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여름 낭만집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는 손이
조금씩 끈적해졌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다.
차갑고 단단해서
조금은 영원할 것 같은 감촉이었다.
근데 여름은,
그 어떤 것도 오래 붙잡아두지 않더라.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 방울.
그걸 보고서야
아, 이 계절이 지금 내 손 안에 있었구나 싶었다.
천천히 녹아가는 그 움직임이
마치 여름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잡고 있어도 괜찮아.
하지만 곧 흘러내릴 거야.”
그 말에 조금 웃음이 났다.
괜찮다고,
지금 이렇게 손끝에 닿아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는 종종 여름을 그런 식으로 사랑하게 된다.
사라지기 직전의 것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붙잡는 마음으로.
그리고,
첫 입을 베어물었을 땐,
입안이 물감으로 채색되는 기분이었다.
살구색 한 점, 바닐라의 연한 크림빛,
혀끝에서부터 물들어
볼 안쪽까지 번져가는 여름의 풍경.
마치 누가 내 입안을 조심스레 칠해주는 것처럼.
붓은 아주 부드럽고,
색은 금방 스며든다.
그건 맛이라기보다
기분에 가까웠다.
바삭한 콘은 스케치북의 가장자리 같고,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은
마른 물감을 다시 적셔 쓰는 오후 같았어.
어릴 적 미술 시간처럼,
무언가를 완성하려는 마음보다
그저 물감이 섞이는 걸 지켜보는 마음.
어떤 색이 나올지 몰라도 괜찮은, 그런 태도.
여름이란 계절이
꼭 그런 느낌이다.
정해진 정답 없이,
입안 가득 무언가를 퍼뜨리고는
조용히 사라지는,
하지만 한 번 본 색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나는 오늘,
그 색 하나를 혀끝으로 기억했다.
이 계절이 내게 남긴 여름의 수채.
달고, 흐리고, 따뜻하고, 금방 사라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