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중
우울증 약은 이틀째에 몸을 쓰러트렸다.
이틀째에 먹은 약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몸을
축 늘어지게 했다. 하품이 연신. 어디 한 번 자볼까
하고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건 9시간쯤 지난 아침, 이 정도의 시간을
언제 잤는지 기억에 없다. 늘 다섯 시간 여섯 시간,
기계처럼 깨어나는 게 지겨웠는데 정말 오랜만에
꿈도 없이 깊은 잠을 잤다. 일어나면 느껴지던 불쾌한
생각들도 없었다. 바로 옷을 입고, 모자를 푹 쓰고 바로
헬스장으로 갔다.
'이렇게 움직여야 살 수 있는 거구나'
온몸을 괴롭혀보고 싶지만 아직 힘이 딸린다.
그래도 이를 악 물고 하나라도 더, 그렇게 해봤다.
예전엔 어떤 결과물을 만들려고 운동에 도전했다면
지금은 정말 살려고 하는 중이다. 힘을 최대한 많이
쏟아내고 지쳐서 밤에 쓰러지는 게 우선이다. 잡생각,
지난 것들에 대한 후회와 되새김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운동이 유일하다. 걸리적거리지만 가만 두고
어쩌질 못한 머리카락도 잘라냈다. 어째선지 약간의
시술을 서비스로 받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하루 아닌가? 적어도 요즘의 나한테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