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잘못된 유머를 사용하고 있었다. 내 엄마든 동생이든 파트너든 딸들이든 그 사람을 놀리는 식으로 사람들의 웃음과 주목을 이끌어내곤 했다. 보통의 장난과 놀림이 그렇듯 그것은 그와의 끈끈함이 바탕이 되곤 하지만 그는 종종 당황할 것이다. 가만있다가 ENFP에게 또 당하고 말았으니. 이것이 학교생활 16년 반장 회장 의장 과대 조장 등등을 해왔던 사람의 대인관계 방법이었다. 내 주변 사람을 내세워 웃음을 유발하고 나는 주목을 받고. 브런치는 자꾸 내게 반성문을 쓰게 한다.
이 사랑이 유일무이했으면 좋겠어.
그런 내게도 사랑은 유머가 아니었다. 나는 진지하고 나는 집중하고 나는 온마음을 다하고. 너는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 사랑을 믿지 않았다. 동갑이었던 그는 너무 진지했고 나는 그게 싫었으므로, 난 그를 사랑하지 않았던 게 맞다. 리더였던 그는 진지하지만 나만이 아닌 모두에게 진지했기에,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사 장난스럽고 모두가 하하하 웃기를 바라지만 '사랑'은 그것이 아니다. 이것은 사랑에 대한 나의 환상인가 결벽인가. 온 세상 단 하나뿐일 것 같은, 단 한 사람을 바라는 올곧은 마음. 그것이 사랑 아닌가.
모두가 행복한, 모두의 사람으로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나는 밤을 지새웠다. 얘에게도 카드를 써야 하고 쟤한테도 써야 하고 아 그럼 마음 상하는 애 있으면 안 되니까 모두에게 써야지. 그게 12월의 큰 과제였던 것 같다. 물론 즐거웠다.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어야지-하는 마음이었으니까. 그게 1년 같이 지낸 친구들을 위한 선물이자 도리라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모두의 마음을 얻기 위한 ENFP의 노력일 수도 있다. 물론 바라고 한 행동들은 아니지만 언제 어디서든, 흔한 말로는 인기 정돈된 언어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었을 거다.
사랑은 오직 내게만
모두를 위한 마음의 관점은 사랑에서 반대로 움직였다. 나만을 향하는 마음을 바라며 나는 자비롭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냉정함도 있었다. 어디서든 사랑받으리-라는 이미지로 발랄했던 내가 그다지 웃기지 않음을 보는 그 사랑들은 놀랐을 수 있다. 그 또한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ENFP의 욕심일 수 있다.(아, 이 대목에서 강압적 관계 같은 것이 떠오르지만 그런 류는 아님을) 고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게 유머라는 건 옳지 않았다. 이 세상 우리 둘만의 사랑인데 장난이 무슨 말인가.
사뭇 진지하다고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계속 장난을 치고 심통 나게 하고 대단한 유머를 내세우는 사람과 살고 있다. 이건 사랑이 아닌데 싶지만 함께 지내온 지도 어느새 내 나이의 절반을 향해가고 있다. 나는 진지한데 그 사람은 계속 장난을 친다. 저이가 나를 좋아하나 헷갈리네 싶은데- 이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연인이 되어도 장난은 멈추지 않았다. 니 얼굴이 더 크게 나와야지 하면서 뒤에서 밀어대는 그에게 화가 나서 부산 앞바다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와버렸다. 저 사람이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의심하던 밤들이 있었다. 그의 유머는 완전한 사랑에 대한 불신이 되었다. 도대체 언제 진지한 건데 나를 사랑하긴 하는 걸까.
이 사랑은 오래 두고 봐야 합니다.
ENFP인 나는 ISTJ인 사람과 살고 있다. 나는 어디서든 나서느라 바쁘면 그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나는 그의 조심을 답답해하고 그는 나의 앞서감을 걱정한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을 답답해하지만 그는 변화보다는 평온한 매일에 안정감을 느낀다. 나는 사랑을 표현하느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그는 말로 하지 않아도 늘 지켜보고 있음에 깊이를 둔다. 이렇게 다른데 이해가 쉬울 수 없지. 그 와중에 유머지수 높은 그는 나의 화를 돋우는 것이다. 네 사랑은 가짜인가. 나는 이렇게 가득한데. 그리고 결국 먼저 화난 내가 먼저 손을 내민다. 왜 꼭 내가 늘 지는 느낌일까. 그대는 왜 항상 그렇게 평온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