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찢어진 채로 숨을 쉬었다

노랗게 망가진 향이 아직도 내 안에 피고 있다.

by 영영

프리지아는 노랗다

너무 노랗다

눈이 아릴 정도로, 웃는 얼굴처럼,

나를 몰랐던 네 얼굴처럼


향이 코를 찢었다

숨이 걸리는 단내

한 번 들이마셨다가 뱉어내지 못하는 종류의

혀가 거부하는데도, 폐는 자꾸 삼키는 그런 향

그게 네 손에서 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향을 다 들었다

그날 너는, 입이 아니라 손목으로 말했지


그건 네가 좋아하던 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은 묻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는 몰랐고,

나는 모르는 척했다


프리지아는 철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찾아야 했다

겨울 골목의 축축한 꽃가게 냉장고,

차가운 비닐 위로 땀이 맺힌 봉오리들

그 안에 너 하나쯤은 있을 줄 알고


너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게 고맙다는 뜻인지,

미안하다는 뜻인지,

다시는 하지 말라는 뜻인지는

나는 아직도 모른다

아니, 알고 있다

근데 모른 척하고 싶다

그게 나였으니까


향이 따라왔다

그날 이후로,

내 방, 내 옷, 내 입 안,

그리고 내 잠,

네가 없는 모든 곳에 네 향이 묻어 있었다

비누로 씻고, 향수를 덮고,

창문을 열어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나는 코가 찢어진 채로

몇 주를 숨 쉬었다


노랑은 밝지 않았다

노랑은 망가졌다

너는 망가진 색을 좋아했다

나는 너를 좋아했다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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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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