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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troBoyKorea Sep 06. 2024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여러가지 시범적인 시도들

대한민국 최초의 단지형 고층아파트

 여의도 63빌딩 옆에는 1971년에 지어진 25동 1584세대 규모의 시범아파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앞선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시민아파트들과 달리,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중산층 이상의 상대적으로 부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어진 아파트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지어진 고층 아파트 단지이다. 사실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대한주택공사에 의해 지어진 마포아파트인데, 1962년과 1964년 두 차례에 걸쳐 6층 규모의 10개동 642세대가 지어졌다. 당초 건설 계획은 지상 10층 규모의 11개동 1,158 가구로 짓기로 되어 있었고, 각 동마다 엘리베이터도 한 대씩 설치하는 것이였으나, 연약한 지반 문제와 주변 기관 및 여러 하위층급의 서민 등의 반발로 인해 규모가 축소되어 지어졌다. 


 또한 마포아파트는 벙커C유를 이용한 중앙 난방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보이는 높은 난방용 굴뚝이 중앙 난방의 흔적이다)를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연탄 보일러 개별 난방 방식으로 지어졌다. 아마 실제로 중앙 난방 방식으로 지어졌더라면 국내 최초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국내 최초의 아파트였던 마포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재건축이 추진되어 철거되었고, 그 자리에는 마포 삼성아파트가 들어섰다.

(좌) 1965년 마포아파트 전경 (출처 : 위키백과), (중) 마포아파트 단지내 모습 (출처 : 나무위키), (우) 마포아파트 철거 모습 (출처 : 나무위키)

 

(좌, 중) 마포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을 알리는 1988년 3월 9일 MBC 뉴스 보도 캡처 (우)

https://imnews.imbc.com/replay/1988/nwdesk/article/1807274_29513.html 


 다시 여의도 시범아파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당시 주거용 건물로서는 최고층인 12층 규모로 지어졌다. 여의도 신시가지에 위용을 뽐내며 들어선 시범아파트를 상상해보자. 여의도 종합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제일 처음 들어선 주거 단지인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고층 아파트들과 오피스 건물들이 들어셨다. 1975년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지어짐으로서 여의도는 명실상부한 정치,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시범아파트는 이름에 걸맞게 시범적인 요소들을 많이 도입해 지어졌고, 인기도 많았다. 당시에는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사례가 없었다. 아파트도 많지 않았을 뿐더러 층수가 높지 않아 기껏해야 5~6층짜리 저층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1970년에 지어진 회현제2시민아파트가 10층짜리였는데 이것도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중산층에게 싸게 지어서 분양하는 시민아파트라 원가절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범아파트는 층수도 높았고 애초에 고급아파트로 지어졌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에는 엘리베이터를 처음 보는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안내양까지 배치했다. 아파트 상가는 지상 1층, 지하 1층 건물이라 규모도 그닥 크지 않지만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었다.

(좌) 시범아파트의 엘리베이터와 엘리베이터 안내양의 모습 (우) 시범아파트 상가를 시찰 중인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양택식 당시 서울시장, 우측으로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시범적인 요소가 또 있다. 일반적으로 복도식 아파트는 복도 쪽 방향으로 발코니가 나 있지 않다. 복도 너비도 좁거니와 짐을 쌓아놓기도 어렵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범아파트는 복도 방향으로 발코니가 있다. 지금은 세대 별로 리모델링 공사를 거듭하며 이 구조물을 철거한 세대가 있기도 하지만. 


 가끔 오래된 아파트를 보면 현관 위나 구석진 곳 어딘가에 장독대가 놓여진 경우가 있다. 요즘은 집에서 장을 담가 먹지 않고 대개 사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에는 장을 담그는 것이 보편적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복도쪽 발코니는 장독대도 놓고 자전거도 놓으라고 만들어 둔 다목적 공간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층간 비상 탈출구, 수영장, 분수대 등 당시로서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시설들이 있었다.


 노른자 땅 여의도에 지어진 시범아파트는 올해로 50년이 되는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튼튼하다. 지속적으로 건물의 유지 보수를 잘 실시하기 때문인지 단지 내부는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전력 인프라 노후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에 정전이 잦다는 것이 흠이다.


 아무튼 옛날 아파트인지라 정전 문제와 같은 문제들도 있고, 용적률도 상대적으로 낮아 시범아파트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재건축 계획인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은 400% 용적률과 최고 층수 65층 혜택을 조건으로 "데이케어센터"를 지을 것을 요구했는데, 이에 주민들이 반발해서 진행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새로 4억 가량을 들여서 도장을 했다고 하니 재건축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하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752275?sid=102


 시범아파트에 2023년 8월 방문했다.

 

재도장을 앞두고 균열 보수 작업이 한창이라 아파트 칠이 얼룩덜룩하다. 그래도 단지 내부는 잘 관리되는 듯했다.

 

아파트 각 동 1층에 있는 경비실의 모습이다. 오래된 빨간색 카세트 테이프와 신문을 보니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다.
동과 동 사이로 보이는 한강뷰가 인상적이다. 아마 고층 재건축이 되면 조망이 더 좋아질 것이다.
시범아파트 상가의 모습

 여의도의 아파트들은 대부분 70년대에 지어져 준공 50년을 바라보고 있다. 당연히 거의 모든 단지가 재건축 추진 중이고,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단지도 있다. 최근 공사비가 많이 올라 재건축 재개발이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여의도는 워낙 입지가 좋으니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는 추진 동력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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