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고 싶습니다.-4

움직이는 중

by 정현용

우울증 약은 이틀째에 몸을 쓰러트렸다.

이틀째에 먹은 약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몸을

축 늘어지게 했다. 하품이 연신. 어디 한 번 자볼까

하고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건 9시간쯤 지난 아침, 이 정도의 시간을

언제 잤는지 기억에 없다. 늘 다섯 시간 여섯 시간,

기계처럼 깨어나는 게 지겨웠는데 정말 오랜만에

꿈도 없이 깊은 잠을 잤다. 일어나면 느껴지던 불쾌한

생각들도 없었다. 바로 옷을 입고, 모자를 푹 쓰고 바로

헬스장으로 갔다.


'이렇게 움직여야 살 수 있는 거구나'


온몸을 괴롭혀보고 싶지만 아직 힘이 딸린다.

그래도 이를 악 물고 하나라도 더, 그렇게 해봤다.

예전엔 어떤 결과물을 만들려고 운동에 도전했다면

지금은 정말 살려고 하는 중이다. 힘을 최대한 많이

쏟아내고 지쳐서 밤에 쓰러지는 게 우선이다. 잡생각,

지난 것들에 대한 후회와 되새김질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운동이 유일하다. 걸리적거리지만 가만 두고

어쩌질 못한 머리카락도 잘라냈다. 어째선지 약간의

시술을 서비스로 받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하루 아닌가? 적어도 요즘의 나한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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