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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용 Apr 20. 2024

정성스러움의 극치

이걸 할 줄 아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말할 사람은 꽤 된다.

하지만 정작 사촌집에만 가도 맛과 모양이 다르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순서가 있고, 반드시 필요한

맛이 있는데 과감하게 그걸 빼고서 맛만 좋다고 개인의 취향을 강요한다.

나는 인정할 수 없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더더욱.

당근을 채 썰어 볶는다. 

버섯도 얇게 썰어 볶는다. 

양파도 넉넉하게 준비해서 볶는다.

목이버섯을 데치고 시금치도 데쳐 무친다.

질 좋은 소고기를 끈적하게 양념을 입을 때까지 볶는다.

이 모든 재료는 각각의 간을, 어느 하나 강하지 않게 다 따로 맛을 입힌다.

쫄깃하게 삶아낸 당면이 다른 재료와 섞이면서 다양한 맛을 입도록, 그 어느 하나 튀지 않게.


한참만에 모인 뜨거운 상태의 재료, 

손이 익는가 싶지만 무조건 손으로 섞어낸다.

한입거리를 슬쩍 집어내 식구에게 먹여본다.


으음~!


푸짐하게 한 접시 꺼내놓으면 식탁에 행복이 내려앉는다.

역시 이래야 한다면서, 고기를 넣지 않는 친척집 누구를 슬쩍 흉본다.

그런 건 잡채가 아니라고 우리의 입맛을 올려친다.

수다 끝에 뜨끈한 잡채를 한 접시 더 퍼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행복이 별 건가.

입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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