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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Feb 04. 2022

덜어냄의 미학

우리 몸의 균형 찾기

가수 박진영 씨가 한 말이 있다.

“여러분, 중요한 게 있어요. 자꾸 건강을 생각해서 무언갈 챙겨 드시려고 하는데, 그건 사실 별 도움이 되진 않아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에 나쁜 음식을 줄이거나 끊는 겁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 공복 체중을 재고 나서야 이 말에 완벽히 공감하게 되었다.

살은 뺀다는 것은 지방을 걷어낸다, 즉 채워져 있던 것을 비워낸다의 의미를 가진다. 이 말을 다이어트에 적용하면 내가 살이 빠진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지난 2주일 동안 나는 살을 빼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단식으로 체중을 2kg을 줄였다. 설을 쇠고 나니 다시 몸무게는 원상 복귀되었다. 지난번 다이어트도 저칼로리 음식을 찾는다고 애를 썼지만 그것을 먹고 간식을 더 먹는 바람에 살은 빠지지 않았다. 내 실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식사의 섭취 칼로리는 적었지만 간식의 칼로리가 식사를 넘어서 총 섭취 칼로리가 늘었다.”


칼로리의 과잉은 몇 주일이 지속되었고, 몸무게는 순식간에 급상승의 흐름을 타고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식단도 먹고, 체지방 감소 보조제도 섭취 중이었는데 왜 살은 점점 찌고 있는가.


사실 체지방 감소 보조제에만 의지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것에만 맹신하고 과자를 한 두 개 집어 먹다가 봉지째 들고 와랄랄랄 털어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꽤 균형을 갖춘 시스템이다. 섭취 칼로리보다 소모 칼로리가 적으면 살이 찐다. 약으로는 한계가 있다. 약을 먹으며 음식을 그만큼 덜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음식은 음식대로 먹고 약만 먹으면 몸은 고개를 갸웃하며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주인 놈이 살 빼려고 뭔가를 먹는데, 음식량은 평소랑 다를 바 없으니 그냥 유지하자. 긴급 상황은 아닌가 보다.”


그렇게 돈은 들였지만 다이어트에는 실패하고 있을 무렵, 이제는 두 손 두 발 다 든 채로 생긴 대로 살자 싶은 마음에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다이어트 한약을 지었던 상담원 언니가 보낸 문자 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손님, 초콜릿을 꼭 드셔야겠다면 카카오 80% 이상이 함유된 것으로 드세요.”


그리고 나는 무언가 홀린 듯 쿠팡에서 다크 초콜릿을 구매했다. 그리고 어제 퇴근 후에 체력 소모로 아사 직전의 상황까지 간 상태에서 샐러드를 먹고, 도착한 다크 초콜릿은 한 조각 씹어 먹었다. 그러고 나니 밤 10시 30분이어서 먹던 것을 그만 먹고 무언갈 하다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바로 오늘 체중계에 발을 올렸는데 살이 400g이나 빠져 있었다.


“오마마!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게 웬 횡재야. 운동을 더 한 것도 아닌데 살이 빠져있다니.

2일을 한약만 먹었을 때도 1kg 빠지는 게 힘들어 그렇게 울고불고 짜증내고 예민의 극치를 달렸던 나였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체중이 감소되어 있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다크 초콜릿에 무슨 비밀이 있었던 건가?     


카카오 함량 80% 유기농 초콜릿은 과연 대단했다. 한 조각을 씹어 먹는데 쌉쏘롬하면서 부드럽고 묵직한 바디감(?)의 맛이 느껴졌다. 내가 어제저녁 초콜릿 말고 과자를 먹었다면 빼빼로 2 봉지는 조졌을 텐데 초콜릿을 먹으니 5조각 정도로 그쳤던 것 같다. 일반 초콜릿은 2개 정도는 먹어야 만족감이 드는데 이 초콜릿은 먹으면 먹을수록 식욕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마치 다크 초콜릿이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난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있어.”


역시 비싼 만큼 제 값을 하는 놈이었다. 상담원 언니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오늘 아침도 다크 초콜릿과 함께 했다. 앞으로 자주 찾아서 먹게 될 것 같다.      


단 것은 단 것을 불러온다는 말이 있다. 단 것 중독자인 나는 초콜릿을 참 좋아하는데 슈퍼에서 초콜릿을 고를 때면 2-3개씩은 구매한다. 한 개로는 단 맛이 금방 사라지고 말아서 아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크 초콜릿은 일단 쓰기 때문에 많이 못 먹는다. 그런데 다른 단 것을 찾기 않게 만드는 미묘한 힘이 있다.      


“오늘 간식은 이걸로 됐다.”     

하게 만드는 그만의 힘. 좋아하는 초콜릿도 먹고, 몸에 좋지 않은 간식도 끊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는가. 건강을 생각해서 간식을 줄여야지 마음먹고 실천하는 것은 ‘병’에 걸리지 않은 이상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살 빼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병원, 한의원들이 수두룩 빽빽이겠는가. 생각해보면 성형외과나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의 성분은 잃어버린 몸의 균형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방으로 가득 차버린 내장들을 잘 구슬려 각자의 원래 모습을 찾아가게 만들어 주는 것. 세포들이 스스로 재생되고 움직이게 하는 것. 아마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다이어트의 정석적인 방법일 것이다.     


초콜릿 덕분에 오랜만에 식욕의 울타리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이 든다. 요즘 들어 먹을 것을 즐긴다는 게 아니라 먹을 것에 지배당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오늘은 좀 다르다. 먹을 것을 선택하고 필요한 것만을 먹는 느낌.      


덜어내고 보니 이제 주체적으로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성취감마저 든다.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것을 얻자.


너무 거창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덜어내면 우리 몸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

다이어트하려고 하다가 더 먹게 된다. 그럼 몸은 또 균형을 잃는다.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몸이 스스로 일하게끔 두자, 그럼 알아서 조절하게 되리니.     


시작이 반이다! 내 몸도 어서 균형을 잘 잡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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