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이란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아버렸다. 인정함과 동시에 부정하고 싶은
말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아니라 살을 태우고
있는 걸 몰랐던 거다. 3일째 약을 먹고 잠들기 전,
약간의 불편함을 안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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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관련한 약물처방은 2~4주쯤 지나 효과를 보인다는 걸로 안다. 예전 심하게 고통받던 누군가를
볼 땐 약이 도대체 효과가 있기나 한지 의심했는데,
나는 온 힘을 다해 믿어서 그런지 불안함이 꽤 잦아들었다. 아예 사라지진 않았으며 빈도만큼은
줄어든 걸 느낀다.
다행히 또 꿈이 없는 잠을 잤으며 머뭇거림 없이 집을 나섰다. 부쩍 추워진 아침 공기에 눈이 시려 눈물이 줄줄 나는 걸 훔쳐가며 운동을 갔다. 작심삼일이면
성공이다. 한 번씩 멍해지는 순간이 오지만 운동은
사람을 나락에서 끄집어내는 최고의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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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했다. 플레이리스트도
거의 그런 식으로 채워졌는데, 오늘 가만히 듣다 보니
질린다는 느낌이 스친다. 내 취향이 확고한 것을 강박처럼 뒤집어쓰고 변화를 주지 못하는 것도 병이다.
내일은 새로운 노래를 찾아봐야겠다. 듣자마자 그때
그 시간으로 끌고 가는 노래들은 다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