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는 얼굴이 소녀 같아서 여든이 넘으신 줄 몰랐다. 그렇게 고운 나의 이웃, 할머니는 몇 년 전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신다. 운전도 하고 병원도 가고 동네에서 분리수거 휴지통도 제일 먼저 내놓으신다. 할머니들은 참, 우리 할머니도 호주 할머니도 달라도 또한 같다.
우리 손자가 이번에 어딜 갔다 왔는지 알아? 한국이야 한국.
나를 보며 그렇게 반갑고 신기한 표정을 보여주는 할머니. 그리고 내게 물으셨다.
그래서 내가 사우스 South 인지 노스 North 인지 물었는데 사우스래.
그럼요 여행객은 다 사우스이지요. 노스는 못 가요.
왜 너 노스 안 가봤어?
네 저는 절대 갈 수 없어요. 절대요.
왜 못 가. 북이 싫으니?
아니요. 우리는 70년 넘게 못 가고 있어요. 절대 갈 수 없어요.
너희는 자유가 없니? 어디 갈 때 허락받아야 하니?
아뇨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민주주의에요. 여기 호주 온 것처럼요. 그러나 북한은 못 가요.
왜 못 가지? 너무 안 됐다. 북에 있는 사람들도 남에 못 오니?
네 못 와요. 올 수 없어요. 저는 그래도 가족이 모두 남쪽 출신이지만, 북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가족을 만날 수 없어서 정말 슬퍼요. 그렇게 가족을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간 사람도 많아요.
아 정말 슬픈 일이다.
우리는 남과 북 가족과 가족 독재자 그 아버지의 아버지와 요즘 나오는 손녀까지 꼬리를 물듯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눈이 빨개져서 잠시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