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엄마에게 해주는 요리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식구들 모두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긴 했다. 엄마는 안방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자가 격리하러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은 결연해 보였다. 절대 가족들에게 코로나를 전파시키기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8시 49분, 나는 엄마의 통화소리에 눈을 떴다.
"배고파. 아직 안 일어났나 봐. 나갈 수도 없고, 참."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나는 눈을 떠 엄마의 밥상을 차렸다.
현관문을 여니 어제 주문한 굴비가 도착해있었다. 영광 굴비였다. 나는 두 마리씩 소포장되어 있는 굴비와 마주했다. 그리고 잠시 주춤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굴비는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냥 구워 먹어도 맛있지만 비린내가 조금 난다길래 망설여졌다.
'이왕 하는 거 맛있게 해 보자.'
나는 싱크대에 굴비를 쏟아냈다. 그러자 굴비의 눈이 바로 보였다. 일단 물로 씻으려는데 굴비의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물에 닿으니 굴비가 곧 헤엄칠 것 같았다. 어찌어찌하여 다 헹구고 난 후에 굴비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집게를 들었다. 집게를 들고 칼로 비늘을 긁어 제거했다. 냉동 굴비여서 얼음을 가는 건지 비늘이 잘 떼어지고 있는 건지 분간이 서지 않았다. 의심스러웠지만 계속 진행했다. 그 후에는 아가미와 지느러미, 꼬리 리를 가위로 잘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장 제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베스트 댓글에 굴비 내장이 제거된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나는 비위가 상해 그 창을 닫고 고민에 빠졌다. 내장을 뺀다면 더 바삭하고 담백한 구이가 될 테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내장 제거는 포기하기로 했다.
손질된 굴비는 물기를 빼고 부침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겼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굴비를 보며 내 마음도 흐뭇했다. 앞뒤로 잘 익혀 상을 차리니 제법 그럴듯했다. 생선 하나 튀기는 것도 꽤 손이 많이 갔다.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반찬 투정했던 버르장머리 없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절로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엄마의 격리 생활 동안 하루 두 끼 식사를 챙겨드리다 보니 엄마의 지난 노고에 감사드리게 된다. 밥상 차리기는 참 고된 일이다. 고기반찬 없다고 툴툴 대던 내 입술을 주욱 잡아 늘여 비틀어도 시원찮을 만큼 말이다. 안방에서 엄마는 식사를 하시는지 숟가락 들고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밥투정 없이 매번 깨끗이 드시니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엄마가 그동안 나를 어떻게 보셨는지 가늠하게 된다. 얼마나 얄미웠을까.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집안 살림을 하면서 엄마의 노동을 실감하게 된다. 굴비를 굽다가 철이 들었다면 누가 믿어줄까.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