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밤부터였다.
자려고 누워 눈을 감으면 일정하고 불편한 소리가 귀를 괴롭힌다. 물을 잔뜩 머금은 담요를 꾹 누를 때 물이 수우욱 소리를 내며 빠지는 소리라고 하면 될까?
피가 흐르는 소리일까? 이명과는 분명 다른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몸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고 운동이나 약을 거른 적이 없는데 알 수 없는 소리에 뒤척이는 시간이 생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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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불안과 초조함이 찾아오면
감정이 날뛰었다. 이유라고 할 게 분명 있지만, 그게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거라고 인정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인간이다.
'수많은 날 중 이상한 날인 거야. 원래 이러지 않잖아?'
그렇게 때를 놓치고 또 놓쳐 꽤 많은 것들이 엉망이 된 후에야 병원을 찾았던 거다. 나를 좀 더 의심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무 나를 믿은 게 지금에서야 후회된다.
지금은 약을 믿는다. 나를 믿지 않고 내 감정을 조절해 주는 약을 전적으로 믿는다.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과 우울감, 부정적 생각을 기대치보다 빠르게 지워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일부 의존성을 띄는 약이 섞였지만 그런 건 괜찮다. 화와 분노로 시간을 날려버리는 것보다 약에 중독되는 게 훨씬 행복한 길이니까.
약과 운동이 시작된 후 술을 끊었다.
한 번씩 폭음하는 양으로 볼 때 알콜성 치매가 멀지 않은 수준이라길래 그냥 끊었다. 기분 좋다고 먹고 기분 나쁘다고 먹고 심심하다고 먹고... 그냥 절여지다시피 살아온 결과가 처참한데 계속 들이부을 수는 없다. 병원을 6개월 정도 다녀야 하는데 술도 그만큼 끊어보라는 권유가 딱히 부담되지 않는다. 불안감이 오면 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게 지금 문제지만 가급적 담배도 멀리 해볼 생각이다. 나쁜 감정들이 해소되고 있으니 나쁜 것들과도 멀어지면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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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됐다.
작년엔 계엄이 12월을 박살내서 장사가 휘청거렸고
올해는 정신이 망가져 삶이 휘청거린다. 겨울은 춥고
길게 느껴질 테지만 내 불안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온기가 담기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