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고 싶습니다.-3

약빨

by 정현용

살면서 우울증 약을 처음 먹 어제다.

기절하듯 잠이 오려나?

불안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에서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알약 몇 개는 몸을 힘없이 눕히지 못했다.


21시.. 22시.


두근거림이 잦아들고 안정감이 아왔다.

쇠꼬챙이에 척추가 관통되어 걸려 있는 듯한

뻣뻣함과 긴장감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떤 꿈과 불편한 생각으로 시작되는 게 일상인데

꿈이 없었다. 불쾌한 기분도 없었다.


세수도 하지 않고 그냥 헬스장으로 향했다.

2년간 감아보지 않았던 스트랩을 감고 헤드셋을 얹었다. 플레이리스트에는 2년 전 들었던 리스트가 추가된 노래 하나 없이 있었다. 운동 하나 하기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한 번 제대로 틀어놓기가

이렇게 어려웠는지 몰랐다.


그리고 운동...


몸이라도 풀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걸어도 보고

머신도 밀어보고 당겨보고 했다. 너무 힘이 들었지만,

그냥 했다. 그냥. 이렇게 하면 살겠지 하면서.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불안 없이

내 운동을 했다는 것, 이거 하나로도 약빨은 충분히

인정된다.


글은 여전히 안 써진다.

쓰길 멈춘 만큼 글 쓰는 능력도 상당히 망가진 걸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 몇 줄에 1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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