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원숭이띠의 작은 꿈
소파에 등을 기대고 TV를 켰다. TV에서는 창업에 성공한 MZ세대 사장님이 나와 자신의 사업 노하우를 뽐내고 있었다. 그녀의 화려한 언변을 듣다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도 모르게 ‘그래, MZ 세대답다.’라는 생각을 했나 보다. 그리고 아주 잠깐 부러웠다.
‘나도 MZ세대인데, 게다가 원숭이띠라고!’ 괜히 짜증이 나서 리모컨을 찾았다. 다른 채널로 돌리려는데 수면바지를 입고 늘어진 티셔츠를 걸친 내가 보였다. TV 속에서는 다른 MZ세대 창업자가 나오고 있었고, 나는 저절로 엄마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불편한 식사를 마치고 나는 핸드폰에 MZ세대를 검색했다. 개인주의, 행복추구, 속물, 플렉스, 투자 등이 연관어로 떴다. 몇 개의 단어에서 자신감 있는 청년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것들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이번에는 ‘원숭이띠’를 찾아보았다.
활동적, 사교적, 끼, 언변 등이 검색됐다. 나의 워너비이긴 했으나 나의 특징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무엇을 해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보답하며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되고 불안했다.
나도 잘하는 것과 나만의 특색을 찾아 어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지만 너무 막막했다. 그러나 핸드폰 검색으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살고 있는 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머리는 아프고 결론은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TV를 켰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방송되고 있었다. 27살 청년은 미술을 전공해 뮤지컬 설치 미술팀에서 일했다고 했다. 또래보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좁은 고시원 생활과 휴식 없는 일상에 지쳐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집을 차렸다.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뭔가, 이 청년의 삶이 내가 하는 고민과 맞닿는 점이 있었다. 디자인을 전공해서 촉망받는 설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그 청년의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기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청년은 기대대로 살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로 괜찮아 보였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안정되어 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도 굳이 다른 세대가 MZ세대에 기대한 모습대로 살 필요는 없다.
나는 나다. 나대로 살다가 성공해도 그만, 이대로 유유자적 살다가 죽어도 그만이다.
오직 나의 기대대로 살겠다. 남의 기대가 아닌, 남의 욕망이 아닌, 나만의 것들을 찾아 가꾸며 살아가련다.
27살 청년은 귀농하고 그곳에서 인연을 만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웃음기 가득한 밝은 모습으로 일관하던 사장님은 가장 행복한 미소로 모두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의 행복을 빌어줄 만큼 내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 나는 MZ세대 원숭이의 재주는 없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나도 그 청년의 웃음을 닮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