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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troBoyKorea Aug 31. 2024

인천 주안주공아파트 재건축 이야기

재건축 이후의 사회적 문제 고민

 대한주택공사 (주공)의 후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임대하고 있다.


 1970~1980년대 주공은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13평가량의 아파트를 전국 각지에 저렴하게 지어 분양했다. 전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었던 똑같이 생긴 5층 아파트, 그리고 외벽에 그려진 파란색 집 모양 로고는 주공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준공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아파트는 하나 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지어 분양한 아파트는 금방 노후화되었다. 초기의 주공아파트는 연탄보일러가 있었는데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


 넓은 땅 면적에 낮은 용적률로 지어진 5층 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세대 당 대지 지분이 많아 재건축 시 평수를 올려도 부담이 적었다.


https://blog.naver.com/parkmyunkyu/222941391574?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철거되는 신현주공 아파트 (2007년 추정)

 위 포스팅은 "루원 이편한세상 하늘채"로 재건축된 인천 서구 신현주공의 재건축 관련 정보이다. 17평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무려 26평이고, 무상 지분율이 130%라 17평 주공아파트로 33평 신축아파트를 분담금 없이 분양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공사비도 많이 오른 데다가 이렇게 대지지분이 많은 아파트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 분담금 없이 재건축을 하기가 어렵다.

 1970~1980년대에 지어진 인천의 저층 주공아파트는 위의 표와 같이 대부분 재건축이 완료되었다. 가좌 두산위브 트레지움 (구 가좌주공 2단지, 2017년 12월 입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10년 이전에 재건축이 완료되었다. 주공아파트 입주 후 30년이 되기도 전에 재건축이 된 것인데, 빠른 노후화로 인해 주거환경이 열악했다는 뜻으로 주공아파트가 얼마나 대충(?) 지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저층과 고층 단지가 섞이기는 했지만 남동구 만수동 "만수주공"이 유일하게 남은 저층 주공아파트인데, 이마저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안주공아파트

2002 인천 주안주공아파트 2867 × 4300 ⓒ2022. 미래소년픽쳐스 [출처] 무료사진 - 1221 2002년, 아파트, 주공아파트, 주안주공아파트,|작성자 미래소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6동, 1호선 간석역 1번 출구에 내리면 보이는 회색의 거대한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있다. 2008년 입주한 (이름도 거창한) 주안 더 월드 스테이트 아파트이다. 37개 동 316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주안 더 월드 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이 땅에는 1976년에 지어진 주안주공아파트가 있었다. 주안주공아파트는 1단지부터 3단지까지 있었는데, 1단지와 2단지는 주안 더 월드 스테이트로, 3단지는 간석 풍림 아이원 (2004년 입주)으로 각각 재건축되었다.


 올해가 2024년이니 주안 더 월드 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선 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자연스럽게 주안주공아파트는 사람들의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가 이제는 그 사진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인터넷상에서 틈틈이 모아 온 주안주공아파트의 옛 사진들을 소개하고, 이 아파트에 얽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철거 및 이주 전 주안주공아파트 전경, 2003년 경.

 사진의 구도를 보면, 인천 여성복지관 옥상에서 찍은 사진으로 추측된다. 좌측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는 간석역 북측에 있는 우성아파트이다. 사진 우측 상단 구석에 간석 풍림 아파트가 공사 중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2003년 경 촬영된 사진인 것 같다. 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어 높이가 아파트 5층을 넘는다.

2002년 봄의 주안주공아파트

 벚꽃이 만개한 배경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보인다. 단지의 어느 방면에서 사진을 찍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금은 도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아 카니발 II, 현대 베르나, 대우 마티즈 II가 이 사진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말해준다.

2003년 경

2003년 시점에서는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승인이 났다. 풍림산업과 벽산건설은 주안 더 월드 스테이트 아파트의 공동 시공사가 된다.

2003.05.06. 재건축 건축심의 완료

2003년, 조금 더 사업이 진행되어 건축심의까지 완료되었다는 내용이다. 35동이다. 3단지는 간석 풍림아파트 자리인데, 왜 여기다가 1,2단지 플래카드를 걸어놓았나? 아니면 35동 등의 30번대 동도 1,2단지였던 건가?  생각해 보니까 2003년 주안주공 3단지는 이미 헐린 시점이다. 35동을 비롯한 30번대 동도 1,2 단지에 속해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주안주공 올해 안에 착공한다... 이주율 65% 순항", 2004년 5월 28일, 주거환경신문

 위 신문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지 내 빈 공터에 주민들이 작은 텃밭을 가꿨다는 부분이다. 요즘에는 아파트 화단에 작물을 심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촬영시기 미상.

재건축조합사무실 겸 아파트 관리 사무소. 주공아파트의 단지 시설 일부다. 다른 재건축, 재개발 철거 현장도 그렇지만 특히 주안주공아파트는 전국철거민연합회 (전철연)를 필두로 한 철거민들의 반발이 특히 거셌다고 한다. 그래서 재건축 총회를 할 때면 이들의 방해를 막기 위해 입구에 용역들이 지키면서 조합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한다..

2005년 초. 20동 옥상위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는 철거민들.

https://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1750.html

14 가구 22명 9일째…재건축철거 항의 ‘살 곳’ 요구

재건축 중인 인천시 남구 주안동 주안주공아파트 세입자 14 가구 22명(어린이 8명 포함)이 이 아파트 20동 옥상에서 갈곳 마련을 요구하며 9일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 철거민 일부는 "어린이를 데리고" 추운 겨울날 사람들이 모두 떠난 아파트 옥상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가수용 단지 △영구임대주택 마련을 요구했지만, "세입자의 경우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이 해지돼 나가는 것이므로 복지 차원에서 지원되는 것 외에는 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남구청 (현 미추홀구청)의 말처럼 철거민들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

2006년 경. 남구청에서

아파트가 헐리자 철거민들은 곧바로 남구청을 점거하고 천막을 세워 시위를 시작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1912164?sid=115


◇ 구청이 주소인 까닭은 = 이들이 구청 안에 천막을 짓고 거주를 시작한 때는 2005년 8월 5일.

인천 주안주공 아파트 세입자 11 가구 28명은 이날 오전 강제철거를 당하자 구청으로 몰려가 천막을 지었다.
2005년 봄 재건축으로 아파트가 철거되려 하자 이들은 4개월간 아파트 옥상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새벽 옥상으로 밀고 올라온 용역사원들에게 쫓겨난 뒤 곧바로 구청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 주거권인가 = 이들은 처음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살 곳을 찾아 투쟁을 시작했다.
아파트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고 저항하다가 가재도구까지 모두 잃어버렸다. 보증금도 받지 못했다. 이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
임 씨는 "지금까지 개발은 못 사는 사람들을 주거지에서 쫓아내는 방식인데 살고 있는 집을 나가면 오갈 데가 없다"라며 "새롭고 좋은 집을 공급하는 것도 좋지만 이 과정에서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뒤 살 집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구청의 중재로 주택공사가 마련한 임대주택에 입주하기로 한 7 가구를 제외하고, 남겨진 4 가구는 2007년까지 정해진 주거지 없이 (당시 남구청장 박우섭 씨가 이들을 남구청에 전입신고 시켜 주었다) 구청 청사에서 천막 시위를 이어 가다가 결국 해산당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1602799?sid=102

 철거민들이 농성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재건축은 계속 진행되었다. 주안주공아파트 20동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던 11 가구 28명의 철거민들이 아파트를 떠남으로써 마침내 주안주공아파트는 완전히 비워졌다.

2004년 02월 28일 촬영. 철거가 시작된 주안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서 있는 포클레인의 구도가 인상적이다.

 전형적인 철거 직전의 아파트 모습으로,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있다. 지어진 지 30년도 채 안 된 시점인데 어떻게 저렇게 빨리 낡을 수 있는지...

2005년. 철거가 진행 중인 주안주공아파트.

주안동 두산아파트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좌측 하단 두산아파트의 붉은 지붕이 보인다. 간석역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주안 더 월드스테이트 아파트의 조감도와 입주 후 사진.

 그렇게 주공아파트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최고 35층의 번듯한 주안 더 월드 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섰다.


이제 우리는 재건축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용적률을 한계까지 채워 고층 아파트가 새로 들어섰는데, 이 고층 아파트가 세월이 흘러 낡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재건축으로 사업성이 나오기도 어렵고, 철거를 해도 공사비가 정말 많이 필요할 텐데... 재건축이 안 되면 홍콩의 고층 빌딩들처럼 그대로 낡아가게 되는 걸까?


 당장은 아니지만 아마 나중에는 노후 고층 아파트들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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