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의 계절

05. 여름 낭만집

by 영영

문을 열자

무언가 먼저 나를 삼켰다.

젖은 바람이었는지,

네가 두고 간 기척이었는지.


한낮의 여름은 늘 눅눅했고

그 눅눅함을 견디기 위해

나는 종종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햇빛이 구겨진 창틀 아래

엎질러진 그림자처럼 눕는다.

너는 내 옆에서

팔을 베고 자는 듯 말고 있었다.


너와 나 사이에는 땀이 아니고

숨도 아니고,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말하려다 마는 말,

흐르다 멈춘 감정.

물속에 잠긴 문장처럼—

몸짓으로도 다 건지지 못한,

그런 것들.


목 뒤가 축축했다.

어깨 아래로 스친 손끝에

내가 반응하는 건,

여름 탓이었을까.

아니면 너였을까.


어떤 계절은 말보다 먼저 몸에 스며든다.

그리고 어떤 감정은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데

계절보다 오래 남는다.


나는 그날 이후

아가미로 숨을 쉬었다.

목이 마른 것이 아니라,

그리웠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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