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오전 10시,
예약시간에 맞춰 찾아간 병원엔 사람들이 이미 제법 있었다. 조용하고 어색한 분위기, 각자의 이유로 찾아온 사람들을 보게 되지만 시선을 오래 가져가는 건 어쩐지 서로 해선 안될 매너 같은 느낌이다.
상담에서 약의 반응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찾아온 것도 다행인 일이고, 수면의 질이 좋아진 것과 운동을 하는 것에 긍정적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성욕까지 눌러주는 처방이라는 얘길 들었는데 딱히 아쉽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그 어떤 것보다 마음의 안정이 가장 필요한 때 아닌가.
2주 치의 약을 받았고, 좋아지는 듯 하지만 약을 끊을 경우 좋지 않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약을 더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지금처럼 생활하시면 좋겠다는 말에도 역시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질 수 있다면, 몇 년을 먹어도 괜찮다. 어떤 기억에 머물러 괴로워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돌아오는 길의 다짐이었다.
오늘따라 약이 세게 느껴진다.
몸에 기운이 빠지고 잠이 쏟아진다.
쉽지 않은 하루지만 잘 버틴 나에게 잠을 선물해 본다.
내일은 더 밝아지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