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나요_18화

by Breeze

하루 휴가를 냈다. 희수를 강릉 터미널에 내려다 주고 출근할 여력이 안될 거 같아. 차는 지근거리에 사는 사수에게 빌렸다. 아내가 서울에 급한 일이 있어 부탁한다 하니 그 밤에 찾아갔는데도 묻는 말없이 키를 내어줬다.


추적추적


시골길을 지나 국도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다.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희수는 밤새 뒤척이는가 싶더니 해가 뜨기도 전에 조용히 외출 준비를 마쳤다. 재학도 잠에 드는 둥 마는 둥 했기에 곧바로 일어나 짐가방과 함께 차에 몸을 실었다.


“…”


“…”


정적이 어색하다.


“…희수야… 별 일 없을 거야 너무 걱정 하지마. 그 장인어른이신데…”


“…걱정 안 해…”


표정과 다른 말이었지만 어제보단 희수의 목소리나 몸에 힘이 느껴져 다행이라 생각하는 재학이다.


“…그냥 내가 있어야 할 곳에 가는 거야”


“…”


말을 마친 희수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재학은 더 이상 희수에게 말을 붙이지 않고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


‘있어야 할 곳…’


희수의 말을 속으로 곱씹으면서.


차는 조용히 빗길을 내달려 터미널에 도착했다. 줄곧 눈을 감고 있던 희수는 어느새 깨어 앞을 바라보고 있었고 티를 안 내려 하지만 눈에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초조함이 되어 묻어나온다.


“그럼… 다녀 올게”


함께 짐을 내리고 터미널 입구에서 희수가 재학에게 인사한다. 재학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고르다 급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으응… 도착하면 전화하고”


희수는 몸을 돌려 터미널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길게 배웅해주기도, 담백하게 돌아서기도 애매했던 재학은 어정쩡한 자세로 적당한 시간 서있다 차로 돌아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어머니를 뵙고갈까…’


아내와 얘기해 어머니에게 희수의 집 얘기를 전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나이가 있으신 어머니에게 굳이 걱정 한가지 얹어드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희수는 본인 집 우환 나눌 필요 없다고 생각한 듯했고.


오늘은 비가 그쳐 집에 아무도 없을지 모르지만 잠깐 뵙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재학은 집으로 차를 몰았다.


***


“으응 거기거기”


“…”


복순이 마루에 앉아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가리키고 있고 순이는 복순의 시선에 따라 움직이며 천막에 줄매듭을 달기 바쁘다. 장마 준비를 한참 했으나 어제 내리는 비가 여간 심상치 않은 게 아니라 창고와 방 천장 기와가 약한 부분들에 천막을 좀 덧씌워놓을 요량이다.


재무는 어제 회관에서 잣는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줄매듭만 걸어놓고 올라가는 건 재무가 오면 할 예정이다. 해 떨어지기 전에는 와야 해놓을 텐데… 복순이 걱정 어린 시선으로 대문을 힐끗댄다.


복순은 자꾸 오른쪽 다리가 저려 움직이기가 힘들어 마루에 앉아 복순에게 손가락으로 열심히 지령을 내리고 있다 순이는 복순의 손에 맞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


“어잇 막내야!”


희수를 데려다 준 재학이 대문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형님 빼고는 전부 집에 있는 모양이다.


“니가 학교 안가고 여긴 어쩐 일이여!”


“…”


순이도 재학을 보고 놀람 반 반가움 반으로 눈을 끔뻑거리며 서있었고 복순은 다리를 짚고 마루에서 일어나 재학을 맞는다 재학이 얼른 복순의 옆에 가 나란히 않는다.


“아 별건 아니고 오늘 수업도 없고 제가 감기기운이 좀 있는 거 같아서 밥 좀 얻어먹으려 왔어요. 희수는 학교가서 저녁에나 돌아오고 비 오는데 집 걱정도 되고”


생각해둔 변명을 늘어놓는 재학. 평소 어머니가 본인 걱정하는 걸 알기에 숨도 안 쉬고 내뱉은 변명이 먹혔는지 복순은 그러냐하고 별 의아해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냐? 감기 걸렸으면 집에서 쉬지… 뭐 밥을 먹겠다고 여까지… 집에 먹을 것도 없어? 그럼 얼른 저거만 마무리하고 밥 먹자 앉아 있어.”


“아 형수님 뭐 하고 계신거예요? 제가 도울게요!”


“가만있어! 몸도 안 좋다면서 뭘 도와 돕기는. 순이도 저거 묶어만 놓고 매다는 건 느그 형님 오면 할거여”


“…괜찮아요”


형수도 본인 아프단 말에 사양했다. 진짜 아픈 건 아니었지만 본인이 한 말이 있기에 재학은 일어나서 가려다 어정쩡하게 멈춰 섰다.


“글쎄 그럼…”


복순이 일어나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어딘가 걷는 모습이 재학이 보기에도 어색해보인다.


“뭐 먹을게 있나…”


“어머니 그냥 있는 거 먹어도 돼요 저는 그거 먹고 싶어 온거예요.”


“그래도 야…”


재학의 말을 뒤로 하고 부엌으로 들어간 복순. 잠시 무언가 뒤지는 소리가 들린다. 순이는 다시 천막을 밟지 않게 촐랑 뛰어다니며 줄매듭을 묶고 있다. 잠시 기다리던 재학은 어머니가 안 나오자 부엌을 가볼까 형수를 도와줄까 고민하다 형수를 도와 얼른 일을 마무리하고 본인이 부엌에 가서 상을 차릴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고고야… 먹을게 없다 별…”


재학이 일어나자 복순이 시간을 맞춘 듯이 부엌에서 허벅지를 감싼 상태로 걸어나온다. 오른 다리를 거의 접지 못하는 게 어색해 보이는 모습을 넘어 무언가 이상해 보였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다리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재학이 복순에게 다가가 묻는다. 복순에게 손을 내밀어 복순의 왼쪽 어깨를 부축하려고 하는데


“괜찮다 괜찮…”


말을 끝맺지 못하고 복순이 그대로 재학을 향해 쓰러진다. 지탱하고 있던 왼다리에 힘이 풀리면서다.


철벅


다행히 가까이 있던 재학이 복순을 받았다. 재학은 받아놓고도 당황해 복순을 안은 채 엉덩방아를 찧었고 복순만은 다행히 품속에서 놓치지 않았다.


“어머니!! 어머니!!”


재학이 소리친다. 복순을 끌어안은 채. 복순은 눈을 감고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오른팔 오른다리만 미미하게 떨 뿐이다.


“어…. 어…”


순이는 재학의 옆에 다가와 망연히 복순을 바라본다. 손이 벌벌 떨린다. 뭘 어찌해야 하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물을 먹여야 하나. 그래 물을 먹이자.


“안돼요!”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 대접에 물을 가져오려는 순이를 보고 재학이 소리친다. 서울에서 공부할 무렵 술에 취해 의대 동기가 지껄인 말이 가까스로 머리에 떠오른 재학이었다.


‘너네 눈앞에서 누가 쓰러지면 뭘 제일 먼저 해야 하는지 아냐?’


‘뭔데?’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숨이 꼴딱꼴딱하는 경우는 제일 많이 2가지가 있거든? 첫번째는 심정지. 그때는 뭐… 죽어라 심장압박 해야지. 무식한 너네도 들어봤지? 심폐소생술. 영어로 CPR.’


동기놈은 우스꽝스럽게 손을 앞으로 내밀고 몸을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그 정돈 우리도 알아 인마. 다른 건?’


듣던 다른 동기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


‘나머지 하나는… 뇌졸중. 뭐 어른들은 풍 맞는다고도 많이들 하는데. 가압자기 쓰러졌는데 쓰러지기 전에 막 다리를 절뚝이고 마비가 왔다? 이러면 이건 무조건 뇌졸중이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냐?’


‘어떻게 해야하는데?’


가만히 듣던 재학이 물었다.


‘바로바로… 가만히 두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둔다고?’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너네가 누가 쓰러졌다고 다짜고짜 몸이며 얼굴이며 흔들어대면 머리가 뽁! 하고 잘못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럴 땐 뭘 먹이지도 말고 응급차 빨리 부르고 가만히 눕혀놔”


‘별…’


‘오늘 진짜 주옥같은거 알려줬으니까… 술은 니들이 사라’


공짜 술 얻어먹기 위해 수 쓰는 거라고 모두들 생각했지만 그날 그 동기는 결국 술값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공짜 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늘 재학이 술값을 치르게 생겼으니


‘여기서 응급차를 부르는 건 말도 안돼 좀 불편하지만 차로…’


문산리 시골이다. 여기까지 구급차가 제시간에 올 리 없다. 지금 통화 가능한곳에 가서 구급차를 부른다고 해도 구급차가 집까지 오는 데는 몇시간이고 걸릴 것이고 문외한인 재학이 봐도 구급차가 오는 시간이면 어머니는 내일 해를 못 보실 수도 있다.


마침 재학이 차를 가지고 와있다. 다만. 이 시골길까지 끌고 올 수 없어 한참 먼 곳에 차를 세워 놨음이다.


‘죄송해요 재석선생님’


이 시골 언덕길을 올라오면 차가 절대 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충 생각해도 차는 걸레짝이 될테지만 지금 따질 계제가 아니다.


“형수! 잠깐 어머니 좀 여기서 잘 보고 있어요! 흔들지 말고 뭐 먹이면 안돼요! 최대한 빨리 다시 올게요!”


놀라 대답도 잊은 채 그저 그렁그렁한 눈물을 눈에 걸고 고개만 세차게 끄덕이는 순이다.


재학은 순이를 뒤로하고 차를 세워둔 언덕 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부슬부슬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재학의 머리속에는 후회만이 가득했다. 왜 몰랐을까. 보자마자 이상했던걸. 한번이라도 더 집에 와봤으면 알았을 텐데… 병신처럼 보기 불편하다고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번이라도 와봤으면 바로 알았을텐데… 제사때만해도 본인을 살피는 어머니의 눈빛이 부담스럽고 불편해 고개를 처박을 게 아니라 한번 제대로 살폈어도 뭔가 이상한 걸 알았을 텐데…. 머리속에 자기혐오만이 그득그득 차오른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어머니를 우선 병원 수술대에 눕혀놓고 후회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다른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저 그것만 생각하자.


***


원주의 종합병원.


재학과 순이가 태풍을 정면으로 맞은 듯한 몰골로 수술실 앞에 앉아 있다. 땅에 시선을 고정했다가 수술실 문이 열리면 급히 고개를 돌리고 본인들을 찾는 의사가 아니면 다시 고개를 처박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머니 언제부터… 다리 아프다고 하셨어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몸이 안 좋으시다고 집에서 쉬신 거 말고는… 잘 몰랐어요…”


“그걸…”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 뱉어버릴뻔했다. 어머니 성격에 아프거나 불편한 걸 내색했을 리 없고 오늘처럼 심했다면 제 형수가 그걸 보고 몰랐을 리 없다. 무엇보다… 제 가족보기 불편하다고 지근거리에 와놓고도 집에 수개월간 몇 번 와보지도 않은 본인이 감히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누구도 아닌 형수한테 감히.


“근데 형님은…”


“어제 회관에 나간다고 나갔는데… 비가 많이 와선지 아직…”


“하아…”


하마터면 이럴 때 자리를 비우다니… 본인이 왔으니 망정이지 형수님만 있었다면 발만 동동 구르다 정말 큰일이 날뻔 했다. 계속해서 숨만 고르고 있는 순이와 재학이었다.


“형님! 누님!”


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급히 뛰어오고 있다. 광석이다.


“석아! 너가 어떻게 알고?”


재학과 순이의 앞에까지 뛰어온 광석이 잠시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른다.


“헉…헉… 이장님이 읍사무소로 전화하셨어요 형님이 어머니 쓰러지셔서 병원 모시고 간다고”


“아…”


재학이 복순을 태운다고 차를 끌고 가고 난리를 피우는 걸 마을 이장님이 보셨나보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우리 엄니… 흑흑…”


광석이 눈물을 흘린다. 재학은 광석이 친아들인 본인 보다도 더 어머니를 자주 찾아 뵙고 건강을 염려했다는 걸 알기에 고마운 마음과 염원을 담아 그저 광석의 어깨를 짚을 뿐이다.


“별일 없을 거야… 괜찮을 거야…”


“…재무형님은요?”


눈물을 닦던 광석이 뭔가 이상하다며 재무를 찾았다. 집에 제일 큰 어른은 복순이지만 가장은 어디까지나 재무다. 같이 살지도 않는 재학이 와있는데 재무가 없는 게 이상하게 여겨져 물은 광석이다. 그때였다.


“막내야! 여보!”


“형님!”


멀리서 재무가 뛰어온다. 옷 매무새가 엉망에 오는 비를 그대로 받고 왔나 보다. 제일 늦게 왔는데 행색은 제일 급하게 온 행색이다.


“이게 무슨 일이냐!”


“뇌경색이래요… 어머니…”


재무의 얼굴 위로 허망한 빛이 떠올랐다. 그토록 건강하셨던 분인데...


“어머니가 말씀은 안 하셨겠지만 아마 많이 불편하셨을거라고… 걷는 거나 밥 먹는 거라던가…”


재학의 말을 들은 순이와 광석은 동시에 생각이 스쳤다.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 했어야 했다. 그대로 적당한 걱정만 보낸 채 괜찮다는 복순의 말에 그냥 저냥 넘긴 본인들이 원망스러웠다. 어쩌겠나 이미 지나간 후회는 현재엔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을. 재무도 재학의 말에 마치 전부 본인 책임인 거 같아 시선을 피한다. 재학이 제 형에게 죄를 묻고자 함도 아닐 텐데.


“넌 어쩌다 집에 와있던 거여? 하늘이 도왔다 하늘이 도왔어.”


“오늘 수업도 없고 몸도 좀 안 좋은 거 같아 서요. 비 오니까 집 걱정도 되고 그래서 밥이나 먹을 겸 찾아왔던 건데… 네 다행이었죠.”


“후… 그래 그래 일단 앉자.”


재무의 말에 재무 재학 순이 광석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띄워 앉았다. 복순은 수술실에 있지만 이렇게 전부 모인건 10년이 훨씬 넘었다.


“형님… 잘 지내셨죠?”


“아 그래 석아… 영월 온지 한참인데 못 보다가 이제서야 본다… 참… 이게…”


“저도 일하고 형님도 바쁘신데요 뭐… 일전에 형수님께는 인사 드렸어요 형수님도 잘 지내시죠?”


“아 희수? 으응… 잘 지내지”


희수에게 광석을 만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던 재학이기에 광석의 입에서 아내의 이름이 나오자 잠깐 멈칫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서도 아내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금쯤 이면 도착하고도 한참 시간 지났을 텐데… 또 전화하겠지…’


예전 한남동 집 전화번호는 알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났고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있는지도 의문이라 어쨋건 재학은 희수의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오늘 연락 못 받은게 신경쓰이지만 어쩔수 없음이라.


“저 형님 근데…”


“응?”


“아 아니에요… 어 의사 나온다.”


광석의 말에 식구들이 전부 일어나 수술실 밖으로 나오는 의사 앞으로 몰려갔다.


“어찌… 되었습니까?”


“…다행히 수술은 잘 됐습니다. 선생님께서 환자분 병원까지 모셔오셨다구요? 영월에서요.”


털썩


“누님!”


괜찮다는 의사의 말에 순이가 의자에 다시 주저 앉는다. 탈력감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순이다.


“후…. 네…”


괜찮다는 말에 우선 숨을 고른 재학이 대답한다.


“잘하셨습니다. 정말. 처음 응급조치랑 영월에서 바로 여기로 오셔서 환자분 살았어요. 다른 병원 간다고 처치 안되는 병원 찾으셨다가 시간 넘겼으면 환자분… 어려웠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엄니 괜찮으신거죠?”


재무가 끼어들어 의사에게 묻는다.


“일단… 고비는 넘겼습니다. 초기 조치가 잘되 막힌 혈전은 수술로 뚫어냈구요. 이제 중환자실에서 약물 치료로 진행할 겁니다. 앞으로 재활도 꾸준히 하셔야 하구요. 다만… 뇌경색 자체가 후유증이 심한 병 중 하나라…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예전처럼 농사는 어려우실 수도 있구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재학과 재무는 의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세한 건 진료실에서 다시 설명 드릴겁니다. 그럼...”


가족들 전부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우선… 돌아가시지 않았다. 그것만이 모두에게 중요할 뿐이었다.


***


물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한동안 괴롭혔던 다리 저림이나 얼굴의 뻣뻣함도 사라졌다. 편안하다. 고개를 돌려 양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본다. 다리도 움직여보고. 내 몸 같지 않게 편하다. 오랫동안 고장난 육신이 한순간에 나을 리는 없고… 현실 같지 않고 편한 것이… 죽는 건가. 그래… 이제 적지 않은 나이다 이상할 것 없지. 이리 갑작스러울지는 몰랐으나, 열심히 살았고 충분히 남겼다. 시모 돌아가실적 나이도 이쯤 되었나…


다만 마음에 딱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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