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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용 Apr 22. 2024

돈까스를 튀겨야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엄마는 누나에게 돈을 주고 나와 함께 외식을 하게 해 줬다.

초등학교 때니까 벌써 세월이 얼마냐...

셀 수 있지만 세고 싶지 않을 만큼 지났다.


요상한 모양새의 햄버거도 팔고, 돈까스도 팔고, 뭐 되는대로 팔던 분식집에서 한 끼를 해치우면

이내 서점으로 가 책을 한 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벤트였고, 그때 읽은

책 몇 소절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때로는 경양식&호프라고 써진 곳에서 격식이 있는 돈까스를 부모님과 즐길 때도 있었는데 이런 기억은

타인과 제법 겹치기에 특별하다곤 못하겠다. 


다들 아는 맛, 

그리고 분위기.

수프를 주고, 깍두기도 주고, 바싹하게 튀긴 넓은 고기튀김을 어설픈 칼질로 썰어먹던 날을 잊지 못할 뿐이다.

아주 가끔 돈까스를 만든다.

제법 많은 양을 만든다.

소금 후추 정도의 간에 계란물 빵가루 해서 잔뜩 만든다.

다 튀겨서 소분해 놓고 생각날 때마다 두장쯤 꺼내 먹는다. 

어떤 날은 정성 들여 루를 만들고 수프에 소스까지 다 해서 먹는다.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닌데 이렇게 하면 맛 하나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손이 크다고 항상 뭐라 하는 가족이 있지만 나는 늘 한가득을 해야 기분이 산다. 

뭐 얼마나 가난을 겪었길래 이러냐 하면 딱히 못 먹고살지도 않았다고는 한다.

한이 맺혔나? 

그렇지도 않다. 작정하고 튀겨댈 때 나는 기름 냄새, 아주 뜨겁고 바삭할 때 한 입 나눠주는 

순간에 심취한다. 옛날 경양식 호프집에서 맡았던 냄새 같기도 하니까 더 그런다. 

왜 그 때냐 한다면 

그때 나는 걱정이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이번 주에 돈까스를 튀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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