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빨
살면서 우울증 약을 처음 먹은 어제다.
기절하듯 잠이 오려나?
불안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알약 몇 개는 몸을 힘없이 눕히지 못했다.
21시.. 22시.
두근거림이 잦아들고 안정감이 찾아왔다.
쇠꼬챙이에 척추가 관통되어 걸려 있는 듯한
뻣뻣함과 긴장감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떤 꿈과 불편한 생각으로 시작되는 게 일상인데
꿈이 없었다. 불쾌한 기분도 없었다.
세수도 하지 않고 그냥 헬스장으로 향했다.
2년간 감아보지 않았던 스트랩을 감고 헤드셋을 얹었다. 플레이리스트에는 2년 전 들었던 리스트가 추가된 노래 하나 없이 있었다. 운동 하나 하기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한 번 제대로 틀어놓기가
이렇게 어려웠는지 몰랐다.
그리고 운동...
몸이라도 풀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걸어도 보고
머신도 밀어보고 당겨보고 했다. 너무 힘이 들었지만,
그냥 했다. 그냥. 이렇게 하면 살겠지 하면서.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불안 없이
내 운동을 했다는 것, 이거 하나로도 약빨은 충분히
인정된다.
글은 여전히 안 써진다.
쓰길 멈춘 만큼 글 쓰는 능력도 상당히 망가진 걸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 몇 줄에 1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