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게 뭐야?"
수조 원의 예산, 최고의 기술, 원대한 비전. 이 모든 것을 갖추고도 CDMO 공장 설립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모였음에도 프로젝트는 방향을 잃고,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일정은 하염없이 지연됩니다.
원인은 대부분 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프로젝트의 가장 첫 단계인 '요구도 정의(Requirements Definition)'의 부재 혹은 부실입니다.
많은 기업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막연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곧바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의 문제로 뛰어듭니다. 유능한 설계사와 건설사를 고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는 집의 목적이나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은 정하지도 않은 채, 인테리어 디자이너부터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아, 이 방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 기능도 추가해 주세요"와 같은 요구사항 변경이 빗발치고,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놓입니다.
'요구도 정의서(User Requirement Specification, URS)'는 바로 이 비극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의 '나침반'이자 '헌법'입니다. 이는 단순히 필요한 장비 목록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과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고객에게 어떤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 품질 시스템, 시설, 인력은 어떠해야 하는지, 모든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문서화하는 과정입니다.
곧이어 제시될 상세 체크리스트가 바로 이 요구도 정의서를 작성하기 위한 핵심 골격입니다. 이토록 상세하고 집요한 수준의 체크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통 언어'를 만듭니다. 경영진은 '수익성'을, 연구원은 '기술 구현'을, 생산팀은 '운영 효율성'을, QA팀은 '규제 준수'를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언어와 우선순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모두가 테이블에 앉아 각 항목에 대한 단 하나의 합의된 답을 내놓게 함으로써, 프로젝트 전체의 목표를 통일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예산과 시간의 '낭비'를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합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단계는 '기획' 단계입니다. 도면 위에서 벽을 옮기는 것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실제로 지어진 벽을 허무는 데는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초기에 요구사항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나중에 발생할 수백억 원의 변경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 지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입니다.
셋째,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립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기술을 구현할 인력이 있는가?", "이 정도 수준의 자동화를 구축할 예산이 충분한가?", "두 가지 다른 제품을 생산할 때 교차 오염 방지 대책은 무엇인가?" 체크리스트의 상세한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잠재적 리스크들을 미리 식별하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만드는 강력한 리스크 관리 도구입니다.
다음에 이어질 체크리스트는 단순히 '예/아니오'로 답하며 넘어가는 목록이 아닙니다. 각 항목은 치열한 내부 토론과 데이터 기반의 분석을 통해 채워져야 합니다. "왜 이 기술이 필요한가?", "이 용량의 근거는 무엇인가?", "이 품질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성공적인 CDMO 공장은 최첨단 장비나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이처럼 철저하고 논리적인 요구도 정의서 위에서 탄생합니다. 부디 이 체크리스트가 여러분의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는 데 가장 튼튼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프로젝트의 경제적 타당성과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 요구사항
1.1. 재무 목표 (Financial Targets)
- [ ] 1.1.1. 목표 연 매출 및 손익분기점(BEP) 시점은 언제인가? (Year 1, 2, 3...)
- [ ] 1.1.2. 목표 생산 원가(Cost of Goods, COGs)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원자재, 인건비, 감가상각 등)
- [ ] 1.1.3. 총 예상 설비투자(CAPEX) 규모와 단계별 집행 계획은 어떠한가?
- [ ] 1.1.4. 초기 운영자금(OPEX) 확보 계획 및 월/분기별 예상 소요 비용은 얼마인가?
- [ ] 1.1.5. 자금 조달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자체 자본, 정책 자금, VC 투자 유치 등)
1.2. 시장 및 고객 (Market & Clients)
- [ ] 1.2.1. 주력 목표 시장의 지역별(북미, 유럽, 아시아 등) 매출 목표 비율은?
- [ ] 1.2.2. 고객사 규모별(대형 제약사 vs. 바이오 벤처) 목표 고객 포트폴리오 비율은?
- [ ] 1.2.3. 각 고객군에 제공할 핵심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예: 벤처 대상 속도 중심 원스톱 서비스, 대형 제약사 대상 대규모 생산 및 품질 신뢰성)
우리가 무엇을 개발하고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정의
2.1.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 (Primary Product Portfolio)
- [ ] 2.1.1. 발현 시스템(Expression System)은 무엇에 특화할 것인가? (예: CHO cell, E.coli, Yeast)
- [ ] 2.1.2. 목표 제품의 특성은 무엇인가? (예: 분비형 단백질, 세포 내 단백질, 바이러스 벡터)
- [ ] 2.1.3. 고독성 물질(HPAPI)인 ADC(항체-약물 접합체) 생산을 고려하는가? 그렇다면 관련 격리(Containment) 설비 요구사항은?
- [ ] 2.1.4. 세포·유전자 치료제(CGT)의 경우, 자가(Autologous)와 동종(Allogeneic) 중 어느 것에 집중할 것인가? 무균 및 교차오염 방지 전략은?
2.2. 서비스 범위 매트릭스 (Service Scope Matrix)
- [ ] 2.2.1. 개발(Development):
- [ ] 세포주 개발(Cell Line Development) 및 벡터 제작
- [ ] 배양 공정 개발(Upstream Process Development)
- [ ] 정제 공정 개발(Downstream Process Development)
- [ ] 분석법 개발 및 밸리데이션(Analytical Method Development & Validation)
- [ ] 제형 연구(Formulation Development)
- [ ] 2.2.2. 생산(Manufacturing):
- [ ] 전임상/임상 시료 생산 (Tox / Phase I, II, III)
- [ ] 상업용 제품 생산 (Commercial)
- [ ] 원료의약품(DS) 생산
- [ ] 완제의약품(DP) 생산 (Fill & Finish)
- [ ] 동결건조(Lyophilization) 서비스
- [ ] 2.2.3. 지원(Support):
- [ ] 안정성 시험(Stability Testing) 프로그램
- [ ] 규제 서류(IND, BLA) 작성 지원
- [ ] 원부자재 구매 및 공급망 관리 대행
실제 생산 현장의 운영 방식과 기술적 사양을 정의
3.1. 상류 공정 (Upstream Process)
- [ ] 3.1.1. 바이오리액터의 주요 용량과 개수는? (예: 200L, 2,000L, 10,000L)
- [ ] 3.1.2. 목표 항체 생산 농도(Titer, g/L)는 얼마인가?
- [ ] 3.1.3. 표준 세포 배양 기간은 며칠로 설정하는가?
- [ ] 3.1.4. 교차 오염 방지를 위한 기술적 선택은? (Single-use vs. Stainless Steel의 세척/멸균 밸리데이션)
3.2. 하류 공정 (Downstream Process)
- [ ] 3.2.1. 각 정제 단계별 목표 수율(Yield, %)은 얼마인가? 최종 수율 목표는?
- [ ] 3.2.2. 표준 정제 공정은 몇 개의 크로마토그래피 단계로 구성되는가?
- [ ] 3.2.3. 연간 버퍼(Buffer) 및 소모품 예상 사용량과 보관 용량은?
3.3. 완제 공정 (Fill & Finish Process)
- [ ] 3.3.1. 충전 용기의 종류와 사이즈는? (예: Vial 2mL, 10mL / Pre-filled Syringe 1mL)
- [ ] 3.3.2. 표준 배치 사이즈는 몇 개의 유닛(Vial/Syringe)인가?
- [ ] 3.3.3. 육안 검사(Visual Inspection)는 수동, 반자동, 완전 자동 중 무엇을 채택할 것인가?
모든 활동의 근간이 되는 품질 시스템과 규제 준수 전략의 구체화
4.1. 품질보증 (QA) 시스템
- [ ] 4.1.1. 문서 관리 시스템(DMS)의 요구 규격은? (전자서명, 버전관리, 감사추적)
- [ ] 4.1.2. 변경 관리(Change Control) 및 일탈/CAPA(Deviation/CAPA) 관리 시스템의 워크플로우는?
- [ ] 4.1.3. 공급업체 평가 및 선정, 정기 감사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는?
- [ ] 4.1.4. 연간 제품 품질 평가(APQR) 보고서의 형식과 데이터 요구사항은?
4.2. 품질관리 (QC) 실험실
- [ ] 4.2.1. 실험실의 종류와 면적은? (미생물 시험실, 이화학 시험실, IPC 시험실 등)
- [ ] 4.2.2. 도입해야 할 핵심 분석 장비 리스트와 사양은? (HPLC, UPLC, GC, Mass Spec 등)
- [ ] 4.2.3. 표준 시험법(SOP) 이전 및 밸리데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일정은?
- [ ] 4.2.4. 안정성 시험을 위한 챔버의 용량과 조건은? (장기, 가속, 가혹 시험)
4.3. 규제준수 (Regulatory Compliance)
- [ ] 4.3.1. 규제기관의 실사(Pre-Approval Inspection) 대응을 위한 전담 조직과 모의 실사(Mock inspection) 계획은?
- [ ] 4.3.2. 실사 지적사항(예: FDA 483) 발생 시 대응 및 보고 절차는?
물리적 공장과 지원 시스템에 대한 상세 사양
5.1. 레이아웃 및 동선 (Layout & Flow)
- [ ] 5.1.1. 제품/공정별(예: 바이러스 제품, ADC) 분리(Segregation) 전략은 물리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 [ ] 5.1.2. 에어락(Airlock)의 종류(Cascade, Bubble, Sink)와 각 구역별 차압 설정 기준은?
- [ ] 5.1.3. 인력의 갱의 절차(Gowning procedure)와 구역별 갱의실 설계 요구사항은?
5.2. 핵심 유틸리티 (Critical Utilities)
- [ ] 5.2.1. 주사용수(WFI) 시스템의 일일 최대 사용량과 순환 루프(Loop)의 설계 기준은?
- [ ] 5.2.2. 공조(HVAC) 시스템의 각 클린룸 등급별 시간당 공기 순환 횟수(ACPH) 기준은?
- [ ] 5.2.3. 정전 등 비상상황 발생 시 핵심 설비(배양기, 냉동고 등)를 지원할 비상발전기(UPS) 용량과 범위는?
5.3. 지원 시스템 (Support Systems)
- [ ] 5.3.1. 원부자재 및 완제품 창고의 온도대역별(상온, 냉장, 냉동) 필요 면적과 용량은?
- [ ] 5.3.2. 생물학적/화학적 폐기물 처리 절차와 관련 설비 요구사항은?
프로젝트 실행과 미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계획
6.1. 프로젝트 관리 (Project Management)
- [ ] 6.1.1. 프로젝트를 총괄할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조직의 구성과 역할은?
- [ ] 6.1.2. 각 파트너사와의 주간/월간 보고 및 의사소통 계획은?
- [ ] 6.1.3. 리스크 등록부(Risk Register)를 통한 잠재적 리스크의 식별, 평가, 완화 계획은?
6.2. 미래 전략 (Future Strategy) - [ ] 6.2.1. 1단계 준공 이후, 2, 3단계 증설을 위한 구체적인 모듈식 확장 전략과 부지 계획은? - [ ] 6.2.2. 새로운 기술 동향(예: 연속 생산 공정, AI 기반 공정 분석)을 파악하고 도입하기 위한 기술 관찰(Technology Watch) 프로그램 운영 계획은?