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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Feb 05. 2022

변덕은 나의 힘.

변덕이 풍년이구나.

 복수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그 사람을 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게도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변덕’이다. 변덕은 말 그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마음이다. 이것 덕분에 내 삶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일단 내 감정의 기본 베이스는 ‘두리번두리번’이다. 이거 하다가 저거 하다가의 실사판이 바로 나다. 20대 때는 ‘몰입’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래서 책을 읽을래도 한 권을 다 읽고 다른 책을 읽었고, 과자도 한 가지 종류는 전부 먹고 나서야 다른 것을 뜯었다. 그러다 보니 책도 질렸고, 간식도 질렸다. 싫증이 생긴 것이다.


‘집착’과도 같은 ‘몰입’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나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과자를 여러 개 뜯으며 조금씩 나눠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남은 것은 묶어 놓고 나중에 먹어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책도 마찬가지였다. 재밌어 보이는 목차를 찾아 그 부분만 읽고 밑줄을 치고 그에 대한 감상을 정리했다.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다 보니 인생이 훨씬 더 간단해졌고, 도전이 더 쉬워졌다.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고 유튜브에서 1시간 동안 배경음악을 찾았다. 라운지에서 듣는 음악, 아이돌 음악, 재즈음악, 힙합 음악, 까지 적당히 귀는 열고 머리는 집중할 수 있을 만한 음악을 계속 타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lucy라는 밴드의 ‘조깅’을 틀어놓다가 이제는 f(x)의 all mine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변덕을 부리며 글 쓸 때 들을 좋을 최상의 음악을 골라낸 것이다. 그럴 시간에 글을 한자를 더 써라 라는 충고는 이미 스스로가 다 하고 있으니 잔소리는 사양한다. 나는 지금 최고의 기분으로 타자 위를 가볍게 날아다니며 글을 남기고 있다. 이것은 아마 음악과의 조화가 아닐까? 1시간의 투자도 할만하다.      


물론 변덕은 일상을 살면서 타인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넌 참... 눈치는 보는데 너를 바꾸진 않아.”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다. 착한데 착하진 않고, 안 착한데 안 착하지만은 않다. 변덕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남의 눈치는 보이는데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성격. 직장 생활하면서 남과 잘 어울리기는 틀린 성격이다. 그래도 못 고치는 걸 보면 천성이란 게 있나 보다.


지금도 집에서 글을 쓰다가 카페로 나왔다. 그리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다지 좋지 않아 이어폰을 끼고 작업 중이다. 예민한데 원하는 것은 분명한, 까다로운데 정확한, 돌아가지 않고 직선적인 성격. 남과 나를 피곤하게 괴롭히는 성격임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래도 이런 나를 계속 들여다보면 좋은 점도 있다.      

싫증이 많아서 싫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헛소리냐 싶겠지만 사실이다. 변덕이 많아서 변화를 시도하고, 결국엔 원하는 데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커스터마이징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나의 맞춤 제작 상품이기 때문이다. 내게 최적화된 것들. 모든 시행착오 끝에 내가 가장 선호하게 된 나의 취향을 모아놓은 나만의 것. 내게 최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커스터마이징을 자주 업데이트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예민하기도 하고, 감각적이기도 하고, 까다롭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행복의 역치도 높은 사람이다. 변덕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발견하게 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가는 게 좋다. 어제 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알아가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변덕을 통해 나는 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먹지 않고, 조금씩 다르게 섞어서 먹어본다. 오늘도 새로운 맛을 발견했다.

♡ 운동도 매번 다르게 오늘은 달렸다면, 내일은 실내 자전거를 타고, 모레는 유튜브 홈트레이닝을 한다.

나는 달리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달리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내가 자주 쓰는 단어를 오늘은 쓰지 않고 다른 단어를 선택해서 사용해보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 호응이 좋다면 자주 애용하기도 한다.

♡ 손길이 자주 가는 것을 경계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변덕을 잘 부리는 내 성격을 반증하지만 내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매번 똑같은 것을 하는 것은 지겨우니까. 새로운 나를 세상 속에 계속 노출시키는 거다. 그러면 최적의 나도 언젠가 완성될 테니까.      


변덕은 나의 힘이다. 변덕은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변덕 부리면 좀 어떤가. 변덕이 풍년이면 내 마음의 곡식도 무르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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