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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 Jan 23. 2022

연애운 보러 타로카페 갔다.

음양오행의 신비를 마주했습니다.

살다 보면 남들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되겠다 싶은 구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대학 입시, 취업, 연애,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자기 계발, 자산관리, 노년 계획 등이 있겠다.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뇌에는 등락 그래프가 찍히며 오름과 내림을 여실히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늘 만족스러운 결과만을 얻는 것은 아니어서 천장을 보며 하소연을 한다. 저 높은 곳에 올라갈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요. 다음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내게 연애란 오르지 못할 나무와 같아서 고개가 꺾이도록 올려다만 보는 존재다. 탈무드를 읽으면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가 나온다. 여우는 포도가 먹고 싶지만 높은 나무에 매달려있는 포도가 손에 닿지 않아 입맛만 다시다 포도 먹기를 포기한다. 포도를 먹지도 않았으면서 저 포도는 분명 실 거야 하는 말을 덧 붙이며 말이다.

깊은 관계없이 깊은 사유를 할 수 있을까. 연애하지 않고 인간을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이 인생의 변곡점마다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연애가 나를 올려다 줄지,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미리 알 순 없지만, 사랑을 하면서 경험하게 될 다양한 관문들이 있으므로 그만큼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경험하지 않은 자는 연애, 결혼, 출산, 육아의 한 면에서는 영원히 아이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성장하기 위해 연애를 해야만 했던 나는 도움의 손길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 나를 타로카페로 이끌었다.  

사주를 보려고 앉으니 역술가(?)가 내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물었다. 내가 대답함과 동시에 그녀가 분주하게 아이패드를 보며 몇 가지 기능들을 클릭하고는 사주풀이를 위한 세팅을 마치고 나를 바라봤다.

사주풀이에 앞서 사주에 대한 뜻풀이를 하자면, 사주는 음양오행을 기초로 해석되는데, 음과 양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며, 음과 양이 우주 만물에 파생되어 오행을 이룬다. 오행인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가 움직이면서 우주의 생성과 소멸, 변화하게 하는데 이것을 인간생활에 접목시켜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양기운이 세고, 불의 성질이 매우 강한 사주였다. 여자는 음의 기운이 세다고 하는데 좀 의아했다. 음과 양은 반대되는 성향이라 끌어당긴다고 하는데, 나의 종전 직전과 현 직장이 모두 회사 구성원의 성비가 여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걸 보면 신기하게도 이 말은 맞아떨어진다.

역술가의 말에 따르면 나는 평소 이성관계에 관심도 없고, 교제하는 사람이 없어도 크게 불편하거나 아쉬워하는 성격이 아니라 연애에 절실함도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은 자신에게 약한 기운을 보충하려고 다른 사람의 기운을 끌어다 얻는다고 하는데, 나는 애초에 양기 가득하게 태어나 경제적 능력도 있는 편이고, 자기주장도 센 편이어서 상대가 들어올 빈틈이 없다고 했다.

역술가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은 빈틈을 보여야 상대방도 들어올 수 있고, 누구에게 기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볼 때는 첫 만남에 모든 걸 다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두고두고 지켜볼 줄 아는 참을성도 길러야 한다. 나에게는 단호한 면이 있어서 상대방의 행동에 선을 확 긋는 성향을 보이는데, 상대에게 실망하면 다신 안 볼 생각보다는 두 번의 기회를 줄 줄 알아야 연애의 운도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나에게 냉정한 만큼 남에게도 차가웠구나. 올해는 상대의 빈틈도 포용해주고, 품에 안아주는 속 깊은 사람이 되어 연애운을 불러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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