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두를 신었다.
구두가 나를 신었다.
나는 오른쪽이었다.
구두는 왼쪽이었다.
나는 두 개였다.
하나는 낮았고, 하나는 모른 척했다.
무게는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래서 나는 기울었다.
누가 나를 밀지 않았지만
나는 흔들렸다.
균형이 없었다.
균형이 없는데도 나는 걸었다.
걸었다는 건 기울었다는 뜻이고,
기울었다는 건 괜찮은 척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굽이 부러졌다는 건,
어딘가 고장이 났다는 뜻이고
고장은 꼭 부서져야만 보이는 건 아니었다.
조용히, 천천히, 안쪽부터 금이 갔다.
나는 구두를 신었고, 구두는 나를 끌었다.
나는 따라갔다. 절며.
사람들은 몰랐다.
나는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응.”
“진짜?”
“…”
나는 한쪽으로만 닳았다.
말도, 마음도, 걸음도.
닳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걷는 건
고의일까? 관성일까?
그건 아무도 묻지 않았고
나는 아무에게도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부러진 구두를 고치지 않았다.
버리지도 않았다.
기억은 항상 불편한 쪽을 먼저 기억한다.
나는 오른쪽이었다.
오른쪽이 낮았다.
그쪽으로 자꾸만 쏠렸다.
나는 낮은 쪽으로만 생각했고,
낮은 쪽으로만 울었고,
낮은 쪽으로만 오래 서 있었다.
나는 묻는다.
신은 게 구두였을까,
고장 난 감정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