는 아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국의 문학 작가들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맡는 번역 조직들은 몇몇 국가에서 발견 가능하다. "덴마크 쪽은 끝내주고요, 노르웨이는 정말로 좋고, 독일 쪽 기관은 아주 효율적이지요."라고 채드 포스트(Chad Post)가 말했다. 포스트는 로체스터 대학 산하 비영리 문학 전문 출판사 오픈 레터(Open Letter)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자국 문학 번역을 중요시하는 여러 단체들과 일을 한 바 있다. "자국 언어가 널리 쓰이지 않는 국가들, 이를테면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 같은 곳에서는 번역에 남다른 중점을 찍습니다. 또한 문학 관련 단체들을 잘 조직하면서 추후에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은 예산과 범위라는 측면에서 이들 국가의 유사기관들과는 약간 다르다. "한국이 앞서 언급학 국가들과 다른 점은 문학 번역에 엄청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점일 겁니다. 하지만 가장 대비되는 점은 한국 고유의 번역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트의 시각에서 보자면, 한국문학번역원이 제공하는 번역가 관련 프로그램과 더불어 국내외 출판사나 주제와 상관없이 어떤 작품이든지 (선별이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을 지원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일무이하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라도 한국은 반드시 노벨 위원회가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이것은 한국문학번역원이 현재 직면한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가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는 한국 문학에 푹 빠져있는 애독자 장윤(Yun Jang)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 문학이 노벨 위원회의 선호도와 거리가 먼 이유로써 "번역"을 꼽았다. "한글은 아주 정밀한 언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에도 뛰어난 작가들이 많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불만이에요. 노벨 위원회는 한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인 작가가 수상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들어서 고은(Ko Un)이라는 한 한국인 이름이 노벨상 문학상 후보군에 자주 등장한다. 그는 나이가 80대인 고령의 불교 수도승이자 사회운동가며 시인이다. 1970~80년대에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수감된 적이 있었던 그는 석방된 다음부터 글을 연달아 쓰기 시작했다. "자유를 되찾은 1990년대부터 그는 여러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매년 4~5개의 작품을 내놓았어요."라고 고은 작품을 번역했고, 서울의 단국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안선재 교수(Brother Anthony of Taize)가 나에게 말했다. 고은의 작품은 광범위하다. 그는 연애시, 민중시, 역사적 사실을 다룬 시, 그리고 자연에 대한 명상록을 썼다. 지난해 가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에 영국의 사설 도박업체인 래드브로크(Ladbrokes)는 고은을 수상 가능성이 높은 다크호스라고 평가했다. 고은이 수상할 확률은 1/40이었지만, 발표 시점이 다가오자 그의 확률은 1/20으로 높아져갔다.


나는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가 바로 몇 시간 전쯤에 안선재 교수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안선재 교수 컴퓨터 화면에 한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덴마크의 한 언론인이 보낸 이메일이었는데 제목에는 "노벨상"과 "고은"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안선재 교수는 한숨을 쉬었다. 기자들로부터 요청받는 인터뷰나 답변을 미리 피하는 것은 이제 연례행사가 되고야 말았다. 한국의 현대 여성들의 낭만과 커리어를 다루는 작품을 쓴 정이현(Jeong I-hyeon)은 나에게 이때쯤 몰려드는 기자들의 요청, 이를테면 인터뷰를 하거나 고은이 수상을 했다고 전제를 깔면서 축하 메시지 보내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 미리 거절하다고 말했다. 기자를 비롯한 언론인들의 열정이 떠오르자 정이현은 멋쩍은 듯이 웃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녀는 정색했다. "노벨상 수상을 누가 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의와 전망이 있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저는 마치 제가 잘못 행동한 것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한 정이현은 이어서 "예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요? 저는 한국인 작가입니다. 하지만 노벨상을 수상하거나 그런 만족감을 사람들에게 줄 만한 능력을 지닌 작가는 결코 아닙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노벨상 수상과 관련되어 전국민적인 관심과 염원이 작가 고은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유독 이상하게도 한국인들 사이에서 그는 유명하지가 않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서울국제도서전에 고은이 직접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만 5천 명이나 되는 전체 관객들 가운데서 그를 보러 부스를 방문한 사람은 고작 50명 정도였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은 고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안선재 교수가 말했다. 고은 나이가 80대이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는 것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은 말고 노벨상을 도전할 만한 한국인 작가들도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찰스 몽고메리(Charles Montgomery) 동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ktilt.com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한국의 주요 문학 작가들을 영문으로 소개한다. 몽고메리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를 선별하는 스웨덴 학술원이 선호하는 작가들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은 여성보다 남성을 더욱 선호합니다. 또한 장기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계속 유지한 사람을 중요시하다 보니까 나이가 든 작가들을 선호합니다. 정치적 영웅을 좋아합니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자신의 인생을 부조리에 맞서 싸운 사람들도 물론 포함됩니다. 물론 고은도 이 카테고리에 들어가겠죠. 만약 고은이 수상하지 못한다면 최소 25년 동안 여기서 후보로 내세울 만한 작가는 없을 겁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벨상 수상만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풍조에 딴죽을 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한국인들이 펼치는 캠페인 내용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을,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면서 '우리가 이대로 진행만 한다면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반드시 나올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라고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한국문학번역원의 몇몇 프로젝트를 번역한 나수호(Charles La Shure) 교수가 말했다. 그는 "캠페인이나 인위적인 노력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노벨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최소 문학만 국한하자면,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지요."라고 이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문학번역원은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 가능한 국내의 젊은 작가들을 위해서 지원과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이현과 인터뷰를 했을 때, 당시 그녀 곁에는 또 다른 작가 한 명이 있었는데, 작가이자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경욱(Kim Kyung-uk)이었다. 정이현과 김경욱은 두 명의 한국문학번역원 직원, 그리고 오텀 힐 북스(Autumn Hill Books)라는 소규모 출판사를 운영하는 미국인 러셀 발렌티노(Russell Valentino)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발렌티노가 자신의 출판사를 통해 번역 출간하고픈 한국인 작가들을 찾는 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 발렌티노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선한 아주 바쁜 일정을 통해서 정이현과 김경욱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지난해 가을 채드 포스트도 딥 벨럼(Deep Vellum)의 편집자인 윌 에반스(Will Evans), 뉴 베셀 프레스(New Vessel Press)의 로스 우프버그(Ross Ufberg)와 함께 한국문학번역원의 후원으로 한국을 방문해 곳곳을 여행했다. "여행과 체류에 관해서 모든 비용을 그 단체가 지원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당시 최고급 호텔에 머물렀는데요, 제 생애에서 그렇게 깨끗한 화장실은 처음 보았습니다. 모든 과정이 완벽했습니다."라고 포스트가 말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 여행이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한국에 체류하면서 발견한 현지 작가들을 미국 출판사 통해서 번역 및 출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해외 출판업자들을 한 명씩 따로따로 만나는 것은 당연하게도 시간이 엄청 걸리기 마련이다. 해외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을 서둘러 소개하고자 한국문학번역원은 미국 텍사스에 자체적인 출판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워크숍에 참여한 채동배(Don D. Chae)는 텍사스 주 댈러스 법원 판사인데, 그는 청중 앞에서 '한국문학번역원 출판부 미국지사 설립에 있어 중요한 법적 현안들(Legal Issues in the Opening of an L.T.I. Korea Publishing House in U.S.)'라는 키노트 연설을 했다. 미국의 여러 법인 형태인 합자조합(L.P.), 유한책임회사(L.L.P.), 비영리 단체의 차이점을 설파하기 전에 채동배는 과거 텍사스 변호사로 일을 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서울로 오게 된 궁극적인 까닭, 즉 다시 말해서 '한국 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인 작가가 노벨상 수상을 할 수 있도록 약소하지만 제 나름대로 기여를 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한 그는 이어서 "그것이 바로 제가 오늘 여러분들 앞에 선 이유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론적으로는 한국문학번역원 출판부 미국지사 설립은 이 단체의 가장 큰 장애물을 뛰어넘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더욱 많은 번역의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학을 출간해달라고 설득하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번역 및 출간을 담당하는 김윤진 팀장은 나에게 "왜냐하면 그들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시장에서 수익성을 거둘지 면밀하게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이 단체가 거둔 가장 큰 성공은 상업적 타진에 골몰하지 않고 한국 문학을 출간한 달키 아카이브 프레스(Dalkey Archive Press)와의 만남이었다. 이 출판사는 일련의 한국 문학 시리즈를 출간했는데,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 하에 번역이 완료된 한국 작가들의 소설 25권이 포함되어 있다. "철저하게 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에서 온 문학 작품들을 읽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까요? 어떤 작품을 먼저 읽는 게 좋을까요?"라고 달키 아카이브 프레스의 존 오브라이언(John O'Brien)이 말했다. 이 시리즈는 이런 질문의 명확한 해답이 될 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수많은 문학 작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아예 무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달키에서 출간된 한국 작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수천 달러를 지원받은 [뉴요커]나 [하퍼]지에서 앞서 언급한 시리즈에 포함된 작품들을 리뷰하는 기사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열렬한 노력과는 상관없이 외국 독자들을 찾아가는 소수의 한국 문학 작품들이 최근에 생기기도 했다. 현대 한국인의 삶의 허무주의적 망상을 그려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쓴 작가 김영하(Kim Young-ha)는 지난 2007년에 미국 출판사인 호턴 미핀 하코트(Houghton Miffin Harcourt)와 판권 계약을 맺고 자신의 작품을 순차대로 현지에 출간했다. 2010년에 [빛의 제국]이 'Your Republic is Calling You'라는 제목으로, 2012년에는 [검은 꽃]이 'Black Flower'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보다 더욱 큰 성과는 2011년에 나왔는데 신경숙(Kyung-sook Shin)의 [엄마를 부탁해]가 'Please Look After Mom'이라는 제목으로 크노프(Knopf)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었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선정했다. 또한 [오]나 [오프라 매거진]에서도 호평을 받은 신경숙의 작품은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고야 만다. <참고로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번역은 김지영이 담당했다> 2015년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가 번역을 맡은 작가 한강(Han Kang)의 [채식주의자]는 영국에서 출간되어 상당한 인기를 끈 바 있다. 올해 2월에 이 작품은 미국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의미심장하고 상업적으로도 어필했던 각각의 이 작품들은 조셉 리(Joseph Lee)라는 독립출판 계약업자 덕택에 이뤄졌다. KL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그는 자신의 영문 이름을 유명 작가인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에서 따왔다고 한다. 축 늘어진 머리칼과 호탕한 웃음이 특징인 조셉 리는 섬뜩한 이야기를 대단히 좋아한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주인공은 수수료를 받아서 다른 사람들의 자살을 도와주는 내용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이타적인 성격의 한 여성 가장(matriarch)이 자신의 자식으로부터 버려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지속적으로 악몽을 꾸는 한 여성이 점차 광기에 빠져드는 얘기를 들려준다.


조셉 리의 덕택으로 신경숙과 김영하는 자체적으로 미국의 출판업자와 계약을 맺을 수가 있었다. 또한 황선미(Sun-mi Hwang)의 [마당으로 나온 암탉]이 미국에서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로 번역되어 출판되는 과정에서도 조셉 리의 도움이 컸다. 신경숙과 김영하는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문학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는 조셉 리의 성과는 지금도 괄목할 만하다. 그는 한국 문학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한국인들이며, 그들이 자국 문학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을 꼬집었다. "한국인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염원하기 전에, 일단 한국인들이 국내 문학에 엄청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한 조셉 리는 이어서 "많은 한국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노벨 문학상 수상만을 염원한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라고 답했다.




"만약 정부의 시각에서 현 상황을 판단한다면, 전 세계에 자국 문학을 통해서 한국을 조잡스럽게 홍보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가 있을 겁니다."라고 허정범이 나에게 말했다. "한국 문학도 K-Pop이나 다른 무언가와 비슷해요. 정부가 중간에서 간섭하는 것은 대단히 한국적입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중고등학교 때 독서를 하면 주위로부터 시간낭비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허정범은 현재 한국문학번역원의 아틀리에 과정을 이수하면서 매주 동료 학생들과 교실에서 만나 수업을 같이 듣는다.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아틀리에의 학생 4명은 열정을 다해 동료의 작품 번역을 비평한다. 토론은 활기가 넘친다. 그들이 미국 드라마 엑스 파일(X-File)의 주인공 멀더(Mulder)와 스컬리(Scully)를 비교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지난 1970년대에 한국에서 개발 열풍이 한창 불었을 때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던 특정 자재를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서 묘사할 수 있을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펼쳤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온라인 웹사이트 화면에는 "한국의 국가적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자"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실제로 이 단체가 추구하는 목표 가운데 하나다. 한국 문학 작품에서 묘사된 한국인들의 삶은 대단히 황폐화되어 있다.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작품들의 특징은 어두운 이야기와 더불어 고통으로 점철된 인간의 삶이 들어간다. 최근에 번역되어 출간된 한국 문학 작품들을 검색하는 해외 독자들은 작가 이기호의 'At Least We Can Apologize'(사과는 잘해요), 배수아의 'Nowhere to Be Found'(철수), 장은진의 'No One Writes Back'(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신경숙의 'The Girl Who Wrote Loneliness'(외딴방) 가운데서 고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정신병원 환자, 방랑객, 막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애정 없는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나는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에서 한국을 아직 방문하지 않은 외국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읽으면서 어떤 한국 이미지를 떠올리면 좋을 련지 한 번 물어봤다. 그는 한국인들이 과거에 겪었던 "어려움과 잔혹한 탄압(difficulties and atrocities)", 현대화에 들어서면서 각각의 시기에 그들이 맞서야 했던 "울분(agonies)"을 외국 독자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조셉 리도 역시 어떤 특정 우울함은 한국 문학의 본질적인 정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일본 식민주의,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 등 한국 사람들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었습니다."라고 그가 나에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상실, 불안감, 우려가 문학 속에 묘사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적인 일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구촌 해외 독자들이 한국 문학에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한국문학번역원은 비록 호의적인 내용이 아닐지라도 가능하면 모든 작품들의 번역과 출간을 타진한다. 순문학 작품뿐 아니라 해외에서 출간 가능한 장르 문학도 알아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이유 때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은 오히려 한국의 문학계를 내리막길로 떠밀 수도 있다. "고은의 노벨상 수상이 대단히 두렵습니다. 그가 수상을 한다면 한국문학번역원을 위시한 한국 정부는 승리를 선언하고 이때까지 해왔던 노력을 중단한 채 번역원 문을 닫을 것 같아서요."라고 찰스 몽고메리 교수가 말했다. 나수호 교수도 "언젠가 한국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겠죠. 하지만 그것이 이른 시일에 나타나지 않기를 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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